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정팔도가 웃으면서 왕에게 말했다.

“어허! 저저! 고얀 놈! 뉘 안전(案前)인데 저리 혀를 방자하게 놀리는 것이냐! 상감마마! 저놈을 당장 사지를 찢어 죽여야 할 것이옵니다!”

영의정이 두 눈을 부릅뜨고 정팔도를 사납게 노려보며 말했다.

“허흠! 영상! 어차피 죽을 자가 아니요!”

왕이 영의정을 만류하며 말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저리 흉악한 놈을!……”

영의정이 눈에 핏발을 세우고 말했다.

“그만두시오! 보아하니 너희들은 얼굴이 아주 곱고 어여쁜데 어찌하여 증사작반(蒸沙作飯) 하려는 저런 흉측한 자와 한패가 되어 죽음을 재촉하였단 말이더냐?”

왕이 그렇게 말하면서 용상에서 일어나더니 한발 한발 두 여인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었다. 한 여인 앞에서 걸음을 뚝 멈춘 왕이 그 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허흠! 고운 꽃이로구나! 왕궁에 있는 비빈(妃嬪)들보다도 곱구나!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꾸어 먹는다면 내 너를 가엽게 여겨 목숨을 살려주는 것은 물론 이 궁에서 나와 함께 여생(餘生)을 저자가 했던 것처럼, 개 같이 만판 즐기며 놀아보면 어떠하겠느냐?”

왕이 말을 뚝 멈추고는 한 여인의 얼굴로 슬그머니 손을 가져갔다.

“아! 아악!”

순간 왕이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대번 고꾸라져버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왕이 새하얀 손을 뻗어 서서히 여인의 얼굴을 만지러 드는 찰나! 그 여인이 덜컥 입을 열어 왕의 손가락을 사정없이 물어뜯어 버린 것이었다. 아니, 물어뜯고는 날카로운 이빨로 질끈 깨물어 버린 것이 아닌가!

“이! 이이이! 이년의 이이 아! 아가리를 당장 부숴버려라!”

왕이 물린 손을 빼내려 버둥거리며 소리쳤다. 순간 여인이 입을 쩍! 벌리더니 왕의 새파랗게 질린 얼굴에 침을 확! 뱉어버렸다. 왕의 얼굴에 온통 붉은 산도화(山桃花)가 피었다. 한 덩어리의 새빨간 왕의 피가 꽃으로 피어난 것이었다.

“이이이이! 지독한 년!”

얼굴에 피 칠갑을 한 왕이 물어뜯긴 손아귀를 한 손으로 감싸고 비틀비틀 물러서며 소리쳤다.

“어찌 네놈을 일국(一國)의 제왕(帝王)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네놈은 도무지 예의(禮義)라고는 없구나! 붙잡힌 죄인이라고 한날한시에 같이 죽자고 목숨을 걸고 살아온 사람들 앞에서 감히 배신(背信)을 종용(慫慂)하다니 에잇! 퉷! 더러운 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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