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여인이 왕을 노려보며 소리치더니 다시 왕의 얼굴에 침을 뱉어버렸는데 그것 또한 핏덩이였다. 순간 왕 옆에 서 있던 칼을 찬 검은 수염이 온 얼굴을 가득 덮은 덩치가 황소 같은 호위장군(護衛將軍)이 재빠르게 칼을 빼더니 찰나에 여인의 목을 겨누었다. 여인의 얼굴에는 두려운 기색이 전혀 없었다. 이미 생을 포기해 버린 여인은 칼을 든 장군을 바라보며 가느다란 미소를 지었다.

“에잇!”

찰나의 순간에 칼날이 여인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으윽!”

짧은 외마디 비명이 나고 여인은 그 자리에서 고개를 떨구고 쓰러졌다.

“네 이놈! 이 간악한 놈들! 나도 죽여라! 어서!”

오라에 묶인 여인이 앙칼지게 소리치며 호위장군을 노려보았다.

“좋다! 이년아!”

호위장군이 눈을 부라리고 쏘아보며 날카롭게 소리치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찰나에 칼 끌이 여인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여인이 그 자리에 ‘푹!’ 고꾸라져 쓰러져 버렸다. 목에는 선혈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자자! 장! 장군! 자자자! 잠깐!”

그때 달려온 어의(御醫)와 궁녀들에 휩싸여 손가락을 처매고 얼굴을 닦은 왕이 그 광경을 뒤돌아보고 소리쳤다. 호위장군의 칼끝이 정팔도를 정면으로 노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대왕마마! 저런 흉악한 자는 바로 쳐 죽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영의정이 소리쳐 말했다.

“그만두시오! 어찌 그대 신하들은 나를 부덕(不德)한 왕으로 만들려 하시오! 그대는 들으라! 내 그대의 모든 죄를 용서하고 고관등용(高官登用)하여 나를 보필(輔弼)하여 이 나라를 바로 다스리는 데 쓰려고 한다. 어떤가? 내 말을 따르겠는가?”

왕이 영의정과 신하들을 나무라고는 정팔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영의정과 신하들 그리고 호위장군이 깜짝 놀란 눈빛으로 왕을 바라보았다.

“하하하하하! 간악(奸惡)한 장난으로 우롱(愚弄)하지 마라! 저! 당 태종 이세민이 자신을 죽이려 했던 위징을 달래어 신하로 썼던 것을 생각한 것이냐? 그러나 너와 나는 처음부터 가는 길이 달랐고 목적하는 바도 달랐다! 너를 도와 그럴듯한 지위를 얻어 도탄(塗炭)에 빠진 민심(民心)을 안정시키고 백성을 구한다는 그런 변명으로 이 세상과 타협하면서 누구처럼 기름진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정팔도가 단호하게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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