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남(주필)

오치남 남도일보 주필

어게인(Again) 2002. 희망고문일까. 카타르 거센 모래 바람을 뚫고 20년전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다시 한번….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거스 히딩크의 “우리는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란 명언을 또 다시 실감하길 온 국민은 바라고 있다.

지구촌 축제인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막을 올렸다. 지난 20일 오후 11시40분(이하 한국 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의 개막 공연과 함께 개막식이 열려 전 세계의 이목을 받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조별리그 H조에서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과 경쟁을 벌인다. 카타르 아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24일 오후 10시 우루과이, 28일 오후 10시 가나, 12월 3일 0시 포르투갈과 차례로 맞붙어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역대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국민들은 12년 만의 ‘원정 16강’을 넘어 20년 만의 ‘4강 신화’도 꿈꾸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은 ‘불통 정치’와 ’먹통 사회’, ‘고통 경제’로 멍든 우리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20년전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한일 월드컵 ‘4강 기적’의 열광에 빠진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다시 한번 ‘그날의 함성과 환희’에 흠뻑 젖고 싶다.

‘벤투호’가 이번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이란 목표를 달성할지 장담할 수는 없다. 조별리그 1승 2무로 승점 5점을 얻어야 안심할 수 있으나 그리 녹록하지 않다. 한국(FIFA 랭킹 28위·10월 6일 기준)과 대적할 우루과이(14위)와 포르투갈(9위)의 전력이 상대적으로 앞선다. ‘1승 제물’로 삼았던 가나(61위)도 지난 17일 스위스(15위)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완승, 절대로 얕볼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축구공은 둥글다. 얼마든지 이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다. ‘축구 황제’ 브라질의 펠레도 “마지막 휘슬이 울릴 때까지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고 했다. 태극전사들이 하나로 뭉치면 ‘큰 일’을 낼 수도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치면서 한마음으로 응원을 보낸다.

광주·전남 시·도민들은 우리 지역 연고 선수들의 활약상을 눈여겨보면 더 흥미롭다. 광주 출신으로 33세 4개월에 첫 월드컵에 나선 ‘맏형’ 김태환(수비수), 담양에서 태어난 ‘벤투호의 황태자’ 나상호(미드필더), 광주대 출신의 ‘K리그 득점왕’ 조규성(공격수) 등이 주인공이다.

태극전사들의 기록 도전도 보는 재미를 더해 준다. 대한축구연맹에 따르면 ‘검정 마스크맨’ 손흥민의 3경기 연속 득점 여부다. 월드컵에서 두 경기 연속골을 넣은 우리 선수는 유상철, 손흥민 등 두 명 밖에 없다. 유상철은 1998 월드컵 마지막 경기 벨기에전과 2002 월드컵 첫 경기 폴란드전에서 연속 득점을 했다. 손흥민은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독일전에서 잇따라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이 이번 우루과이전에서 골을 넣으면 한국 선수 최초로 3경기 연속 득점 기록을 세운다. 통산 4골 넣는 선수 배출도 관심사다. 월드컵에서 통산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는 3골씩을 기록한 안정환, 박지성, 손흥민이다. 손흥민이 이번 대회에서 1골이라도 추가하면 역대 최다 득점자가 된다. 물론 다른 선수가 한꺼번에 골을 몰아친다면 주인공이 바뀔 수도 있다.

월드컵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페널티킥 득점과 상대 자책골 득점 나오기도 지켜볼 대목이다. 한국은 34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페널티킥으로 골을 넣은 적이 없다. 2002 월드컵에서 이을용, 안정환이 페널티킥을 모두 실축했다. 반면 페널티킥 실점은 세 차례나 된다. 상대 자책골의 행운으로 득점한 사례도 없다. 그러나 자책골 실점은 두 번 있다. 1986 멕시코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조광래, 2010 남아공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박주영이 각각 기록했다.

한 경기에서 2골 넣는 선수가 탄생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지금까지 총 23명의 태극전사들이 골맛을 봤으나 모두 한 경기에서 1골씩만 넣었다. 이번 월드컵 한 경기에서 2골 이상을 넣는 첫 주인공이 나올지 주목된다.

3경기 연속 승리도 관심거리다. 한국이 연속으로 승리한 것은 2002년 월드컵에서 포르투갈(1-0)과 이탈리아(2-1)를 잇따라 꺾은 게 유일하다. 당시 스페인을 상대로 8강전에서도 승리했지만 승부차기로 이겼기 때문에 공식 기록상으로는 무승부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을 이긴 한국이 카타르 월드컵 1, 2차전을 모두 잡으면 최초로 3경기 연속 승리 기록을 세울 수 있다.

카타르 월드컵 열기가 사막의 열기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축제 열기를 떠나 월드컵 기간에도 10·29 참사 애도 분위기는 이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광화문 광장 등 전국적으로 길거리 응원이 펼쳐질 전망이다. 암울한 세상사에서 잠시 벗어나 16강 진출의 교두보가 될 24일 우루과이전부터 태극전사의 승전보를 기대하면서 각자 사정에 맞춰 응원을 하자. 태극전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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