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나방은 대만에서 왔다고 붙여진 이름일까”
초령부터 번데기까지 전 과정 관찰 속
한 개체 아닌 여러 개체 통해 ‘아쉬움’
번데기 때 방해 받으면 ‘소리’로 경계

 

 

사진-1 대만나방애벌레(2019년 8월17일, 동천동)
사진-2 대만나방애벌레 탈피각(2019년 8월23일, 동천동)
사진-3 대만나방애벌레(2019년 9월3일, 동천동)
사진-4 대만나방애벌레(2021년 9월28일, 백양사)
사진-5 대만나방번데기(2020년 7월21일, 백운산)
사진-6 대만나방(2014년 7월23일, 안동호반자연휴양림)
사진-7 대만나방(2014년 8월10일, 오도재)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는 자연은 참 신비롭다.

알에서 깨어나 자라면서 전혀 모습이 변하지 않는 애벌레가 있는가 하면 탈피하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애벌레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다른 애벌레로 착각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직접 키워보면서 관찰하면 잘 알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난감할 수 밖에 없다. 오늘은 이런 애벌레중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대만나방 이야기다.

복자기, 찰피나무, 층층나무등 여러 나무를 먹고 사는 광식성의 애벌레인데 애벌레 상태로 겨울을 난다. 2019년 8월 16일, 지리산 뱀사골에서 머리 양쪽에 둥그런 혹이 달린 것 같은 애벌레를 만났다. 생김새도 독특했지만 색상도 눈에 확 들어온다. 검정 바탕에 흰색과 노랑색의 줄무늬가 있고 배 위쪽은 흰 테가 둘러져 있는 것 같다. 여러 마리가 보였으나 두 마리만 채집하여 집으로 데려 왔다. 먹이를 많이 먹는 편은 아니지만 두 마리가 먹으니 며칠 지나 가져온 먹이가 다 떨어졌다. 다행히 광식성이라 광주천에서 가져온 층층나무잎을 주니 잘 먹는다. 8월 23일, 탈피각이 보인다. 크기만 조금 더 커졌을뿐 변화는 없다. 탈피과정을 담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실패다. 카메라가 한 대 더 있다면 인터벌 촬영 기능으로 생생하게 담을 수 있을테데 아쉬움만 남는다.

2019년 9월 3일, 샬레통을 보니 색다른 녀석이 보인다.

유충의 배 윗면은 흑남색이고 양쪽에 주황색 선이 있다. 가슴 마디 양쪽에 혹 같은 돌기도 보인다. 가슴 1째마디 양쪽에는 주황색 털 다발이 있고, 2~3째 마디에는 가로로 적갈색 털이 무성하다. 위협을 느끼면 가슴을 세워 이 털을 드러낸다. 이렇게 탈피를 하고서 모습이 변하니 자연상태에서 보면 다른 녀석으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완전 종령까지 기대했으나 무엇때문인지 모르지만 2 개체 다 죽어버려 너무 아쉽다. 대만나방 애벌레는 대개 나뭇가지에 붙어 가만히 있고 잎도 조금만 먹는 편이다.

2021년 9월 28일, 장성 백양사에서 종령 애벌레를 만났다.

꽃술재주나방 애벌레를 찾으러 나섰었는데 꽃술재주나방은 만나질 못하고 대만나방 종령 애벌레를 만난 것이다. 2년전 집에서 기르다 실패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정말 반갑다. 몸에는 푸른 색보다 갈색 빛이 더 돌고, 가슴도 적갈색에서 좀더 밝은 색으로 변하며 털 길이도 길어진다. 이 상태로 20일쯤 지내다가 잎을 붙여 고치를 만들고 번데기가 되는데 2020년 7월 21일 광양 백운산에서 볼 수 있었다. 번데기는 조금만 방해를 받아도 고치를 흔들며 “싸악 싸악”하는 소리를 낸다. 한 개체를 초령부터 번데기가 될 때까지 관찰했으면 좋았을텐데 이렇게 각각 다른 개체를 통해 봐서 많이 아쉽지만 모든 과정을 기록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대만나방 어른벌레는 어떻게 생겼을까?

대만나방이 속해 있는 솔나방과에는 배버들나방을 비롯해 23종이 알려져 있는데 등불에 자주 찾아온다. 2014년 7월 23일, 안동 호반 자연휴양림에서 녀석을 처음 만났다. 제1회 경북숲해설가 경연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석하였다가 밤에 어떤 나방들이 살고 있는지 살피다 앞날개 중간에 장화처럼 생긴 무늬가 있는 대만나방을 발견한 것이다. 아마도 그곳 회원들에게는 나방을 찾아 다니는 필자가 조금은 이상하게 보였으리라. 그래도 여러 종류의 나방들에 대하여 소개할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2014년 8월 10일, 함양 오도재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는데 여전히 신비스럽다.

헌데 이름이 왜 대만나방일까? 대만에서 온 나방이라서 그럴까? 대만에서 온 나방이 한 두 개체가 아닐텐데 말이다. 아직도 그 답은 찾지 못하고 있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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