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광(광주시교육청 장학관, 교육학 박사)

최성광 광주시교육청 장학사·교육학 박사

얼마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우리나라는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날이면 공공 기관을 비롯한 다수의 기업이 출근 시간을 늦추고 대부분의 중고등학교는 휴업을 한다. 그날은 경찰차와 119 응급차도 입실 시간에 늦은 지각 수험생들을 위한 수송차로 사용되기도 한다. 심지어 듣기평가가 치러지는 동안은 비행기 이착륙까지도 제한되며, 방송과 언론은 종일 수능시험 기사를 주요 뉴스로 보도한다. 그만큼 수능시험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이슈이다.

이런 가운데 ‘수능시험 한 번이 인생을 결정한다’는 말이 종종 회자된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대학을 나오면 좋은 직업을 갖게 될 확률이 높고, 좋은 직업을 갖게 되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좋은 대학에 가려면 수능시험 점수를 잘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일부 커뮤니티에서 ‘10분 더 공부하면 아내(남편) 얼굴(직업)이 바뀐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연봉은 성적순이다’와 같은 고3 교실의 극단적인 급훈들이 인기 게시물에 오르기도 했다. 힘든 현실을 희화화하며 공부에 더 매진하라는 직유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지만, 실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아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아무튼 수능시험 점수는 학생들의 인생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처럼 수능이 중요하게 치러지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 사회의 성공방정식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우리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부 열심히 해서 학교 성적을 잘 받는 것이 기본으로 인식된다. 물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업을 갖고 여유롭게 사는 것은 사회적 희소가치 획득에 따른 교육의 기능론적 역할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학교 공부가 아닌 다른 재능과 열정으로 미래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현재 교육 체제와 사회적 인식은 매우 가혹하고 힘든 과정이다. 갈수록 취업의 문은 좁아지고, 다수의 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며, 창업도 쉽지 않는 상황은 우리 사회와 교육의 다양성 부족이 낳은 결과일 것이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매년 대학 입시에서 의대를 비롯한 SKY대학의 인기가 시들지 않고 있다.

교육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성취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하나의 잣대로 학생을 줄 세우고 이를 고착시키는 교육은 건강하지 못하다. 이러한 교육 체제는 최상위권 학생뿐만 아니라 대부분 학생의 삶도 힘겹고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각자의 재능과 소질에 맞는 성공방정식을 만들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학생은 자신의 꿈을 위해 각자에게 필요한 다양한 실력을 쌓고, 학교는 학생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공부로 성공하고 싶은 학생은 더 깊이 공부할 수 있는 학교, 취업을 원하는 학생은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학교, 새로운 교육을 원하는 학생은 다양한 대안교육으로 학생의 요구와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학교가 필요하다.

새로운 광주교육의 핵심은 다양성 교육이다. 학생의 꿈이 다양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실력도 다양하다. 광주교육은 모든 학생이 꿈꾸는 미래가 현실이 되도록 학교교육을 통해 학생의 다양한 실력을 키워내고자 한다. 교육을 통해 계층사다리가 복원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광주교육은 아이들의 다양한 생각과 꿈을 포용하고 지원하며 모든 아이들이 성공할 수 있는 초석을 제공하고자 한다. 수능뿐만 아니라 다양한 길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는 교육과 사회가 도래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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