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아, 완력으로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니다.”

정봉필 앞에서 오칠동이 소리질렀다. 그가 담배를 빨았다가 연기를 입에서 훅 정봉필 얼굴에 내뿜었다. 기를 죽이겠다는 것이고, 악살을 먹이겠다는 수작이다. 오칠동 자신이 완력을 휘두르면서 상대방더러 완력을 휘두른다고 말하는 뻔뻔함을 또 이런 식으로 내보이고 있었다. 정봉필의 눈에서 분노가 이글거렸다.

오칠동이 야지를 놓았다.

“니가 이놈아 성질을 부리면 뭐해? 독안에 든 쥐일 뿐인데. 나는 무슨 무술이 있나 했더니 알고 보니 좆도 아니구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족보도 없는 것들이 들어오냐고. 이놈아, 여긴 지방 소도시가 아니란 말이다. 묻는대로 대답하라. 너 누구 믿고 왔나.”

“포승줄부터 풀어라이.”

정봉필이 겁내지 않고 받았다. 오칠동이 너털웃음을 웃자 정봉필이 큰 소리로 다시 외쳤다.

“나가 성질부리면 복잡해징깨 풀어도란 말이다! 싸가지없이 굴들 말고.”

정봉필의 말을 묵살하고 오칠동이 물었다.

“미친 놈,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전라도 목포에서 상경했다. 우덜도 먹고 살자고 올라왔다 이 말이여. 콩 한알도 나눠먹는 것이 동방예의지국의 인심 아니냐. 서울 인심도 그럴 것이고 말이여. 그란디 이렇게 얼척없이 조사부냐. 그런다고 이 정봉필이가 굴복할 것 같으냐? 고건 니 할애비한티 가서나 따져봐라이. 쪼깐한 것들, 나가 누구인가를 찌끄러불면 너그들 고약하게 돼불제.”

“와, 배짱 하나는 좋네. 제법 뻣세게 나오는 것 보면 상당히 노는 곳에서 지낸 모양인데, 여긴 달라. 그리고 동방예의지국? 동방예의지국은 물구나무선 지 오래야. 임마, 너나 나나 양아치 처지에 동방예의지국 찾게 됐냐? 그건 성균관대학이나 가서 알아볼 일이고, 너희들 뭘 믿고 올라왔냐 말이다. 대답해봐.”

“우덜도 먹고 살자고 올라왔당깨. 왜 자꾸 같은 말만 물어싸? 그 말 들을랴면 니들 오야지부터 데려와라. 너같은 넘들하고 티격태격할 군번이 나가 아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오칠동의 주먹이 정통으로 정봉필의 면상에 꽂혔다.

“이 새끼가 매를 벌어. 엔간하면 봐주려고 했더니만 깽판을 쳐?”

정봉필이 쓰러질뻔 했으나 바로 앉으며 말했다.

“정말 시방 완력으로 해불자 이 말이구만이? 비겁한 놈아 나를 묶어놓고 쌔려불면 그것이 승부냐 되겄냐? 나 풀어주고 정정당당하게 붙자. 니놈들 중에 젤로 센 놈 붙여주라 이 말이여. 고래서 나가 나가떨어지면 너를 성님이라고 부를 것이고, 나가 이기면 나한티 무릎을 끓어야제. 그것이 공평한 것 아니냐? 우리는 공평과 공정을 지향하는 조직이여.”

“공평과 공정, 정의?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다. 하지만 너같은 것들이 그것을 말할 상황은 아니지.”

“한국 최고의 명당에서 비겁한 짓하면 쫓겨나제. 일단 풀어도라.”

“왜 이곳에 진출했나를 말해보란 말이다. 아니면 군말없이 공사 중단하고 가라. 폐업계는 우리가 내주겠다.”

“니들한티 왜 신고해야 하는디? 관청이 따로 있는디 왜 너그들한티 신고하라는 것이여. 내 사전에는 너같은 놈들한티 굴복하들 않제. 정식으로 관청으로부터 허가장을 받아가지고 사업을 꾸리는 우덜을 넘보면 묵사발된당깨. 별것도 아닌것들이 자릿세 뜯을 요량으로 쳐들어와서 협박을 때리는 것은 정의가 아니제…우리 뒤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껍적대면 안되제? 아사리판 만들어놓고 무엇으로 감당하려고 그러는 거여?”

“그러니까 그가 누구냐 말이야.”

“시벌놈들아, 우리 뒤에는 김형욱 중앙정보부장, 김종필 공화당 대표, 이후락 비서실장이 있고, 그 뒤에 박정희 대통령 각하가 있다.”

그러자 이들이 한 순간에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그때 송숙미가 미국인 두 명을 대동하고 공사장으로 들어섰다.

“일 잘되고 있니?”

그렇게 말하다가 상항을 보고 선글라스를 벗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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