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입 마음이 호강하는 장흥 ‘멋과 맛’ 매료
안중근 의사 정신과 신념을 모신 사당 ‘해동사’
우리나라 불교역사 미술사 한눈에 보는 보림사
겨울철 먹거리 넘친 풍요로운 ‘득량만 앞바다’

장흥군의 가장 큰 장점은 탐진강과 득량만을 중심으로 한 ‘맑은 물’과 겹겹이 펼쳐진 산과 맞 닿은 ‘푸른 숲’이다. 청정 자연서 생산되는 친환경 농수산물은 사람의 몸을 치유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넉넉함을 자랑하는 인심은 마음을 힐링케 한다. 여기에, 안중근 의사의 고결한 정신이 안장된 해동사와 천년 고찰 보림사 등은 역사적 풍요로움 마저 들게 한다. 청정자연 속에서 눈과 입 그리고 정신이 맑아지는 장흥의 ‘멋과 맛’을 느껴보자.
/편집자 주

우리나라 불교역사와 미술사를 한눈에 볼수 있는 장흥 보림사 전경.
보림사는 싱그러우면서도 신비로운 녹음을 간직한 비자나무숲으로 둘러 쌓여 있다.
보림사 산사음악회 모습
보림사 설경

◇ 국내 유일 안중근의사 모신 사당 ‘해동사’

안중근 의사는 대한민국 국민이 사랑하는 독립유공자를 꼽을 때 항상 세 손가락 안에 이름을 올린다. 올해는 안중근 의사 순국 11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는 오랜 기간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번번이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비록, 안중근 의사의 유해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그의 정신과 신념은 장흥에 모셔져 있다. 안 의사의 영정과 위패, 그의 고결한 정신이 안장된 국내 유일의 사당 해동사가 장흥군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안중근 의사는 생전에 장흥 땅을 밟아본 일은 없다. 안중근 의사(순흥 안씨)의 후손이 없어 제사를 지내지 못함을 안타까워 한 장흥 유림 안홍천(죽산 안씨) 선생이 1955년 이승만 대통령에게 건의한 후, 해동사를 건립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해동명월(海東明月)이란 휘호를 내렸다. 해동사는 이 휘호의 두글자를 딴 것이다.

장흥군 장동면 만년리 만수마을에 위치한 해동사는 마을 안쪽 깊은 숲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장흥군은 올해부터 이곳에 안중근 의사 사당 성역화사업을 추진한다. 해동사 인근에는 안중근 의사 체험교육관·애국탐방로· 메모리얼 파크를 조성할 방침이다. 메모리얼 파크에는 안중근 의사 뿐 아니라 안창호·윤동주·김구 등 애국지사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공원화 작업 중이다. 역사교육 체험공간이 조성되면 전국단위 청소년 및 방문객이 해동사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중근 의사의 고결한 정신이 안장된 장흥 해동사 모습.

 

 

해동사 전경

 

◇ 천년 고찰 비밀 간직 ‘비자림’
보림사는 동양 3보림(인도·중국·한국)의 하나로 우리나라에 선종이 가장 먼저 들어와 정착한 곳이다. 국보 2점과 보물 8점·지방문화재 등이 산재한 고찰로 우리나라 불교의 역사와 불교 미술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보림사를 빙 둘러서는 싱그러우면서도 신비로운 녹음을 간직한 비자나무숲이 자리하고 있다.

보림사 비자림은 500그루가 넘는 비자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그중에는 수령이 300년도 넘는 것도 있다. 비자나무 사이로는 야생녹차·단풍나무· 참나무·꽃무릎 등이 숲의 여백을 채우고 있다. 숲 아래쪽으로는 야생녹차 밭이 펼쳐져 있다. 장흥의 전통 발효차로 유명한 ‘청태전’ 원료로 사용되는 녹차다. 보림사 비자림은 1982년 산림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됐다.

산림청과 (사)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유한킴벌리가 공동 주관한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숲’으로 인정 받기도 했다.

비자림에서 나오는 테르펜은 피톤치드 못지 않은 살균·살충 효과가 있다. 머리가 복잡해 산사를 찾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즐기는 산림욕이 더 없는 휴식이 될 것이다.

 

 

굴구이

 

◇ 장작불에 구어 먹는 굴구이 일품

장흥하면 풍부한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장흥군 바닷가 마을을 따라 구수한 굴 구이의 향기가 피어오른다.

겨울철 장흥의 최고의 별미 중 하나는 바로 굴 구이다. 장흥 사람은 물론, 외지에서도 굴 구이의 맛에 반해 바닷가 구석진 마을까지 방문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벌겋게 피워 오른 장작불 위에 바다에서 막 건진 굴을 올려놓으면 구수하면서도 향긋한 바다 냄새가 진동한다. 하얀 속살을 발라 입안에 넣으면 짭조름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세상 부러울 것 없다.

장흥에서도 용산면 남포마을과 관산읍 죽청마을이 굴 구이로 유명하다. 마을 앞에서 주민들이 건져낸 굴을 직접 구워 먹으니 싱싱함은 두말 할 것 없다. 남포마을에서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에 굴을 직화로 구워내 구수함이 두 배다. 마을 앞에는 일출의 명소로도 잘 알려진 소등섬이 자리하고 있어 사진 애호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관산읍 죽청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굴구이집 간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죽청마을에서 인근 갯벌서 채취한 굴을 잘 달궈진 철판위에 구워 먹는다. 깔끔한 실내에서 가스불을 이용해 굴을 굽기 때문에 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식객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매생이

 

 

매생이 선별 모습

 

◇ 처녀의 고운 머리칼을 닮은 매생이

남도의 겨울 먹거리로 뜨끈뜨끈한 매생이탕을 빼놓을 수 없다. 처녀의 고운 머리칼을 닮았다는 매생이는 바닷가 아낙의 손놀림 몇 번이면 정갈한 자태로 거듭난다. 이렇게 만들어진 매생이를 탕으로 끓여내면 기가막힌 바다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뜨끈한 매생이가 입안을 감싸다 목을 타고 부드럽게 넘어가면 속은 따뜻해지고, 입안은 그윽한 바다 향기가 맴돈다.

특히, 장흥에선 미운 사위가 오면 매생이탕을 내놓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매생이탕은 펄펄 끓여내도 김이 별로 나지 않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처음 매생이탕을 먹은 사람이 급히 먹었다가는 제대로 된 뜨거운 맛을 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한 번 조리한 매생이는 다시 끓이면 매생이 가락이 녹아내리기 때문에 차게 해서도 먹는데 이렇게 먹으면 매생이 특유의 향을 좀 더 깊이 음미할 수 있다.

 

 

장흥 무산김 채취 모습

 

 

무산김

 

 

산낙지

 

 

장흥 한우삼합

 

◇ 득량만 바다 살린 무산김·키조개 ·산낙지

장흥에 오면 전국 최초로 산(酸)을 사용하지 않고 기른 친환경 무산김을 맛볼 수 있다. ‘산(酸)이 없다(無)’해 ‘무산김’이라 불리는 이 김은 유명 매스컴에 ‘착한김’이라고도 소개된 적이 있다. 장흥 무산김은 득량만 청정해역에서 햇빛과 해풍에 노출시켜 전통방식으로 기른 김이다. 자연 그대로의 방식을 고집하다 보니 수확 시기는 다소 늦어지지만, 맛과 향은 일반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김은 양식과정에서 ‘잡조류’가 부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을 뿌린다. 요즘은 다소 농도를 낮춘 유기산을 사용 하지만 장흥에선 이 조차도 사용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을 사용하지 않다보니 해양생태계가 살아나 낙지와 매생이·굴 수확량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연안서 잡히는 낙지는 20%, 매생이와 굴의 수확량도 예년에 비해 10% 이상 늘었다. 자연과 공존을 선택한 인간의 헌신에 바다가 보답한 셈이다.

장흥 앞바다는 이 밖에, 키조개·바지락·낙지·꼬시래기·미역 등 겨울 뿐 아니라 사계절 끊임없이 먹거리를 내어 놓는다. 이 가운데 장흥 키조개는 큼지막한 크기는 물론, 맛과 영양도 전국 최고를 자랑한다. 장흥한우삼합의 주재료이기도 하지만, 구이·전·탕수육·회·회무침· 죽 등 다양한 요리로 변신해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 잡는다.

마지막으로 안양면 수문리·사촌리·율산리 일대서 생산되는 바지락은 해수와 담수가 적절히 섞여있는 바다환경 덕에 맛이 뛰어 나기로 유명하다.

신선한 야채와 새콤달콤하게 무쳐내는 바지락회무침는 이 지역 최고 별미로도 손꼽힌다.

장흥군 관계자는 “장흥 득량만 앞바다는 여러 먹거리가 있지만, 낙지의 최대 어장으로도 주목받는 곳이다”며 “장흥에서 생산되는 낙지는 윤기가 흐르고 다리가 얇으면서도 정교하여 쫄깃하고 달콤한 맛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중·서부취재본부/고광민 기자 ef799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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