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지수, 13년 만에 최대폭 상승
공과금·인건비도 올라 운영부담 가중
빚내서 버텼는데 고금리에 이자 ‘눈덩이’
자영업계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근본적 대책 절실”

순천시 조례동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최근 가격을 인상하고 메뉴판을 수정한 모습./윤별 기자
인파로 붐비는 순천 조례호수공원 인근 식당, 카페 밀집지역이 주말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한 모습이다./윤별 기자

“코로나19 위기가 지나가나 싶었더니 물가가 너무 올랐다. 도저히 단가가 안 맞아 음식값을 인상 했더니 다시 손님이 뜸해져 막막한 심정이다”

전남 순천시 조례동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58)씨는 지난 22일 식당 홀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가게가 호수공원과 관공서를 끼고 있어 손님이 적지 않았는데 최근 다시 손님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한식에 들어가는 채소, 식용유, 밀가루 등 원재료 값이 상승한 것은 물론이고 전기료, 도시가스, 인건비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손님은 줄고 물가는 상승해 수익이 줄어드니 월세 낼 걱정에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모처럼 웃음을 찾았던 자영업자들에게 다시 ‘폐업 위기’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는 것은 물가다. 밀, 대두, 사탕수수 등 전 세계적인 원물 가격 이상이 올 하반기 가공식품까지 전이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실제 호남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전남 소비자물가지수는 109.95%(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상승했다. 이는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이후 1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전남의 지출목적별 소비자물가지수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빵·곡물(6.1%), 육류(4.4%), 어류·수산(5.6%), 우유·치즈·계란(3.2%), 식용유지(24.4%), 채소·해조(17.3%) 등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배추(71%), 무(104%), 수입쇠고기(13.3%), 토마토(32.3%), 소주(12.2%), 맥주(18%) 등은 가파른 상승세를 주도한 품목으로 조사됐다.

가게 운영 부대비용에 포함되는 등유(68%), 전기료(18.6), 도시가스(34.5%), 상수도료(0.9%) 상승세도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수년째 조례동에서 퓨전음식점을 운영하는 최 모(37)씨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도매가로 구매했던 모짜렐라 치즈가 1만9천500원에서 3만2천900원, 베이컨이 1만2천원에서 1만6천원, 식용유가 2만5천원에서 6만3천500원 등 안 오른 품목이 없을 정도다”며 “납품업체에서 주는 영수증을 확인하는 게 겁이 날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최근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는 금리도 골칫거리 중 하나다. 대출까지 감행하면서 코로나 펜더믹을 버텨왔던 자영업자들이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다.

가곡동에서 자동차관련업을 하고 있는 김 모(33)씨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자금난에 허덕이면서 자영업자 대출과 개인 대출로 메꿔가며 가게를 운영해 왔다”며 “지난해 대출 이자 33만원을 원금과 함께 상환해 왔는데 1년 사이 이자만 55만원까지 치솟으면서 원금까지 합치면 감당하기 버거울 지경”이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이처럼 높은 물가와 침체되는 경기는 소비심리를 악화시키며 소상공인이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류승석 순천시소상공인연합회장은 “원자재 가격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 2배 이상이 상승했지만 자영업자들은 물가인상율을 그대로 반영해 제품이나 음식값을 올려 받을 수 없다”며 “8천원 했던 김치찌개를 원자재 값이 두 배 올랐다고 1만6천원을 받는다면 그 가게에 손님이 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들은 치솟는 물가에도 마진폭을 줄여가며 근근이 버티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내년에는 그 동안 빚을 내면서까지 버텨왔던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몰리면서 줄도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순천시와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동부취재본부/윤별 기자 star262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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