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건립 목조건물…남구, 행정 예고
건축주, 악덕지주·조선총독부 목배 받아
전통 한옥과 일본풍 공간 구성 혼합양식
국가·시 지정 문화재 신청 부결 전력도
지정시 혈세 투입 거액 유지보수비 지원
의병기념사업회 “친일흔적 집을…어불성설”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된 ‘일농 가옥’.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광주 남구가 일제강점기 친일 악덕지주로 알려진 최모씨의 가옥을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절차를 진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 가옥은 그동안 문화재청과 광주시에 수차례 문화재 지정을 신청했으나 모두 부적격 판정으로 부결된 전력이 있어 이번 향토문화유산 지정 추진 배경에도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27일 광주시와 남구 등에 따르면 남구는 지난 17일 사동 129-2번지에 자리한 목조건축물 ‘(가칭) 광주 사동 일농 가옥’을 대상으로 향토문화유산 지정을 예고했다. 남구는 다음달 16일까지 한 달간 이를 공고하고 주민들의 의견수렴에 나섰다.

일농 가옥의 향토문화유산 지정 추진은 건축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문화재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원형을 보존하기 위한 취지라고 남구는 설명했다. 1942년 건축된 일농 가옥은 2층 구조의 근대 한옥 건물로 규모와 양식 면에서 건축학적 가치가 우수하고, 특히 1층과 2층 사이에 암층이 존재해 우리나라 전통건축의 고급기술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건축 내부에 1900년대 광주의 과거를 알 수 있는 기록문화유산과 사진자료, 생활문화유산들이 다수 존재해 향토사적인 가치도 충분하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일농 가옥에 대한 남구의 설명은 광주시의 설명과 배치된다.

광주시 문화재 담당 부서에 확인한 결과 일농 가옥은 전통 한옥과 일본식 하이브리드형 공간 구성을 혼합한 양식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2년 광주시에 문화재 지정을 신청했으나 이러한 이유로 부결됐다.

이후 이 가옥은 2019년 문화재청에 국가문화재 지정을 추진했으나 지난해 10월 최종 부결됐다. 부결 이유는 본채 가옥만 1채 있을 뿐 부속실이 전부 소실돼 건축적 완전성이 부족하고, 최씨의 친일흔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에는 광주시 문화재 지정을 재신청했으나 역시 같은 이유로 지난 4월 최종 부결됐다.

시 관계자는 “건축물이 전통 한옥의 기본적 특성을 갖춘 전형적인 양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결됐다”며 “남구가 건축학적 맥락만 본 것 같은데, 건축물 유지관리비만 수십억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향토문화유산 지정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갑제 한말 호남의병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아무리 건축학적 가치가 있는 건물일지라도 악덕지주이며 친일흔적이 분명한 인사가 건축해 지금도 그 후손이 살고 있는 집을 향토문화유산으로 등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며 “향토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 친일흔적 인사의 집을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 보수유지하는 꼴이 되고 나중에 광주시 문화재나 국가문화재로 등록할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남구 관계자는 “일농 가옥은 일부 일본풍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주요 구조가 전통한옥 양식을 띠고 있어 소중한 연구자료로 평가받고 있다”며 “국가 문화재와 시 문화재 지정이 안돼 향토문화유산이 마지막 단계다. 훌륭한 가옥인데 훼손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다 10~20년 후 건물이 붕괴되면 국가적인 손실로 생각된다”고 해명했다.

한편 일농 가옥을 건립한 최씨는 일제강점기 광주 3대 부자 중 한 사람으로 수차례 소작쟁의을 야기한 악덕지주로 평가받고 있다. 일제로부터 목배(木杯)를 2차례 받았으나 친일인명사전에는 이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태 기자 kkt@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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