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없다’ 발뺌 전남교육청 …‘모르쇠’ 일관 전남도·무안군
급식비 항목별 예산 관리 주체 각기 달라
썩은 식재료 납품해도 현행 징계 규정 無
책임소재 불분명·각 기관 떠넘기기 급급

 

전남 무안 모 초등학교에서 친환경식재료로 공급된 당근에서 심하게 곰팡이가 피어있다. /독자제공

[속보]전남 무안군 소재 한 초등학교에서 음식물 쓰레기에 가까운 식재료가 친환경으로 둔갑된 채 납품됐다는 의혹(본보 11월 25일자 1면 ) 뒤에는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관계기관들의 방임 및 묵살이 한 몫했다는 지적이다. 책임기관들의 무능이 길어지는 사이 아이들은 저질 식재료를 강제로 먹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리게 됐다. 더욱이 이같은 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규정이나 제도조차 마련되지 않으면서 지역 아이들의 먹거리 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문제의 발단

남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무안군 모 초등학교에 공급되는 친환경농산물 급식재료에 하자가 최초 확인된 시점은 올해 3~4월께. 매인 음식에 들어가는 부재료인 무·감자·당근·배추 등 식재료들이 무르게 변질됐거나 곰팡이가 핀 것을 영양사 등 학교 관계자들이 육안으로 공식 확인한 시점이기도 하다.

학교측은 업체측에 구두 혹은 이메일을 보내 해당 문제를 항의했지만 제대로 시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학교측은 지난 6월께 무안군(군 관계자측은 7월 접수로 확인)에 민원 신고를 접수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제품의 질적 변화 없이 계속 하자가 있는 식재료가 공급됐다는 것이 학교측 설명이다. 이달 들어서도 2번이나 식재료 문제가 터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측 관계자는 “수 개월에 걸쳐 식재료 상태에 대해 업체에 항의했지만 그때마다 업체측은 ‘알았다’고만 말할 뿐 변화는 없었다”며 “무안군에 민원을 넣는 등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지만 아쉽게도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친환경 식재료 운영 난맥

일각에선 이번 사태 핵심을 복잡한 친환경식재료 운영 관리시스템 탓으로 보고 있다.

전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급식비 예산 항목은 크게 식품비·운영비·인건비로 나뉜다. 여기에 NON-GMO, 특식비, 친환경식재료 등으로 다시 세분화 된다.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제외한 식품비가 순수한 의미의 급식 예산 항목이다.

식품비는 각 학교 학생수를 기준으로 초·중·고 별 책정 단가가 달라진다. 학생수가 많을수록 단가가 낮아지는 구조다.

예를들어 초등의 경우 최저인 50명 이하일 경우 2천700원, 최대인원인 1천1명 이상일 경우 1천720원이 책정되는 방식이다. 이를 토대로 책정된 지역 초등학교 학생 1인당 평균 급식비 단가는 2천809원이다. 관련 예산은 교육청 주관이다.

반면 친환경식재료 예산은 전남도(25%) 및 관할 지자체(75%)가 100% 비중으로 관리한다.

이를 환산해 무안군에 적용하면 지역 전체 20개 초등학교에 약 6억 6천만원(도비 1억6천500여만원, 군비 4억9천500여만원)의 예산이 친환경식재료 관련 비용으로 투입된다. 학교에 공급된 친환경식재료 관리는 해당 학교 영양사 혹은 영양교사 즉 교육청이 담당한다.

급식비 항목에 따라 예산 편성 주체가 교육청 및전남도, 지자체로 다원화 돼 있는 셈이다. 급식비 및 친환경 식재료 예산은 교육청 및 전남도 지자체가 각각 관리하고, 학교에 납품된 식재료 검수 책임은 교육청이 일임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이번처럼 특정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주체를 불명확하게 한다.
 

무안 모 초등학교에 친환경 배추가 심하게 말라 색이 누렇게 변질된 채 공급됐다. /독자제공

◇무너진 관리 시스템

사실 친환경식재료 관리 부분에 있어 이를 보완하거나 페널티를 줄 규정 자체가 전무하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친환경 식재료 관리 부실’이다. 식용을 할 수 없는 식재료를 납품한 업체에 징계를 부과하면 끝나는 문제란 의미다. 하지만 현 규정상 친환경급식 식재료 공급 업체에 내릴 수 있는 징계 항목은 ‘원산지 표기 위반’ 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친환경이 아닌 재료를 속여 공급할 경우에만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물건이 썩고, 곰팡이가 핀 식재료를 학교에 납품해도 업체는 징계를 피할 수 있단 의미다.

해당 학교에서 수개월 전부터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식재료 질 개선이 멈춰버린 근본 배경이다.

더욱이 친환경식재료 예산 지급은 현물지급방식을 적용받는다. 식재료를 업체가 학교에 납품하고 비용을 청구하면 그 물량 만큼 전남도 및 지자체에서 다시 비용을 되돌려 받는 구조다. 따라서 물건만 주면 이후 어떠한 문제가 제기되더라도 수익적 측면에서 업체가 갖는 부담은 사라진다.

예산 집행 과정부터 전남도, 지자체, 교육청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관리 제도까지 구멍이 뻥 뚫려 있다 보니 책임소재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 조차 불명확하다.

이번 사태에서 당장 전남교육청은 “책임이 없다”며 일단 발을 뺀 상황이고, 전남도와 무안군은 부랴부랴 전수조사에 착수했지만 규정을 들먹이며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뒷걸음질 치고 있는 실정이다.

식재료 납품 업체만 본의 아니게 면죄부를 받는 꼴이 되는 상황이다. 이 모든 문제에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와관련, 전남도 및 무안군 관계자는 “친환경식재료 공급 사업의 취지는 말 그대로 친환경식재료를 제대로 공급했는지 안 했는지다”라며 “제품의 상태가 고르지 못한 것까지 징계를 줄 수 있는 행정적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친환경식재료 공급 부분은 전남도와 지자체 사업이기 때문에 특별히 관리·감독을 하지 않는다”며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은 성실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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