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어서 썩 비키시오! 사내가 좋은 배필을 만나러 가는 길은 하늘도 막지 않는 법이오! 이 마을 사람들은 법도도 모르오! 어서 썩 비키시오!”

조생이 소리를 쳤다.

“아따! 신랑(新郞) 야무지다! 아따! 신랑 똑똑하다!”

구경꾼들이 소리쳤다.

“그래! 이놈들아! 새신랑 힘들다! 어서 그만 보내 주어라!”

머리가 허연 할머니가 소리쳤다.

“아따! 할머니도 이 동네 제일 예쁜 처녀를 데려가는 데 그리 쉽게 보내면 되겠어요. 할머니!”

숯 검댕이 나리 뒤에 서 있는 사내가 소리쳤다.

“아니 잡놈들아! 니놈들 때문에 이 동네로 누가 장가들어오고 싶겠냐? 오시는 새신랑들 편하게 잘 해줘야지 이 나라 총각들이 사방에서 장가들겠다고 서로 달려들 것이 아니냐!”

할머니가 다시 소리쳤다.

“할머니! 그러다가 우리 마을 처녀 하나도 안 남겠어요!”

또 다른 사내가 소리쳤다.

“이놈아! 고약한 장난 그만해라! 사내와 계집은 하늘 땅 천지간(天地間)이라 서로 만나야 하고 서로 품어야 맛이라고 하지 않더냐!”

할머니가 지지 않고 소리쳤다,

“아! 하하하하하! 좋네! 좋아!”

“아! 그렇지! 처녀와 총각은 서로 만나서 지지고 볶아야 제맛이지!”

할머니의 말에 구경꾼들이 웃음을 터트리고 소리쳤다.

“새신랑 들어가신다! 어서 길을 비켜라!”

그 바람에 순간 조생을 데리고 간 사내들이 뒤에서 소리쳤다.

“그래! 그래! 검댕이 나리는 한 세 발짝만 뒤로 물러주어라!”

숯 검댕이 뒤에 서 있는 사내가 소리쳤다. 그 말을 들은 숯 검댕이 나리가 대문 앞으로 바짝 물러서며 소리쳤다.

“어허! 이 마당에 엽전 서른 냥은 떡 내놔야 할 것이 아닌가?”

“엇따 좋다! 여기 있다! 검댕이 나리 드시라고 술 한 말에 닭고기 한 마리 돼지고기 한 덩이 여기 한 상 차려왔소!”

때마침 신부(新婦) 집안에서 새신랑 받아들이려고 푸짐하게 한 상 차려 들고 길 가운데 떡 가져다 놓았다.

“아따! 좋네! 우리네 고달픈 인생 술 한 잔씩 나눠 먹고 쉬엄쉬엄 여기서 쉬어가드라고 잉!”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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