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아아!……”
찰나에 조생은 속으로 짧게 신음을 토해냈다. 조생은 등잔불에 비치는 색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반쯤 너울이 벗겨진 신부의 얼굴은 온통 땀투성이였다. 한여름도 아닌데 포도알처럼 맺힌 땀이 비 오듯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조생은 너울을 마저 벗겨 올렸다.
순간 조생의 눈앞에 비친 신부의 얼굴은 치 끓어 오르는 고통을 애써 참고 있는 온통 찡그린 표정이었다.
“아!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조생은 놀란 목소리로 낮게 웅얼거리며 말했다.
“아아윽!……”
신부는 낮은 비명을 지르고는 자리에 그만 쓰러져 버렸다.
“어! 어디가 아픈 것이오?”
조생인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신부는 대답 대신 두 다리를 쩍 벌리고 자리에 벌렁 누워 버렸다. 순간의 사태에 혼비백산(魂飛魄散)한 조생은 이를 앙다물고 누워서 극심한 고통을 참고 있는 신부를 바라보다가 얼른 겉치마를 걷어 보았다.
조생이 걷어 올린 겉치마 안에 하얀 속치마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온통 붉은 피가 흥건히 물들어 있었다. 조생은 재빨리 그 피 묻은 속치마를 걷어 올렸다. 아! 그런데 이게 무엇인가? 거기에는 어린 생명이 세상 바깥으로 막 나오려고 용틀임하는 것이었다. 색시는 극한 고통을 감내하며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아내고 있었다.
그것을 본 조생은 첫날밤 사내의 피 뜨거운 격정은 순간 사라져 버렸다. 혼인 첫날 밤, 꽃 같은 아내를 품에 안고 뜨거운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려는 꿈은 산산조각 부서져 버렸다. 정신이 아득해진 조생은 자신도 몰래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행세깨나 한다는 반듯한 양반가의 규수가 첫날밤에 아이를 낳는다는 천부당만부당(千不當萬不當)한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직면한 것이었다.
시집도 가기 전의 규수가 외간 남자와 눈길만을 마주쳤다 해도 그것은 참으로 지탄(指彈)받아야 할 부도덕(不道德)한 일일진 데 신혼(新婚) 첫날밤 아이를 낳다니! 이는 도무지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기괴한 일이 아닌가! 아니 당장 육시(戮屍)를 하고 날벼락이 떨어져야 할 일이었다.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마주 보고 앉은 조생은 그만 넋이 나가 버렸다. 이 얼마나 해괴망측(駭怪罔測)한 일인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