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전남교육청 합동조사서 ‘문제없음’결론 논란
급식업계종사자 “상한 식재료 사용” 증언 불구
친환경식재료 특성·계절상 ‘어쩔 수 없다’ 무마
도내 22개 시·군 학교 급식 전면 재조사 불가피

 

전남 무안군에 납품된 당근에서 하얀 곰팡이가 발견됐다. /독자제공

[속보]전남도와 전남교육청이 무안 한 초등학교에서 제기된 저품질 친환경 식재료 납품 의혹(본보 11월 25일자 1면, 11월29일자 24면 보도)과 관련, 사실상 ‘문제없음’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돼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해당 학교에 납품된 일부 친환경식재료에서 문제가 발견된 것은 맞지만 친환경식재료 특성상 유통과정에서 제품 품질 저하는 필연적인 수순이라며 면죄부를 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해당 학교 영양사가 얼마든지 식재료를 자의적으로 변경해 사용할 수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아 빚어진 사태라며 되레 책임을 개인에게 떠 넘기려는 모습까지 비춰 눈살을 찌뿌리게 하고 있다. 일각에선 학교 급식 친환경식재료 납품 운영 시스템의 전면적 대변화가 불가피 하단 지적이다.

◇전수조사서 일부 확인

전남도는 무안군 소재 한 초등학교 내 저질 친환경식재료 납품 의혹과 관련, 지난달 25일 이후 약 사흘에 걸쳐 전남도교육청 등과 합동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해당 학교에 지난 3월부터 11월 말까지 납품된 일부 친환경식재료들에서 곰팡이, 물러짐 등 제품 저하 문제가 발생됐다는 사실을 확인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조사기간 동안 펼친 업체 현장조사에선 하자있는 식재료를 발견하진 못했고 이전에 발생한 문제들은 농약 등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순수 친환경식재료 특성 및 계절적 요인에 따라 유통과정에서 발생된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단”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의성이 없고, 불량 식재료 총량도 미비했다고 부연했다.

또 학교 측과 업체측 간 납품 이력 및 반품 현황, 납품 이후 수집된 영수증 일체, 학교 및 업체간 이메일 내용 등을 확인한 결과, 당초 논란이 제기된 상한 식재료재활용(제품 손질 후 음식 재료 사용 의혹)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는 설명도 내놨다.

전반적으로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논 셈이다. 하지만 학교 급식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선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급식 현장 분위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반쪽짜리‘결과’란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전남 곳곳에서 이미 최소 수 년 전부터 보고됐는데 이를 계절 등 환경에 따른 유통 과정에서의 단순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 맞냐는 목소리다.

◇현장에선 ‘우려’ 목소리

실제 나주지역 한 학교 급식실에서 9년 이상 근무했다는 한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자신이 근무한 이 학교에서도 납품된 친환경농산물 식재료 일부에서 무안 사례와 비슷하게 당근, 오이, 배추 등 식재료에 곰팡이 핌 현상 및 물러짐 등 문제점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제품에 하자가 발생되면 반품 후 새로 식재료를 공급받기도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땐 그냥 폐기처리 하거나, 약간의 손질을 거친 후 어쩔수 없이 식재료를 재사용한다고도 했다. 이는 당초 논란이 제기된 무안 모 초등학교 사례와 매우 유사하다.

그는 “이러한 상황은 전남 거의 모든 학교에서 유사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건강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상한 식재료로 인해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어 주지 못한 사례가 있었단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사실 이번 친환경식재료 문제를 조사한 전남도, 전남교육청 조차 친환경식재료의 보관 및 제품 질 저하에 대해서 수년전부터 인지하곤 있었다고 밝힌 바 있어 이러한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급식 친환경식재료 지원 사업의 역사는 꽤 길다. 박준영 전남도지사 시절인 지난 2004년 무렵. 농도 전남에서 나고 자란 친환경농산물의 판로확보 및 아이들의 건강한 영양공급을 목적으로 최초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18년 이상 진행된 사업이다. 따라서 이 기간 만큼 유사 문제가 전남 22개 시군 학교 급식현장에선 반복됐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 의견이다.

◇전면적 시스템 전환 불가피

지역 내 학교 관계자 및 급식시설 종사자 등은 대대적인 친환경식재료 유통 체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한 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친환경식재료지원 사업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친환경식재료 유통과정은 크게 ‘현지 농산물생산자 -중간 납품업체-학교’순이다. 최대한 유통과정을 줄여 비용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에 따라 단순화시킨 결과다. 경우에 따라 생산자가 납품까지 도맡아 하는 경우도 있다.

업체선정은 전남도와 지자체 등이 식재료 보관 환경, 규모, 설비 구축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종 결정한다. 현재 전남 지역 내 학교급식 공급업체수는 총 51개소(친환경 쌀 공급 업체 포함)다.

문제는 친환경식재료 유통 사업 자체 마진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이다.

친환경식재료 자체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지만 공적사업이다보니 유통마진을 붙여먹기가 어렵고, 반면 식재료 관리 부분에 있어선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란 것이 중론이다.

어느정도 규모화가 되지 않은 업체는 아예 끼어들 수 조차 없는 구조다. 과거부터 각 지역 농협 등이 식재료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소위 돈이 되질 않으니 일부 지역에선 농협 등에서 조차 해당 사업에서 빠지는 상황도 종종 연출된다. 이번에 논란이 된 무안군이 대표적 사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환경식재료 유통 및 납품 업체를 찾기도 쉽지 않다. 한번 급식공급업체로 선정되면 품질 등 여러 문제가 있어도 업체를 즉시 교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급식공급업체가 독과점 형태로 운영되는 이유다. 전남 22개 시·군 중 학교급식 공급업체가 불과 1곳뿐인 지역이 10곳에 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당 업체들은 초중고는 물론 어린이집 유치원까지 수십곳에 100여곳 이상의 거래처에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식재료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즉시 처리하는 것이 쉽지 않은 뒷배경이다.

지역 한 학교 급식시설 종사자는 “친환경식재료 문제에 있어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신 분들이라면 무엇이 문제인지 다 알 것이다”라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식재료들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20kg 중 1~2kg이 상태가 나쁘다고 이를 바꿔달라 할 수 없지 않나. 그럼 그냥 사용하거나 버리거나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마 이는 다른 학교들도 비슷할것이다.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지금이라도 친환경업체 선정 및 관리 규정 강화, 친환경 식재료 보관 및 공급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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