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경완 광주문화예술회관장이 김규형 시립창극단 예술감독에게 자진 사퇴를 종용한 것은 월권행위다. 광주문화예술회관이 8개 예술단 가운데 하나인 시립창극단 업무를 관장하고 있으나 관장은 예술감독 임명권이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임기가 보장된 예술감독을 특별한 사퇴 사유가 없는데도 물러나라고 회유한 것은 업무를 이용한 갑질 행위와 다름없다.

남도일보 취재 종합 결과, 하 관장은 최근 김 감독과 개별 면담을 갖고 “자진 사퇴를 하지 않을 경우 ‘직위해제’ 권한을 사용할 수 있다”며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 종용은 시립창극단 10여 명 단원들과 김 감독 간의 불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감독은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창작 창극 ‘망월, 달빛의 노래’를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문제는 지난달 초 공연 연습 중 계엄군 등장신에서 감독이 한 발언이다. 일부 단원들은 김 감독이 “‘5·18 당시 발포명령권자는 없었다’고 언급했고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지칭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후 김 감독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형사고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나머지 50여 명의 단원들은 “일부 단원들이 감독을 몰아내기 위해 말꼬리를 잡아 5·18광주정신을 팩트 없이 선택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하 관장은 김 감독에게 자진 사퇴 여부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으나 김 감독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관장은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단원들은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 운동과 하 관장의 해명을 촉구할 예정이다. 정확한 발언 진위 파악 없이 올해 1월 취임해 2년 임기가 보장된 예술감독에 대해 자진 사퇴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