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산경찰서 부지 사적지 지정 촉구 토론회

1980년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여성 운동가들의 발자취를 기리기 위해 관련 사적지 지정이 필요하다는 토론회가 6일 광주 광산구청 윤상원홀에서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항쟁 당시 계엄군에게 붙잡혀 옛 광산경찰서(광산구 송정동 817-5번지)에 구금됐던 차명숙·박영순·이경희씨 등이 5·18 항쟁 참여 여성을 기리는 사적지 지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옛 광산경찰서에는 항쟁에 참여했다가 붙잡힌 여성들이 주로 구금됐다. 시위대에 먹거리를 전달해준 시장 상인, 아무 이유 없이 억류된 여고생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연행된 여성 수십 명은 반달 형태로 배열돼 있던 유치장 7곳에 나뉘어 갇혀 있었다. 신군부가 지목한 중대 구금자에 한해서는 면회가 금지되는 등 인권 탄압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5·18 당시 거리 방송을 하며 시민들을 규합한 차명숙씨는 계엄군의 집단 발포 이후 광주 한 병원에서 부상자들을 돌보던 1980년 5월 23일 체포됐다.

이후 광산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다가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돼 같은 해 9월 중순 광주교도소로 옮겨졌다.

1980년 5월 27일 옛 전남도청에서 최후 항쟁을 앞둔 시민군을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방송을 했던 박영순씨도 당일 체포 직후 광산경찰서에 구금됐다.

시민들에게 헌혈을 호소하는 거리 방송을 했던 이경희씨도 적십자병원에서 검거돼 광산경찰서에서 가장 오랜 기간인 110일 동안 붙잡혀 있었다.

이 밖에 항쟁 초기 나흘 간 거리 방송에 앞장 서 범시민 항쟁 확산 계기를 만든 고 전옥주(전춘심)씨, 항쟁 당시 시민수습대책위원으로 활동했던 고 조아라 전 광주YWCA회장도 광산경찰서에서 옥고를 치렀다.

항쟁 당시 광산경찰서 고초를 겪었던 박영순·이경희씨는 한 목소리로 사적지 지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씨는 “항쟁 당시 여성들의 활동을 기리기 위한 공간이 사적지로서 마련된다면 많은 동지들이 기뻐할 것”이라며 “함께했던 여성 동지들의 의견을 모으는 공론화 과정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씨도 “여성들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폭도’라는 이름으로 유치장에 구속돼 있었다. 여성들의 의로운 항쟁도 널리 알려져야 한다”며 “여성 운동가들의 5·18 당시 발자취를 기리는 공간이 조성돼 함께 추모·연대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현재 광주 도심 5·18 사적지 29곳을 지정, 관리하고 있다.
/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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