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고배’ 브라질 벽 높았지만 희망은 봤다
포르투갈서 선보인 역전승…원정 16강 대업
‘캡틴’ 손흥민, 세 번째 도전에 환희의 눈물
이강인·조규성·김민재 등 4년 후 성장 기대
벤투호, 4년 동행 끝…새 사령탑 선임도 과제
조별리그 7승, 아시아 국가팀 역대 최고 성적

2022 카타르 월드컵 숫자로 본 한국대표팀

12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22 카타르월드컵 브라질전을 끝으로 여정을 마무리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강호 포르투갈(9위), 우루과이(13위), 가나(61위)와 치열한 승부 끝에 1승 1무 1패, 승점 4점으로 극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6강에서 우승 후보 브라질과 만난 한국은 1-4로 대패하며 카타르를 떠나게 됐다.

◇한국 축구, 희망 쐈다
지난 24일 대표팀은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우루과이와 대회 H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렀다.

우루과이에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레알마드리드에서 세계 최고 수준 미드필더로 성장한 페데리코 발베르데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리버풀에 합류한 다윈 누녜스, 수아레스, 카바니 등 노련한 공격수들까지 포진해 있어 한국이 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우루과이전은 무승부로 끝났다.

지난 28일 열린 조별리그 2차전 가나와의 경기에서는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붙였으나 조던 아예우가 날카로운 크로스로 2골을 실점했다. 후반들어 조규성이 헤더로 잇달아 2골을 터뜨리며 동점에 성공했지만 가나의 쿠두스가 또 다시 골망을 흔들면서 패했다.

가나전 패배로 1무1패가 된 한국은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포르투갈을 이겨야했다.

지난 3일 열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포르투갈은 한국 측면을 뚫으며 경기 초반 손쉽게 선제골을 넣었다. 대표팀은 이에 굴하지 않고 포르투갈 진영으로 전진하며 공격을 이어갔다. 김영권이 코너킥에서 동점골을 터뜨렸고 후반 추가시간 교체 투입된 황희찬이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974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손흥민. /연합뉴스

◇마스크 투혼, 손흥민
캡틴 손흥민은 안와골절 부상으로 마스크를 쓴채 투혼을 펼쳤다. 2014 브라질월드컵부터 2018 러시아월드컵, 이번 대회까지 3회 연속 월드컵에 나섰지만 조별리그를 통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자신의 세 번째 월드컵 무대에서 처음으로 16강에 오르는 결과를 얻었다.

손흥민은 포르투갈과 최종전에서 황희찬의 역전 결승골을 도우며 마음의 짐을 덜었고,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감격과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손흥민은 브라질과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경기에 뛰는 선수들이나, 안 뛴 선수들 모두가 고생해 감명을 받았는데 이 자리를 빌려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또 많은 응원으로 예전에 받지 못했던 경험을 하게 해주신 팬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 앞으로 선수들과 함께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월드컵을 마치며 인사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대한민국 이강인이 볼 드리블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규성·이강인·김민재 ‘4년 뒤엔 우리가 주역’
이번 대회에서는 영건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한국 축구의 더 나은 4년 뒤를 기대하게 했다.

스트라이커 조규성(24)은 황의조의 백업 자원 정도로 여겨졌으나 올해 K리그1에서 17골로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소속 팀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벤투 감독의 부름을 꾸준히 받았고, 생애 첫 월드컵에 출전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교체 출전한 뒤 브라질과의 16강전까지 3경기에 연속으로 선발 출전하며 대표팀 최전방을 책임졌다. 또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한 경기에서 멀티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조규성이 추격골을 넣고 있다. /뉴시스

대표팀 막내 이강인(21)도 처음 나선 월드컵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우루과이·가나전 그리고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벤투 감독은 2021년 3월 일본과 평가전 이후 이강인을 찾지 않았고, 월드컵을 앞두고 치러진 두 차례 평가전에서 단 1분도 뛰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가나전에서는 교체 투입된 지 1분 만에 조규성의 첫 골을 도왔고, 브라질전에서는 이강인의 프리킥이 브라질 수비벽에 맞고 나온 공을 백승호가 골로 연결시키면서 득점 연결에 한몫을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폴리의 철기둥으로 불리는 수비스 김민재(26)의 존재감도 빛났다.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 중 종아리 근육 부상을 당한 김민재는 포르투갈과의 3차전을 제외하고 모두 출전해 위험한 순간순간을 잘 막아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 3차전에서 포르투갈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이젠 아시안컵 향해
호주, 일본에 이어 한국까지 8강 진출이 좌절되면서 아시아 국가의 돌풍도 멈췄다. 역대 월드컵 한 대회에서 아시아 3개 국가가 조별리그를 통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이번 대회에 나선 아시아 국가들은 7승을 합작하며 종전 조별리그 최다 기록인 4승(2002년·2010년·2018년)을 훌쩍 뛰어넘었다. 축구 변방에 머물던 아시아가 세계 무대에서 의미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

벤투 감독도 브라질전을 마치고 한국 대표팀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새 사령탑 선임 과제를 안고 있다. 내년 3월 20∼28일 FIFA가 정한 다음 A매치 기간을 대비해야 한다. 이어 202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비 체제로 들어간다. 손흥민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은 아시안컵에서 정상 탈환에 나서야 한다. 벤투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에 4년은 긴 시간이었을지 모르지만, 더 높은 곳으로 가려면 10년, 20년의 장기적인 투자와 인내가 필요하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지난 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 대한민국의 경기, 한국 벤투 감독이 브라질에 1-4로 패한 뒤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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