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언(전 광주 서구청장)

전주언 전 광주 서구청장

최근 광주 서구 풍암호수의 ‘매립식’ 수질정화 방식에 대해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민선 4기 서구청장을 역임한 필자도 매립식 보다는 호수원형 보존식 수질정화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광주시·서구 공무원, 농어촌공사와 이해당사자인 중앙공원사업자 등 10명내외로 구성된 TF가 여름철 한때 나타나는 국유저수지인 풍암호수의 녹조를 잡는다며 내놓은 수질정화 방안은 지난 3년동안 시민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 없이 사업자 편익을 위한 저수지 매립안이다.

이 과정에서 TF를 운영한 서구는 10여년 전 100억여 원을 투자한 장미원, 야외공연장, 3목교, 산책로 호안석 및 경관조명 등이 철거 이전되는데도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무책임 행정’을 하고, 광주시는 공원화사업 주최자로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매립식안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시관리계획 결정고시로 저수지 용도폐지를 승인해 주었다. 광주시와 서구는 시·구민을 위한 행정을 한건지, 사업자를 위한 행정을 한건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광주시의 결정은 저수지 매입에 300억,대체양수시설에 37억 원을 쏟아 붓게 되고, 저수지는 시에 기부체납 재산이어서 결과적으로 시가 매입한 것이다.

TF는 풍암호수 주오염원을 비점오염으로 보고 이를 막기 위해 비점오염 배제박스를 저수지 바닥에 묻는데 토사를 매립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는 궤변(詭辯)에 불과하다. 산책로에 묻으면 된다.

도시의 오수나 가스 전화선 등은 인도 아래의 공동구를 지나간다. 이는 개선이나 보강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공동구를 열면 된다. 만약 호수바닥의 우수박스가 문제가 생기면 물을 빼야만 가능하다.

여기에 장미공원도 친환경비료를 쓰면 오염이 발생하지 않고, 오염이 발생하더라도 배수관로를 설치해 비점배수관에 연결하면 된다. 20억 원을 들여 이전할 필요가 없다.

산책로 확장도 풍암호수가 갖는 생태적, 문화적, 도시적, 후세적, 기후변화적 관점도 고려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점의 간과와 함께 산책길의 본질적 가치와 지향점을 훼손하게 한다. 산책로는 운동을 목적으로 걷거나 산책을 위한 장소다. 걸으면서 쉬고 위안을 얻는 정적인 길로서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길이 넓으면 동적인 활동들이 유입되면서 산책길이 갖는 본질을 훼손한다. 산책길이 아니게 된다.

결과적으로 수질정화를 명분으로 저수지를 매입하는 것이 고작 담수량을 줄이고 배수박스를 묻기 위해 아파트 사업자 토사처리를 위한 것으로 이는 엄청난 예산낭비요 잘못된 행정이다.

민선8기 광주시는 최근 사회지도층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주민협의체를 구성, 의견을 수렴하는 등 열린 행정을 펼치고 있다. 다만 이런 과정들이 기존안을 확정시키는 형식적인 통과절차가 아니길 바라면서 호수원형을 보존하고 녹조제거만을 바라는 주민의 요구가 이루어지도록 선진기법을 도입한 수질정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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