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는 네 살난 남자 아이다. 그러나 아직 말을 못하며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엄마가 이름을 불러도 잘 쳐다보지 않으며 혼자서 블럭을 일렬로 늘어놓거나 책의 글씨를 보는 일에만 열중한다.
길을 가다가 또래 아이가 지나가도 관심이 없으며 오히려 자동차 바퀴가 구르는 것만 쳐다본다. 하던 것을 못하게 하면 괴성을 지르며 달라들어 막 할퀴어 버리며, 자신이 하는 것을 방해만 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입을 열지 않는다.
얼마 후면 동생도 태어나는데 너무나 또래와 어울리지않아 현오의 엄마는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면 말도 터지고 좀 낫지 않을까 싶어 한 달 전부터 집 근처의 놀이방에 보내고 있다.
하지만 놀이방에서도 현오는 전체가 같이 하는 율동을 전혀 따라 하지 않고 혼자서 책상 밑에 들어가 교구들을 일렬로 늘어 놓거나 아무것이나 글씨만 있으면 신문이건 그림책이건 뚫어져라 쳐다보는 행동만을 반복한다.
놀이방을 나가면서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혼자 놀면서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알이를 하기 시작했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놀이방에서 가르켜 준 노래말을 아주 고음으로 빠르게 중얼거리는 것이다.
그러더니 요즈음은 말을 시키면 특유의 고음으로 “이게 뭐야?"”하면 “뭐야?” 하며 뒷 음절 만을 앵무새 처럼 따라한다.
놀이방 선생님이 아무래도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해 소아정신과를 찾아 놀이관찰, 부모면담 및 심리검사를 받은결과 자폐증으로 진단받았다. 현오는 현재 적극적인 개별치료를 받고 있다.
이처럼 자폐증이란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안돼 다른사람과의 정서적 유대가 맺어 지지 못하고 언어적 및 비언어적인 의사소통 상에 심각한 결함을 보인다. 또 활동과 흥미가 제한돼 있어 반복적이고 상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 자폐증 진단을 내릴수 있다. 대부분 만 3세 이전에 현오와 같은 증상들이 시작되며, 유병율은 인구 1만명 당 약 2∼5명 정도이다. 특히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에게서 4∼5배 정도 더 많이 발병한다. 양육환경에 문제가 있거나 양육자와의 애착이 잘 형성되지 않아 자폐증상을 보이는 반응성 애착장애와 감별진단을 해야한다.
5살 이전에 언어적 의사소통 능력을 획득하고 지능이 높을 경우에 예후가 좋으므로 가능한 한 조기에 발견해 발달 전반에 걸친 다각적인 특수교육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부모가 제2의 치료자가 될 수 있도록 부모교육을 받아 끈기 있게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교육적 개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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