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채는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다. 입학식 날 부터 민채는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운동장에 두 줄로 나란히 서서 앞에서 말하는 선생님의 말씀을 긴장하여 열심히 듣는 다른아이들과 달리 민채는 줄도 서지 않고 여기 저기 돌아 다니며 다른 아이들을 건들거나 장난을 쳤다.
민채의 엄마는 유치원 때 까지만 하더라도 “씩씩하다” “남자답다”라고만 생각하고 민채의 산만한 행동에 대해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초등학교를 입학한 후 부터는 매일 매일이 고난의 연속이었다.
수업시간에 차분하게 앉아있지 못하고 옆에 아이들을 건들고 다니며, 선생님 질문에는 끝까지 듣지도 않고 불쑥 틀린 대답을 해버려 선생님에게 야단 맞기 일쑤였다.
놀이 중에는 자기 차례를 기다리지 못해 도중에 다른 아이들의 놀이에 끼어들거나 방해를 해 아이들 사이에 기피 인물로 찍히기도 했다.
말을 할때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혼자서만 이야기를 독점해 말을 많이 하지만 정작 내용은 두서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흔히 결과를 생각하기도 전에 행동부터 옮기기 때문에 넘어지고 엎어지고 다쳐서 온 몸이 상처 투성이었다.
신학기가 두 달 정도 흐른 뒤 민채의 엄마는 담임 선생님에게 면담하자는 전화가 왔다. 담임 선생은 “민채는 머리는 좋으나 주의가 너무 산만하고, 학습태도가 안좋으며, 친구들과 잘 싸운다”며 전문치료 기관의 상담을 권유했다.
민채의 엄마는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고 거부감이 들었지만 주위 여러 친지 및 친구들과 의논을 해본 결과 민채와 비슷한 문제로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고 용기를 내어 소아정신과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놀이 관찰, 부모면담 및 여러가지 검사 끝에 민채는 ‘주의력 결핍-과잉운동 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현재 집중력을 높여주는 놀이치료및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주의력 결핍-과잉운동 장애’는 초등학교 학생의 약 3∼5%가 해당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며,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하였을 때 약 70∼80%에서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앞서 제시한 문제들을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을 경우 여러가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우선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이 안돼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충동적인 행동으로 또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가 쉬우며, 선생님에게는 수업태도가 안좋고 교실의 학습분위기를 망치는 학생으로 낙인 찍히기도 한다. 아이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문제 인데도 아이가 그 책임을 다 지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쌓이게 되면 아이의 성격이 왜곡되고 삐뚤어져 청소년기에는 비행을 일으키는 ‘품행장애’로, 또 성인이 되어서는 ‘반 사회적 인격장애’로 발전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크면 나아지겠거니 하는 안일한 생각이 자녀의 앞날을 망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 부모들이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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