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대가족 중심의 농·어촌 사회인 우리나라의 산업체계가 급격하게 붕괴된 것은 수많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낮은 노동 생산성을 꼽지 않을수 없다.
많이 들어간 일손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따라주지 않았기에 ‘농촌부자는 일부자’라는 말과 함께 ‘뙤약볕에서 일하기 싫어’ 고향을 등지고, 도시로 도시로 향한 부류가 결코 적지 않았다.
농작물을 가꿀때에도 체계적인 지식없이 경험에 의해 파종하고 거름치고 수확했다. 텃밭에 심는 작물도 ‘씨를 뿌려 놓으면 그냥 자라겠지…’라는 막연한 상식으로 가꿔왔다.
이와같은 전근대적인 농삿일을 개선해보고자 수많은 작목 시험반이 들어서 체계적인 농사방법이 보급돼 식량자급율 100%를 달성했다.
이같은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농촌이 소득을 향상시킨 대표적 기관이 나주 산포농협(조합장 서성렬·65)의 육모사업소다.
언덕배기 하나 없는 드넓은 산포땅에 지난 95년 설립된 이 육묘사업소는 최상의 종자를 발아시켜 싹을 틔운뒤 일선 농가에 묘목을 공급해 오고 있다.
이 육묘사업소가 취급하는 품목은 농업인들이 희망하는 전 작물이 가능하며, 대도시 광주의 인근지역이라는 점에서 수박 멜론 풋고추 호박 가지 토마토 배추 무등이 대표적인 작물이고 연중 가동하고 있다.
우리 식탁에 한겨울에도 풋풋한 상추와 고추가 올라오는 것은 여기에서 자란 묘목이 사시사철 농업인들의 하우스에 공급돼 가꿔져 오기 때문이다.
전국에 150여개의 영농조합법인이나 개인 소유의 육묘사업장 가운데 하나인 산포농협의 육모사업소는 전국 9개의 농협 소유 육묘사업소 가운데 가장 크다.
3천615평의 부지에다 유리온실과 부대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을뿐 아니라 태풍과 많은 적설도 극복할수 있게 설계돼 있다.
유리온실에는 쌍봉천창형(雙峰天窓型)과 벤로형이다.
쌍봉천창형은 글자 그대로 창문이 천장에 달려 여름철 유리온실내 고온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벤로형은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공동집단농장인 키부츠와 모샤브에서 벤치마킹한 것으로 내부온도를 바깥공기와 자동적으로 공조를 이뤄 제어하는 장치다.
선진농업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할 정도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육묘사업소는 연간 1천만주를 생산할 능력을 갖췄으며, 지난해 15억1천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순익은 고작 2천500만원이었다. 농업인들을 위해 염가에 공급한다는 당초 취지를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 7명외에 현장에 50여명을 상주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 고용자들은 농외소득으로 2억5천만원이나 소득을 올렸다.
올해도 이 정도의 수준에서 육묘장을 운영할 방침이다.
산포육묘사업소는 또 공장형 자동화 시스템으로 우량의 묘목을 생산하고, 육묘과정을 분업화와 전문화시켰다는 장점이 있다. 또 농가일손을 해소했을뿐 아니라 생산원가에 의한 실비 분양과 농가의 계획에 의한 안정된 재배로 육묘실패의 위험에서 벗어날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 육묘사업소는 농가가 희망한 작물의 종자를 구해다 소독을 거쳐 포트에 심는다.
해당 작물에 가장 알맞은 흙을 포트에다 고르게 뿌린뒤 종자를 심고 적당히 물을 준다.
이같은 작업은 모두 기계로 이뤄진다. 사람은 옆에서 공정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만을 체크하면 될 정도로 자동화가 완벽하게 구축돼 있다.
품목과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파종된 종자는 적게는 15일에서 길게는 90일동안 육묘사업소에서 길러져 해당 농가에 공급된다. 묘목값이 배추의 경우 1그루당 40원이나 수박은 450원이다.
수박이 비싼 것은 접목을 하기 때문이다. 싹이 난 수박은 박 대목에다가 접목하고 있다. 박에다 접목한 수박이 굵고 질병에 강하고 당도가 훨씬 높게 나타났기에 박 대목을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박씨는 국내산이 아닌 수입산이다. 수입산이 국내 토종 박보다 대목으로써 훨씬 좋기 때문이다.
시련도 많았다.
당초 나주지역 14개 농협이 참여해 ‘나주농협연합 육묘사업소’로 출발한 이 기관은 조합원들의 의견이 각기 달라 당초 목적했던 효과를 내지 못했다. 회원농협들이 한두개의 회원농협들이 탈퇴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 2000년에는 산포농협이 단독 인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산포육묘장의 빼놓을수 없는 장점은 또 실험실과 병리진단실을 운영하며, 조합원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각종 작물의 병리 심험 및 육묘 실험으로 우량 종묘를 보급하고 주 품목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소집교육을 실시, 우수 농산물 생산에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인터넷을 이용한 영농기술과 유통정보, 육묘정보를 제공하고, 친환경 농산물 생산을 위한 적정 시비처방으로 농산물 생산량 증대 및 하우스 농가등의 연작피해 최소화를 위해 올부터 관내외 농가에 대한 토양검증도 실시한다.
이 육묘사업소가 처음 도입단계부터 일을 해온 나종대 상무(47)는 “여기서 묘목을 가져간 농업인들이 수확을 잘했다고 할때가 가장 기분이 좋았고, 본밭에 옮겨 심은 묘목이 잘 자라지 않아 책임을 물을때가 가장 곤욕”이라고 말했다.
서성렬 조합장은 “산포농협은 앞으로 1천여평의 비닐하우스 육묘장을 확대해 조합원들의 보다 많은 주문을 소화해낼 계획”이라며 “비 조합원일지라도 육묘를 신청하면 소액의 수수료만 받고 심을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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