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업인들이 가장 바라는 바는 무엇일까.
묻지 않아도 자식처럼 기른 소나 돼지, 닭 등 가축이 아무런 탈없이 무럭무럭 잘자라 제값 받고 출하하는 것을 손꼽을 것이다.
그럼 가장 귀찮은 일은 무엇일까.
가격파동과 질병확산을 막는 것도 문제려니와 아마도 양축에 있어서 부산물로 쏟아져 나오는 분뇨처리도 무시 못할 상황이다.
순천농협(조합장 황금영·57)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지난 62년 설립돼 4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는 순천농협은 그럭저럭한, 아주 평범한 축협에 불과했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경쟁력만이 살아 남을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피부에 와 닿으면서 기존의 방식을 모두 뜯어 고쳤다.
우선 한우를 브랜드화했고, 한우사육에 쏟아져 나오는 분뇨를 액비(液肥)로 재가공해 농가에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
‘축산분뇨액비화사업’은 지난 2000년 1월부터 시행한 프로젝트로, 가축분뇨의 액비화로 농업적 순환이용 등 친환경농업육성과 축산분뇨처리비용 절감에 따른 양축농가의 경영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순천시내에서 하루 쏟아져 나오는 축산분뇨는 줄잡아 350t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축산농가가 분뇨를 처리하려면 처리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처리업체는 이 분뇨를 탱크로 운반해 비료화 사업을 해야하지만, 일부는 바다에 몰래 버려 사회적 문제를 간간히 일으키곤 했다.
순천축협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t 규모의 11기를 비롯한 총 19개의 액비저장 탱크를 설치하고, 8.5t짜리 액비수송차량, 살포장비 12대를 마련했다.
이 액비는 벼농사는 물론 과수농사에 사용된다.
2만평 이상의 벼농사 경작자에게 우선권을 준 벼농사 액비사업은 순천관내 별량농협과 협약을 맺고 지난해 이 농법으로 생산한 265t의 쌀을 ‘새랑미’라는 브랜드로 시판했다.
작목반 중심의 책임생산제를 도입한 이 농법은 농협에서 지도와 가공, 홍보, 판매를 맡았다. 정부 수매가보다 1천원씩 더 주고 사들인 별량농협은 계약재배를 원칙으로 양질의 친환경 쌀 재배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가축의 분뇨가 고급 비료가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지독한 냄새 해결이 급선무였다.
분뇨를 그대로 방치해두면 지독한 냄새는 물론이거니와 빨리 굳어버려 슬러지가 돼 버리자, 황 조합장은 전국의 우수 축협을 모두 다니며 확인한 결과 ‘브루민’이란 약제를 섞어 두면 냄새제거와 응어리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곧바로 액비탱크에 혼합하도록 지시했다.
순천축협은 그러나 농업인들이 이같은 사실을 믿지 않자, 전 직원을 동원해 1천여 가구에 달하는 축산농가들을 일일이 설득했고, 직원 1명이 15가구 조합원들을 묶어 수시로 찾아 다니며 교육하도록 했다. 또 전 조합원의 사진과 이력, 사육 두수를 기입한 조합원 명단 책자를 발행해 조합원끼리도 항상 조언과 양축기술을 공유하도록 했다.
또 컨설팅에 주안점을 둬 사업계획 작성과 사업타당성 검토, 경영진단 및 분석, 세무, 회계처리, 경영기록, 경영관리, 생산물 판매, 부가가치 향상, 브랜드화, 경영정보ㆍ가격정보 제공 등을 일목요연하게 현장방문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이와함께 게르마늄 성분이 함유된 사료첨가제의 개발과 출하시기 규제, 사육방법, 사육환경의 규격화를 통한 최고의 육질의 한우를 생산하도록 했으며, 우수 조합원들에게 사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조합원 자녀 장학제도를 신설했다.
또 축협 직원들에게는 철저한 성과급제를 도입했다.
액비사업에 성공했다고 판단한 순천농협은 축분비료유통센터도 설치할 방침이다. 수요와 공급에 맞춰 가축분뇨를 이용한 친환경농법을 널리 확대시키고, 정착시킬 목적에서다. 순천축협은 내년 1월쯤 축분비료유통센터 설치자금을 요청한뒤 2개월후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과수 3만5천평을 운영하고 있는 농업인 이기호씨(60·순천시 주암면 행정리)는 “지난해 태풍 ‘루사’ 때문에 눈에 확연히 드러나는 소득은 없었으나, 액비를 살포하는 친환경 농법을 채택하면서 따로 비료대가 들지 않은데다 과일의 단맛과 빛깔이 높아졌고, 수확량도 늘었다”고 말했다.
순천축협은 또 고흥과 곡성 등 인근 7개 시·군을 아우르는 ‘동부한우광역브랜드사업’을 추진, 빈 축사에 한우 위탁사육을 시도하고 있다.
한우에 대해 광역브랜드를 할 경우 평상시 현재 하루 1마리꼴로 도축되는 한우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만 하루 30마리분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조합장은 “순천축협의 한우는 45개소에 상시적으로 납품하는등 그 품질을 충분히 인증받았다”면서 “사육이 더디지만, 축산인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솔선수범해 거세작업에 나선다면 최고의 브랜드로 최고급 한우를 충분히 생산해 낼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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