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대형 유통업체가 나타나기 전에 소비자들의 주된 쇼핑장소는 동네 수퍼나 시장의 단골가게였다. 이 곳에서는 손님과 주인이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관계가 있었다. 가족의 안부나 자녀들의 대학 입학 소식을 묻는 인사도 있고 생일이라고 하면 과일 한 두 개를 덤으로 끼워 주기도 했다.
그러나 구멍가게가 대형 슈퍼마켓으로 바뀌고 백화점과 할인점 중심으로 변화되면서 이러한 관계는 사라지고 말았다. 고객은 그저 필요한 상품을 싸게 구입하면 되고 유통업체는 많이 팔아서 이윤을 남기면 되는 관계만이 남았다.
이처럼 대량 생산 체제와 매스 마케팅에 의해 사라졌던 기업과 고객간의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이 요즘 백화점 업계의 주된 관심사가 되고 있다. 거래 관계보다 인간적인 유대(Relation-ship)와 신뢰를 더 중시하자는 움직임이다. 고객을 제품을 팔아야 하는 대상에서 기업과 함께 발전하는 동반자 관계로 인식하고 고객과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여 자연스럽게 수익이 창출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세계적으로 최고의 서비스 수준을 자랑하는 미국 백화점 노드스트롬의 단골 고객들에 대한 개별화된 서비스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드스트롬을 입사하는 모든 사원들에게는 규격화된 개인 고객 수첩이 제공되고 여기에 자신이 관리하는 모든 고객들의 정보를 꼼꼼히 기록한다. 이름과 주소 등 기초적인 정보 외에도 신체 치수나 이전 구입품, 메이커 선호도, 취향 등 판매와 관련된 특기 사항 등이 기록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별로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과 판매 효율성 제고가 가능해진다.
경쟁사의 고객을 뺏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일순간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만 가질 뿐 궁극적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만들지 못한다. 이제는 예전 동네 가게에서 느낄 수 있었던 인간적인 냄새가 풍기는 매장을 만들어야 한다. 서비스를 높인다고 웃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고객의 생애가치(Lifetime Value)를 높일 수 있는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끝>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