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 스탠리 피셔 수석 부총재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차관이 공식 추천돼 그동안 물밑에서만 진행되던 IMF 신임 총재 선출 작업이 수면으로 떠올라 발빠른 행마를 보이게 됐다.
IMF는 3기째 임기가 오는 2002년 1월에 끝나는 전임 미셸 캉드쉬 총재가 조기퇴진하고 지난 14일 피셔 부총재의 대행 체제를 출범시켰으나 이번에 후임 총재 선출 문제가 공론화됨으로써 대행 체제를 조속히 마감해야 할 입장이다.
주세 페드로 데 모라이스 이사(앙골라)가 22일 개도국 그룹인 G11을 대표해 ‘향후 5년간’ IMF를 이끌 새 총재로 피셔 부총재를 전격 추천하고 일본의 요시무라 유키오 이사도 사카키바라 전 차관을 서둘러 내세운 것은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질질 시간만 끄는 유럽연합(EU)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일은 카이오 코흐-베저 재무차관을 새 총재로 내세우려던 구상이 미국의 반대와 프랑스와 영국의 시큰둥한 반응에 부딪혀 진척을 보지 못했으나 다음주 초까지는 EU 국가들의 동의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IMF는 다음주 말께부터 이들 3명의 후보를 놓고 비공식 비밀 무기명 선호도 조사(secret ballot straw poll) 등을 통해 24개 이사국의 이견 절충을 시도하겠지만 미국, EU, 일본, 개도국 등의 입장이 서로 달라 의견 집약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금융기구의 양대 산맥인 IMF와 세계은행의 총재는 유럽과 미국이 각각 나눠 맡는 게 지금까지의 암묵적 관행이지만 미국은 코흐-베저 차관의 세계은행 근무 실적이 신통치 않다며 ‘피셔 총재안’을 들고 나와 유럽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있고 일본은 일본대로 ‘차기를 겨냥해’ 입지 강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제 4의 후보인 기권이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입김이 가장 센 미국이 손을 들어주는 후보로 낙착되겠지만 미국이 욕심껏 ‘피셔 총재안’을 고집하다가는 유럽과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점을 고려해 1회전에는 기권표를 던지고 일단 눈치작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후보들이 확정되면 물살이 빨라지겠지만 아직은 이사회 일정도 못잡고 있고 “투표에 들어가자”는 요구도 선뜻 나오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다.
우리나라로서는 IMF 프로그램의 가장 대표적 성공 사례로 항상 한국을 꼽고 있고 한국 정부 인사들과의 안면도 많은 친한파인 피셔 부총재가 신임 총재로 선출되면 나쁠 것은 없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피셔 부총재는 지난 43년 짐바브웨 태생으로 영국에서 수학한 후 미국에서 학자로 이름을 날리다 지난 94년부터 IMF 부총재를 맡고 있으며 귀화한 미국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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