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미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로버트 스칼라피노(80) UC버클리대 명예교수(정부학)는 25일 미 로스앤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주 공립대학인 UCLA에서 김대중대통령의 지난 2년간 정책에 관해 소견을 밝혔다. 다음은 특파원들과 가진 회견 요약.
-김대중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외교정책이 가장 큰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2년간 대미관계가 상호신뢰 측면에서 개선돼 왔고 중국 및 러시아와 접촉도 빈번했다. 김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대일관계에서 성공작이었다. 몇몇 문제점들이 있지만 1945년이후 가장 강대국들과 관계가 좋은 정부다. 또 경제가 회복됐고 현재로서는 전망도 좋은 편이다.
-햇볕정책에 대한 견해는
▲햇볕정책은 △북한 위협으로부터 안전보장 △북한 자극 포기 △북한과 화해노력 3가지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많은 한국과 미국의 비판가들은 채찍없이 당근만 많이 주면서 북한을 달랜다고 주장한다. 햇볕정책에 대한 북한의 태도는 확실히 비판적이다. 북한은 햇볕정책을 우회적으로 북한의 주체성이나 이념을 해치는 또다른 방법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지난해 3억3천만달러를 기록한 교역이나 합작사업 증가, 남한의 자본 제공과 북한 노동력 이용, 스포츠·문화·음악 부문의 교류증대 등을 볼 때 그동안 남북 경제교류는 매우 커다란 성과가 있었다. 내 견해로는 정부 대 정부 관계는 북한 체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고 본다. 경제와 문화부문에서는 계속 활발한 교류가 이뤄질 것이다.
-북한 붕괴 가능성은
▲북한의 급격한 붕괴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북한 정부가 위로부터 철저히 통제하고 있으며 김정일과 군부의 밀착관계도 현재로서는 아주 안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변화가 필요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북한은 점점 경제변화의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현재도 그런 증거는 많이 있다. 여러 측면에서 북한은 혁명적 사회라기보다는 전통적 사회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철저한 고립주의와 군주세습제 등 전통적 잔재들이 많이 남아 있다. 북한의 가장 큰 도전은 다름아닌 현대화에 있다고 본다.
-미·북 관계 정상화는
▲지금은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게 중요하다. 영구적 평화를 위한 평화협정, 군비축소, 미·북관계정상화 등은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북한이 역내 당사국으로서 더 능동적이 돼야 하고 세계와 교류에도 적극 참여한다. 이런 북한의 활동은 북한주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의 보고서가 명확히 밝힌 대로 북한이 위협 요소를 줄이고 미사일개발시험을 중지한다면 미국도 경제제재 해제나 관계정상화를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많은 일들이 출발은 좋은 듯했으나 종종 돌발사태로 좌초됐다. 바로 이점이 내가 월·수·금요일에 낙관하다가도 화·목·토요일에는 확신을 갖지 못하는 이유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차이점은, 또 남북관계 변화 가능성은
▲무엇보다도 김정일의 군부 우선주의와 그 밀착을 들 수 있다. 아버지가 세워높은 절대 권력을 그대로 세습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일이다. 김정일과 김일성은 인격적으로도 다르다. 김일성은 외향적이어서 외유를 많이 하는 편이었으나 김정일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북한의 어떠한 급속한 붕괴 조짐은 없다. 전쟁이나 분쟁도 없을 것으로 본다. 남북관계의 미래는 희망적이다. 왜냐하면 북한의 분명한 목적은 생존(survival)이지 자살(suicide)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견해로는 남북관계는 분쟁도 붕괴도 아닌 점진적 개선이다.
-21세기 한국을 전망한다면
▲한반도가 21세기 어느 시점에서는 통일되리라 본다. 언제 어떻게 등은 예측하기 어렵다. 농담같지만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이미 동북아에서 활발히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합작차원에서 중국에 진출해 있다. 한국과 산둥(山東)성은 경제협력체로 발전되고 있다. 지린(吉林)성도 마찬가지다. 이런 한·중관계의 일면을 지금 남북관계에서도 볼 수 있다. 이런 협력관계는 동러시아 및 일본 서부지역으로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경제적으로 더욱 넓은 영역을 가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평화가 유지되며 이념적 차이는 줄어들 것이다. 그런 움직임도 간파된다. 중국도 정통 마르크시즘에서 유연한 권위주의체제로 이동하고 있다. 몇십년안에 모든 국가들이 민주화되기 어렵겠지만 이념적 차이는 줄어들 것이다. 한국은 이 지역에서 다양한 제도를 구축하는 데 선봉이 될 것이다. 한반도 문제로 지금 한·미·일 3자 협상이 진행중이다. 중국·러시아·몽골을 포함한 동북아지역의 점진적 대화도 공식·비공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의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확실히 지역주의(regionalism)는 민주주의의 장애물이다. 토론은 현안이나 원칙에 의해 행해져야지 자신이 출생한 지역에 따라서 행해져서는 안된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아직 일천하지만 지난 10년간 장족의 발전을 했다. 몇년전까지지만해도 권위주의적 체제였다. 지역주의는 젊은 세대들이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 타지역으로 활발한 이주와 접촉이 이뤄지고 한국에 대한 자부심과 세계의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가지면 극복될 수 있다. 이는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제도는 민주적이지만 인성(personality)은 여전히 권위주의적이다. 정치에 있어 민주적 인성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 인격적으로 심하게 공격하는 것이 한국뿐만은 아니지만 한국정치에서 갈등을 줄이는 것 또한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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