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21) 상주목사
2021-04-20 정희윤 기자
<제4화>기생 소백주 (121) 상주목사
그림/이지선(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그러나 이렇게 목숨은 용케 부지하였다손 치더라도 그 추저분한 치욕에 창피한 일이 저들 부부의 입 밖으로 새어나갔다가는 무슨 일거리가 없을까 하고 항상 범(虎) 눈으로 꼬나보고 있는 드세고 거친 푸른 청죽 같은 카랑카랑한 선비들에다가 진기한 굿 만난 양 참지 못하고 불개미 떼처럼 찢고 부수고 덤빌 무지렁이 백성들의 사나운 입까지 더해져 온 세상 가득 눈덩이처럼 불어나 무수히 쏟아질 온갖 추악한 악소문과 맹렬한 비난에 휩싸여 종국에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수치를 당할 것을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지고 등줄기가 서늘하게 한기가 들솟는 것이었다.
“으 으음! 어 어서 이리와 앉으시게!”
이정승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마른 입술을 달싹거리며 더듬더듬 말했다.
“예! 정승나리.”
김선비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어 어흠! 자 자네 무슨 벼슬이 하고 싶은가? 허심탄회하게 말해보시게나?”
이정승이 김선비가 자리에 앉자마자 몹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무턱대고 말했다. 당장에 저 입에다가 한번 물면 절대로 열리지 못할 커다란 떡을 얼른 물려주어야겠다고 이정승은 생각했던 것이다.
“아이고 정승나리! 학식도 변변찮은 제가 무슨 벼슬 따위를 다 바라겠습니까!”
김선비가 이정승의 눈치를 살피며 정색을 하며 말했다.
“이 사람아! 전에 내게 와서 벼슬자리 하나 봐달라고 삼천 냥이나 주었지 않은가! 내 이번 기회에 그 소원을 들어 줄 것이니 마다하지 말고 얼른 말하시게!”
이정승이 다그쳤다. 저 입에 반드시 크나큰 떡을 물려주어야 안심이 될 듯싶었다. 물끄러미 이정승을 바라보고 있던 김선비가 말했다.
“정승나리, 정 그러시다면 저에게 상주목사 자리나 하나 내려주십시오. 제가 상주 사람이니 상주 백성을 위한 정의롭고 참된 목민관이 되어 제 고향을 한번 온 힘을 다해 잘 다스려 보겠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