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 취득세 지원 합의는 무슨…광주시의회 뿔났다

광주시, 지원 방침 공식화 “시의회와 사전 조율됐다” 조례 개정 키 쥔 의회 반발 산건위 “市 간부가 취지만 설명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 유감”

2021-10-13     정세영 기자

 

캐스퍼, 광주시청에 첫 오프라인 전시관 개장
지난 9월 29일 광주광역시청 시민홀에서 열린 캐스퍼 차량전시관 오픈 행사에서 이용섭 광주시장과 참관 대학생들이 전시된 블루색 차량 주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광주광역시가 글로벌모터스(GGM)가 생산하는 경형 SUV ‘캐스퍼(CASPER)’를 구매하는 광주시민에게 취득세를 지원키로 한 가운데 정작 지원근거가 되는 조례를 개정해야 하는 광주시의회가 단단히 뿔났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취득세 지원과 관련, 시의회와 조율했다고 밝혔으나 실질적으로는 관련 부서에서 구체적 조율이 없었는데 마치 의회가 합의한 것처럼 발표됐기 때문이다.

13일 광주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이용섭 광주시장은 전날 출입기자들과 차담회를 통해 “캐스퍼가 연착륙하는데 큰 성원을 보내주신 시민들에 대한 작은 보답 차원에서 캐스퍼를 구매한 광주 시민들에 대해 취득세 전액을 시에서 부담키로 했다”고 밝혔다.

경차에 대한 취득세는 차량가의 4%로 최대 50만원까지 경감토록 돼 있는데 1대 당 경감 한도액인 50만 원을 제외한 차액분을 시에서 모두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캐스퍼의 경우 기본사양이 대당 1천370만원, 풀옵션은 2천130만 원으로 취득세는 50만 원을 감면한 뒤 남은 차액을 차량 사양에 따라 5만4천~35만2천 원을 지원한다. 조례가 개정되면 이미 구매를 약정한 광주시민에게도 소급해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경차 등록현황을 토대로 올해 수요를 500대로 예측하고 1대당 평균 20만 원의 지원액을 잡아 1억 원의 예산을 계상하고 내년부터는 연간 2천500대로 환산해 5억 원씩의 예산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기존 ‘광주형일자리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상생형 지역일자리로 선정된 기업이 생산 제품의 판매 촉진을 위해 구매자에게 예산의 범위 내에서 재정적 지원할 수 있다’는 지원 근거를 넣는다는 복안이다.

시는 다음달 1일 열리는 시의회 정례회에서 조례 개정을 목표로 시의회의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조례 개정의 키를 잡고 있는 시의회의 사정은 달랐다. 해당 상임위인 산업건설위원회는 구체적 조율이 없었는데 시의 일방적 발표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해당 상임위인 산업건설위원장에게 관련 실·국 간부가 전화상으로 캐스퍼 경차 취득세를 지원하려 한다며 취지 정도를 한 차례 언급한 적 있지만 구체적 지원액이나 예산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은 협의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이정환 산건위원장은 “해당 실·국 간부가 전화로 언급하긴 했지만 아직 상임위 소속 의원들과 한번도 교감이나 회의가 없었는데 시의회와 조율이 끝난 것처럼 공식화해 난감하다”면서 “시민에게 취득세 지원을 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고 취지는 공감하지만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의원들이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섭 시장의 취득세 지원 발표 후 뒤늦게 시 고위간부가 서둘러 이 위원장을 찾아가 자세한 자료와 함께 설명을 했지만 의원들의 속내는 여전히 불편하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산건위원장을 비롯한 의회 상임위와도 협의가 됐다고 실·국에서 보고를 받은 뒤 이 시장이 직접 의장을 만나 취득세 지원에 대해 설명을 하고 협의를 한 것으로 안다”며 “시의회와 모두 합의를 마쳤다는 표현에 의원들이 불쾌해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