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설 특집]막 오른 자치분권 시대…주민 참여 폭 ‘활짝’
32년만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전면 시행 조례 제·개정, 의회에 주민이 직접 청구 의장 인사권 행사…지방의회 독립성 강화 국가 주요 정책 결정에 지자체 참여·협력
32년 만에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이 13일부터 전면 시행되면서 ‘자치분권 시대’가 막을 올렸다.
이번 법 개정으로 주민참여가 강화되고 주민이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의 주체로 거듭나게 됐다.
특히 지방의회의 역할이 확대됐고 중앙정부 중심에서 중앙-지방 정부와 협력이 강화됐다. 개정 초기이지만 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대한다는 데 있어 지방분권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치분권’의 새 지평을 연 2022년. 무엇이 달라졌는지 소개한다.
◇지방자치 패러다임 ‘주민 중심’=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목적과 주민의 권리에 관한 규정에 ‘주민 참여’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주민참여가 지방자치의 기본 원리로 인정받고, 주민이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의 주체로서 거듭나게 됐다는 뜻이다.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는 ‘주민조례발안제’다. ‘지방자치법’에 근거를 둔 ‘주민조례발안법’을 별도로 제정해 주민이 의회에 직접 조례안의 제정, 개정, 폐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조례발안·주민감사청구의 인구 요건을 완화하고, 참여 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등 주민참여의 폭을 대폭 넓혔다.
주민감사 진행에 필요한 청구인 수 규모도 시·도 300명(기존 500명),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200명(기존 300명), 시·군·구 150명(기존 200명) 이내에서 지자체 조례로 정하는 수 이상으로 완화되는 등 주민들의 참여가 확대된다.
주민이 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에 투표를 통해 참여하는 주민투표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자서명청구제도 도입, 개표요건 폐지 등도 추진된다. 지난 6일 국회 행안위를 통과해 법 개정을 앞두고 있다.
◇지방의회 권한·독립성 강화=지방의회의 권한과 독립성이 강화된 점도 법 개정의 핵심 중 하나다.
특히 시·도지사가 가졌던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임용권을 의장이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전입, 전출, 승진 등 인사권 전반에 관한 권한이 의장에게 귀속되면서 의회와 본청이 각각 별개의 기관으로 독립성을 유지하게 된다.
자치입법·예산심의·행정사무감사 등을 지원할 ‘정책지원 전문인력’도 도입한다. 지방의회는 2023년까지 의원 정원의 절반까지 단계적으로 정책지원관을 충원할 수 있다.
정책지원관의 경우 광주시의회 11명·전남도의회는 28명 충원하게 되는데 올해는 의원 정원의 25%인 5명, 14명을 각각 신규 임용할 수 있다.
또 지방의회 윤리특별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해 책임성을 확보했다.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의견 청취도 의무화했다.
지방의원 겸직금지 대상을 구체화하고 시의원의 경우 겸직신고 현황을 홈페이지를 통해 연 1회 이상 공개토록 했다.
◇중앙-지방정부 협력 확대=중앙정부 중심이던 예전과 달리 중앙과 지방정부간 협력 관계가 정립된다.
지방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 지방의 주요 주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대통령과 국무총리, 시도지사, 중앙행정기관장 등이 참석한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설치 운영한다.
지방소멸 위기 대응에도 상호 협력한다.
행안부는 지난해 10월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최초로 지정·고시했고, 올해부터 10년간 매년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인구감소지역에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의 직접 주도보다는 자치단체에서 인구감소 대응 전략을 맞춤형으로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한다.
일자리·주거·교육·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컨설팅을 시행해 지역 역량 강화도 지원한다.
◇지자체, 준비 어떻게…과제는=각 지자체는 자치분권에 대응해 지난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후속 조치 계획을 수립하고 자치법규 제·개정 등을 완료했다.
광주의 경우 자치법규 67건의 제·개정을 마무리했다. 지방분권협의회를 꾸려 추진계획 수립·시행, 정책과제 개발, 평가 등을 이행했다.
광주시는 단체장 인수위원회 조례 등 6개 조례에 대해서는 오는 3월까지 입법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반면 법 개정에 따른 과제도 남아 있다. 지방 의회 인사권 독립으로 의회 내부 폐쇄적인 인사로 적체가 발생할 수 있고 집행부에 비해 승진 등에서 뒤쳐질 수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역량 있는 공직자들은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지방의원 2인당 1명 꼴로 뽑게 되면 국회의원 보좌관·비서관처럼 개인 비서 역할이나 자신의 개인적인 일 처리에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앙정부와 지방간 협력이 확대되며 지방 분권의 기틀은 마련했으나 가장 중요한 재정분권은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지방에서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현대 8대 2지만 선진국 수준인 6대 4 이상으로 늘리고, 지방세 구성에서 재산세 비중을 낮추고 소비세와 소득세의 비중을 높이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