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을 넘어’…우크라이나 고려인 후손 또 광주왔다

남아니따 양, 인천공항 통해 입국 러시아 침공피해 터키 경우 도착 최마르크 군 이어 두 번째 한국행 지역사회 인도적 지원도 뒷받침

2022-03-22     김명식 기자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후 헝가리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동포 아니따 양이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할머니 남루이자씨 품으로 달려가고 있다. 아니따 양은 광주 고려인마을 주선으로 이날 입국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후 헝가리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동포 아니따 양이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할머니 남루이자씨와 만나 기뻐하고 있다. 아니따 양은 광주 고려인마을 주선으로 이날 입국했다. /연합뉴스

“할머니!”

2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우크라이나 출신 동포 남루이자(56·여)씨와 손녀 남아니따(10) 양은 ‘공포와 불안, 초조감’의 연속이었던 지난 날의 악몽을 한꺼번에 떨쳐버렸다. 전쟁 발발 이후 사선(死線)을 넘나들었던 혈육의 따뜻한 체온을 확인하면서다. 이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보듬고, 얼굴을 몇번이나 쓰다 듬으며 ‘무사귀환’을 눈으로 확인한 뒤 그제서야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아니따 양은 이날 광주고려인마을의 도움으로 우리나라에 입국했다.

이번 입국은 우크라이나 출신 광주 거주 고려인의 가족이 전란을 피해 우리나라로 찾아온 두 번째 사례다. 앞서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온 최마르크(13) 군은 루마니아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고, 다시 터키를 경유해 이달 12일 인천으로 들어왔다.

아니따 양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그야말로 악몽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가족과 함께 루마니아, 헝가리 국경을 넘으며 피난길에 오른 아니따 양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도착 이후 단기방문(C-3) 비자를 발급받았다. 이후 광주 고려인마을의 경비 지원 덕분에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함께 입국한 다른 고려인 동포가 인천공항까지의 여정 동안 아니따 양을 돌봤다.

아니따 양은 조부모, 아버지가 거주하는 고려인마을에서 당분간 지낼 예정이다.

무엇보다 고려인마을의 인도적 지원은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광주 고려인마을에 연고를 둔 우크라이나 출신 동포 30명이 루마니아, 헝가리 등에 흩어져 한국으로 피신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을 돕기 위해 모금 운동을 전개 중인 고려인마을은 한 사람당 100만원까지 경비를 지원 중이다.

고려인마을에는 우크라이나 출신 동포 250여 명이 살고 있다.

이들이 터전을 마련한 광산구의 시민단체, 기업, 기관, 주민 등은 ‘평화 성금’ 1억원을 모아 고려인마을을 통해 주한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전달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지역 시민사회도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을 돕기 위한 기금을 모아 광주 고려인마을에 전달했다.

외교부는 법무부와 협의를 통해 현지 정세가 안정화할 때까지 우크라이나 출신 동포, 그 가족의 사증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

신조야 광주 고려인마을 대표는 “아직 우크라이나에서 못 나오고 있는 동포들이 너무 많다. 특히 남쪽은 아예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하루 빨리 모국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힘 닿는데 까지 돕겠다”고 말했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