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풍산홍씨(豊山洪氏) 창애공파 종가 / 나주계은고택 [101]

한류콘텐츠 보물창고 광주·전남 종가 재발견 고려 국자직학 홍지경 시조 대제학 등 문장가 배출 노사·송사 학맥이어 후학양성 문집 등 2천여 자료 보존 힘써

2022-03-31     서정현 기자

명촌 은거한 학자 후손…문집·한옥 한류 보존

종택 사랑채

전남 나주 봉황산 자락에는 지석천이 흐르는 나주평야를 바라보고 전통한옥이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내는 도래마을이 있다. 기묘사화의 화를 피해 입향한 선비의 후손들은 대대로 학문에 전념했다. 구한말 격동의 시기에 유학의 학맥을 잇기 위해 학문하고 교유하며 기록을 남겼던 선비의 절개를 느낄 수 있는 고택 문화재들이 즐비한 마을이다. 이곳에서 세거하며 500여년을 지켜온 풍산홍씨(豊山洪氏) 창애공파 종가를 찾아 가문의 내력을 알아본다.

◇시문 이름난 문장가 홍간
풍산홍씨는 고려 고종 때 문과에 장원급제하고 국자직학을 지낸 홍지경을 시조로 모신다. 그는 벼슬을 마치고 경북 풍산(안동 풍천)에 정착해 그의 후손들이 풍산을 본관으로 세대를 잇고 있다. 그의 아들 홍간(?~1304, 호는 홍애)은 시문에 능한 문장가로 문과급제하고 도첨의사인, 지제고를 역임했다. 이제현의 역옹패설, 허균의 성수시화, 홍만종의 소화시평 등에서 그의 시를 극찬했고 홍애집을 남겼다. 3세 홍유는 문과급제해 밀직사를 거쳐 진현관, 보문각, 춘추관의 대제학을 두루 역임했다. 4세 홍연은 문과급제해 보문각대제학을 거쳐 지금주사, 사자금어대를 지냈다. 5세 홍구는 생원시에 입격하고 숭의교위, 용기순위사 우령낭장을 지내고 낙향 중에 경기 고양 벽제에 정착했다. 6세 홍이는 생원시에 입격하고 남평현감을 역임했고, 그의 아들 홍수는 생원시에 입격하고 성균전적, 성천부사를 역임하던 중 단종 폐위에 반대해 나주 노안 금안동에 은거했다. 그가 나주에 입향함에 따라 동생 부자인 홍계와 홍치가 나주와 능주에 이거했다.

◇사화·옥사 피해 은거 입향
8세 홍귀지는 생원시에 입격하고 금성6장가, 호남8영시에 수록된 명시를 남겼다. 9세 홍한의(1482~1549)는 생원시에 입격하고 기묘사화의 화를 피해 남평 도래마을에 은거했다. 그의 손자인 11세 홍민언(1537~1626, 호는 호은)은 효행이 깊고 율곡 이이, 중봉 조헌의 문인으로 초야에서 학덕을 쌓다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홍민성, 최후립, 최홍립 등과 함께 의병창의했다. 금산의 조헌 의병군으로 합류하기 위해 진군하던 중 스승의 순절 소식을 듣고 남원 운봉 전투, 남평 지석강 전투에서 활약했다. 정유재란에도 병량을 모아 관군에 힘을 보탰고 사복시주부에 제수됐으나 계축옥사에 화를 입었고 복권돼 나주에 귀래당을 짓고 학문과 후학양성으로 여생을 보냈다. 홍민언의 둘째아들인 12세 홍시정(1574~1628, 호는 창애)은 학행으로 선무랑 헌릉참봉에 제수됐으나 벼슬에 나가지 않고 학문하다가 이괄의 난에 임회와 함께 의병창의 했으며 창애집을 남겼다. 그가 창애공파를 열었다. 17세 홍수원(1702~1745, 호는 주은)은 학덕을 쌓아 시문집을 남겼고 그의 아들 홍봉주(석애), 홍현주(이락), 홍정주(졸와) 등의 유고를 한데 모아 주은세고가 전해진다.

18세 홍봉주(1725~1796, 호는 석애)는 미호 김원행의 문하에서 공부해 문과급제하고 권지승문원부정자, 사헌부지평, 형조참의, 동부승지 겸 경연참찬관, 춘추관수찬을 역임하고 석애문집을 남겼다. 19세 홍익진(1766~1801, 호는 남애)은 몽촌 김종수의 문하로 별시 입격하고 정조로부터 시권을 하사받았고 ‘농정소’를 올려 영릉참봉에 제수됐으나 나가지 않고 후학양성에 매진했다. 행주기씨와 결혼해 인척관계를 맺었고 홍정식, 홍규식 등 후손들은 노사 기정진 문하에서 학문과 사상을 이으며 호남 문인들과 교유할 수 있었다.

◇충의·효행 실천한 가통 계승
22세 홍규식(1871~1945)은 송사 기우만의 문인으로 한말 의병으로 활약했다. 23세 홍복희(1901~1977, 호는 우남)는 격변기 유학전통을 고수하기 위해 유학자와의 왕복서간, 서원 사우 안내장 망장, 개인문집 등을 수집했다. 후손들은 시권, 상소, 교첩, 간찰 등 고문서, 과거시험준비서, 항약절목을 비롯한 고문집 등 자료 2200건을 보존해 국역하도록 기관에 기탁했다. 효행으로 알려진 인물은 홍민언, 홍현주, 홍두진, 홍기면이다. 홍수원(주은세고), 홍봉주(석애문집), 홍익진(남애집), 홍규식(석천유고), 홍복희(우남시문집,수연하첩), 홍석희(풍홍보감, 성남만록, 세장진필) 등이 유고 문집을 남겼다. 종가와 문중은 홍대식의 계은고택을 비롯 홍기웅가옥(중요민속자료 제151호), 홍기헌가옥( 동 제165호), 홍기창가옥(전남민속문화재 제9호), 홍기종가옥(동 제10호) 등 고택을 유지하고 양벽정을 비롯한 선조가 남긴 유적을 보존하며 학덕 계승에 힘쓰고 있다.  / 서정현 기자sjh@namdonews.com / 최성은 사진제공

종택전경
문간채
계은정
사당
양벽정
영호정전경
계은정현판
양벽정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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