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고려인과 함께"…광주 북구 간부공무원들의 의미있는 ‘첫발’

사무관 9명, 우크라 탈출 고려인 항공권 마련 비용 450만원 지원 홀로 한국 온 소녀 사연듣고 결정

2022-04-10     김명식 기자

 

사무관 승진 임용장 받는 광주 북구 공무원./광주 북구 제공

광주 북구청 사무관(5급) 승진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난민 고려인을 지원하기 위해 단체 기부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 북구와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최근 북구청 사무관 승진자 9명은 각 50만원씩 총 450만원을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의 항공권 구매에 사용해달라고 고려인 마을에 기부했다. 올해 초 5급 사무관에 승진해 구청 과장, 동장 등 간부 공무원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이들은 사회에 이바지하는 일을 찾다가 고려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승진한 북구 사무관들은 지역사회에 기여할 뜻깊은 기부처를 찾다 홀로 귀국한 우크라이나 소녀의 사연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 우크라이나 출신 동포 남루이자(56) 씨의 손녀인 남아니따(10) 양이 지난달 22일 홀로 조부모가 있는 한국으로 피란 온 뉴스였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할머니의 품에 안기는 남양의 모습을 보고,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오지 못한 고려인들이 상당하다는 소식에 광주 북구 승진자들은 기부를 결심했다.

고려인 마을은 북구 승진자들이 기부한 돈으로 곧바로 항공권을 구매해, 한국으로 피란길에 나서는 고려인들에게 보내고 있다.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항공권과 정착금 지원 모금 운동으로 9천500만원 이상이 모금됐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항공권 15매, 광주YMCA 250만원, 고려인마을법률지원단 150만원 등 단체와 개별 기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무원의 단체 기부는 북구가 처음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려인마을 측은 모금 운동으로 모인 기금으로 개인당 항공 경비 100만원씩 지급하고, 피란민이 광주에 도착한 이후에는 가구당 원룸 보증금 200만원과 두 달 치 방값 등 정착을 지원 중이다.

고려인마을의 지원을 받아 한국에 입국했거나, 입국 예정인 고려인들은 모두 83명에 달한다.

루마니아, 폴란드, 독일, 슬로바키아 등에서 한국 입국을 기다리는 동포는 125명으로 파악됐다.

기부에 참여한 광주 북구의 한 공무원은 “홀로 귀국한 고려인 손녀를 보고 자신의 가족과 한국전쟁을 겪은 우리 선조를 떠올리며 가슴 아파한 동료 공무원이 많았다”며 “작은 정성이지만, 지역을 넘어 전쟁의 참화를 겪은 동포를 돕는 일로 간부 공무원의 첫발을 내디뎌 뜻깊다”고 전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