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창사 25주년 기획] 100년 학교를 찾아서-프롤로그
‘100년 학교’서 더 큰 백년대계를 그린다 광주 11·전남 58곳 100년 역사 교육·문화 등 값진 자산 보유 인구절벽·도심공동화 여파 통·폐합 위기 처한 학교 이어져 특색 교육·지자체 협력 통해 사회 변화 선도 등 새 출발 교육자산 문화콘텐츠화도 “미래 교육 방향 제시 희망”
<프롤로그>
국가와 도시의 존립을 위협하는 ‘인구절벽’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명대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미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광주와 전남의 경우 계속되는 인구 유출과 초고령화까지 더해져 시·군·구 대부분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학령인구도 줄어들면서 ‘학교 위기’가 현실화된지 오래다. 광주의 2022학년도 학생수(유·초·중·고·특수)는 19만1천328명으로, 10년전인 2012년학년도 25만8천832명에 비해 6만7천504명이 줄었다. 전남은 폐교 통폐합 학교들이 매년 나타나고 있다. 전남에서는 최근 3년간 본교와 분교를 합한 폐교 수는 10개나 된다. 현재 속도라면 머지않아 학교없는 지역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감도 나온다.
개교 100년 이상인 학교(100년 학교)들도 예외는 아니다. 광주·전남지역 초중고 가운데 올해로 개교 100주년 이상인 학교(100년 학교)는 모두 69곳이다. 광주 11곳, 전남 58곳이다.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는 1896년 개교한 서석초다. 전남에서는 서석초와 개교 연도가 같은 영광초로 올해로 개교 126주년이 됐다. <표 참조>
100년 학교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개교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외세 침략과 전쟁 포화 속에서도 국가의 동량을 양성해 지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지는 데 주춧돌을 놨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교육계 격언처럼 지역민들은 헐벗고, 굶주리면서도 십시일반으로 학교 발전기금(육성회비)을 조성했다.
또 오랜 역사를 간직한 학교 건물은 문화재로 지정돼 재학생과 동문은 물론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있다. 학교가 위치한 마을과 지역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지역공동체를 견인했다. 100년 학교에는 민족의 꿈과 희망, 땀과 애환이 많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100년 학교 일부는 산업화와 도시화, 도심공동화, 저출산 등 소용돌이에 휘말려있다. 서석초와 중앙초 등은 1980년대 전체 학급수 90개, 전체 학생 6천명에 달했다. 현재 서석초는 전체 학급수 8개, 학생 수 150명에 불과하다. 중앙초는 전체 학급수 6개, 학생 수 32명 규모다.
전남 화순 동복초(개교연도 1909년·전체 학급수 6개· 학생 수 21명), 장흥 장평초(1918년·6개·24명), 강진 병영초(1913년·6개·28명), 해남 현산초(1918년·6개·23명), 구례 광의초(1920년·6개·29명) 등은 전체 학생 수가 30명 이하다. 교육부 학교 통폐합 기준인 학생수 60명 미만인 소규모 학교가 된 것이다.
1909년 광주 농림학교로 개교한 뒤 1911년 광주 공립농업학교로 개명 하고 1912년 북구 임동에 교사를 신축했다. /광주 시청각자료실
학교가 사라질 경우 지역 공동체 해체 가속화와 함께 학교를 구심점으로 한 지역문화도 더 이상 존재하기 힘들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 거론될때마다 해당 학교 동문과 학부모, 지역사회가 반발하는 것도 여기서 출발한다. 학교와 교육청이 지자체 등과 협력해 소규모 학교 살리기 및 활성화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점도 바로 이 때문이다. 100년 학교의 경우 역사성과 우리사회에 미친 영향력으로 더 주목받는다.
광주 동구는 올해 6년째 진행하는 ‘광주 문화재 달빛 야행 프로그램’에 서석초등학교를 포함하고 있다. 서석초는 본관과 체육관, 별관이 2002년 5월에 국가지정 등록문화재 17호로 지정될 만큼 귀중한 교육 자산을 간직하고 있다. 이에 동구는 학생과 동문, 시민들이 야간에 관내 소재한 문화재를 관람·체험·향유하면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답사 코스에 서석초를 경유하도록 했다. 행사 기간 학교 정문에서 문화행사를 진행
하고 있다.
중앙초는 100년 학교 자산을 활용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새 출발을 시작했다. 광주시교육청 지원으로 교내 유휴 공간에 광주학생예술누리터를 건립·개관, 지난달 11일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학교가 예술의 거리와 인접한 지리적·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초·중학생을 대상으로한 학교연계 예술교육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전남도교육청이 최근 발간해 특별전시회를 갖고 있는 ‘전남교육 기네스북’ 역시 학교의 역사와 발자취를 교육자산화 하고 있다. 각 학교가 보유한 의미있는 자료를 발굴해 상징, 학교, 교육정책 등 10개 분야로 분류해 이 기네스북에 수록했다. 전남 최초의 근대식 초등교육기관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영광초등학교에는 ‘백년기념관’ 있어 100년 학교의 중요성과 의미를 더한다.
광주·전남이 보유한 100년 역사의 교육현장들은 학생들과 학부모, 지역민들에게 남다른 스토리로 시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다. 이에 남도일보는 광주·전남지역 100년 학교들을 찾아 현 주소 진단과 함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서 인구절벽 시대를 극복하고, 4차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사회변화를 선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본 기획연재 보도를 시작한다. 보도를 통해 광주·전남 학교들이 걸어온 100년 발자취를 토대로 새로운 교육 백년지대계를 모색할 계획이다. 아울러 100년 학교의 역사와 자산, 가치에 대한 문화콘텐츠화 가능성도 제시할 방침이다.
이재남 광주광역시교육청 정책국장은 “100년 학교가 간직한 역사와 시간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보충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디지털 문명시대에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바를 제시하는 희망이 될 수 있다”며 “100년 학교의 의미와 가치를 살펴보면서 우리 교육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공동체 활성화 방안이 제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