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지방선거 결산 ②]낮은 정치적 효능감, ‘무혈입성’이 불렀다
광주 역대 최저 투표율…왜? 광주·전남 68명 무투표 당선 민주 독주 체제 정치 관심도 ↓ 제3정당 등 대안 없자 투표 안해
6·1지방선거에서 광주가 역대 최저 투표율인 37.7%를 기록한 데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주·전남 출마자의 무더기 무투표 당선, 민주당 지역 독점 구조에서 비롯된 무관심 등으로 유권자들의 정치적 효능감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광주 13명·전남 55명 등 총 68명 후보가 유권자의 선택과 관계 없이 무투표로 당선됐다. 기초단체장 중에는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당선인이, 전남에서는 김철우 보성군수 당선인, 명현관 해남군수 당선인이 이름을 올렸다.
광주시의원은 지역구 20곳 중 절반 이상인 11곳(55%)이 무투표 당선지역이 됐다. 2014년 1명, 2018년 3명이었던 데 반해 역대 최다 기록이다.
전남도의원은 55곳 선거구 중 26곳 선거구(47%)가 민주당 후보 각 1명만 후보등록하면서 본선을 뛰지 않은 채 도의원 뱃지를 달게 됐다.
이밖에 전남 기초의원 5명, 기초의원 비례 광주 1명·전남 22명이 무혈입성한다.
무투표 당선이 속출하면서 해당 지역구 유권자들이 참정권을 박탈당했고 자신의 정치적 행동이 실제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믿음, 이른바 정치적 효능감이 저하되면서 유권자들의 발길이 투표장으로 몰리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구청장이 무투표 당선된 광주 광산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특광역시·도 자치구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이자 역대 광주 5개 자치구의 투표율 중 최저인 33.3%를 기록했다.
민주당의 지역 독주 체제에 정치 관심도가 극도로 떨어진 점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투표해도 민주당, 투표하지 않아도 민주당이 당선될 거라는 이변 없는 예측이 유권자들 사이 팽배했다.
민주당 대선 패배, 지방선거 경선 잡음에 대한 실망감으로 다른 당을 지지하고 싶지만 마땅한 대안정당이 없다는 이유로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들도 상당수에 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6년 총선 당시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으로 국민의당 바람이 불었던 것처럼 다른 정당을 선택하며 민주당에 회초리를 들 수 있는 선택권도 없었던 셈이다.
광산구에 거주하는 김모(42)씨는 “민주당을 찍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고 보수정당을 선택할 수도 없었다”며 “진보 계열 정당도 손이 가지는 않아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혁신과 개혁을 약속해놓고 공천 과정에서 잡음만 양산한 반성 없는 민주당에 대한 강한 경고의 메시지로도 읽힌다.
지역정가 한 관계자는 “광주의 역대 최저 투표율은 지난 20대 대선 투표율 81.5%와 비교해 반토막 난 수준인 만큼 전국적으로도 비상한 관심이 나오고 있다”며 “항상 투표율이 높았던 광주 투표율 최저는 민주당에 대한 암묵적 심판이기도 하지만 무투표 당선, 민주당의 지역 독점 체제 등에 따른 정치적 효능감 하락도 주요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