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가람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8년 집중 점검](7)공공기관과 지역상생 방안

경제성장 위주 도시개발 그만 …상생이 ‘답’ 일자리 창출·정주여건 개선 몰두 원주민·이주민 연대의식 약화 공동체 의식 부재 속 갈등 우려

2022-09-12     심진석 기자

1.혁신도시 현 주소
2.정주여건 개선책
3.빈도심·텅빈상가 활성화
4.특수목적고 설립 등 교육 분야
5.공동발전기금·발전재단 설립
6.나주 열병합발전소 가동 문제
7.공공기관과 지역상생 방안
8.부영 CC 잔여부지 해결책
9.한전공대, 정부 지원책은
10.혁신도시 발전 컨트롤 타워

 

전남도교육청은 한전KPS와 디지털 인재양성 및 스마트학습 환경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2022년 상반기에 교육용AI 로봇 10대를 보급할 예정인가운데 교육청 관계자등이 교육용 로봇 성능을 살펴보고 있다. /전남도교육청 제공

지난 2014년 한국전력 입주를 시작으로 사실상의 첫 문을 열였던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는 그야말로 약속과 기회의 땅이었다.

광주와 전남 2개 시·도가 함께 참여하는 전국 유일의 초광역 혁신도시로서 상징성과 함께 과거 수 십년 동안 지역에선 경험해보지 못한 거대 자본과 인력을 보유한 국내 굴지의 공기업 및 공공기관들이 대거 터를 잡은 기대감에서다.

성과는 뚜렷했다. 작은 시골에 불과했던 전남 나주 소재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 수 만명의 사람이 밀집했고, 영화관, 식당, 수영장 등 전에없던 시설물들이 속속 들어섰다. 일자리 창출 등 입주한 공기업으로부터 파생된 경제 분야 성적표는 상향곡선을 그리며 끝모르게 치솟았다.

하지만 짧은 기간 변화는 다양한 문제를 낳았다. 상생과 협력은 사라지고 오로지 경제에만 매몰된 혁신도시의 또 다른 단면이었다.

◇혁신도시 발전 밑그림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조성은 지역 발전이란 측면에서 발자취가 뚜렷하다.

당장 2014년 3~4천여명에 불과했던 인구는 현재(8월말 기준) 약 3만9천여명에 달한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계획인구 달성률(5만여명)’이 79%로 전국 최저 수준이라곤 해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단 사실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병원·학교·음식점 등 생활밀착형 사회기반시설(생활 SOC)도 1천여개가 들어섰다. 17개 공기업 및 공공기업 입점에 따른 효과였다.

일자리 등 경제적 효과는 더욱 눈에 띈다.

전남도혁신도시지원단이 공개한 ‘2021년도 공공기관별 지역인재 채용실적’자료를 보면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이전기관 13곳은 지난해 의무화 대상 채용인원 932명 가운데 287명을 지역 인재로 뽑았다. 30.8% 비율이다. 특히 한전은 지난해 기준 1천47명의 신규채용인력 중 174명을 지역 대학 출신자로 채웠다. 이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법)에 의거, 지역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30%)을 의무화 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중소기업 지원 등 분야에 한전 등 공공기관 및 공기업이 지난해에만 2천179억원의 자금을 쏟아냈다. 또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화 등을 선구매하는 지역 우선구매 실적을 보면 지난해 혁신도시 이전기관 17곳 기준, 8천507억여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성과가 확연하다.

◇화려함 속 허상

이처럼 화려한 성적표들은 지역상생이란 또 다른 이름으로 치장돼 대외적으로 선보여지고 있다. 하지만 상생이란 본질을 들여다보면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는 금세 어두운 그림자를 비춘다.

3만9천여명의 빛가람혁신도시 주민들은 크게 원주민이라 불리는 토박이 주민과 이주민이라 불리는 수도권 및 타지역 유입 주민들로 구분된다. 이 이주민들 중 약 70%만이 가족과 함께 나주로 왔다. 전국혁신도시들 중 하위권이다.

가족이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는 교육을 비롯한 정주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는 변명을 위한 변명일 뿐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는 지적이다.

혁신도시 조성이 본격화 한 2014년 이전 당시 공기업 및 공공기관 본사 상당수는 수도권에 자리하고 있었다.

수도권 대학 출신으로 두둑한 연봉과 정년이 보장된 최고의 직장, 여기에 대한민국 수도권에 거주한다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면서 공기업 및 공공기관 본사 근무는 같은 조직 내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나주라는 곳으로 떠밀리듯 가게 되면서 불만이 쌓였고, 이는 정착 보단 서둘러 떠나야 할 곳이란 인식이 생긴 배경이 됐다. ‘지방근무는 좌천’이란 인식속에 갇혀있다 보니 더욱 그러했다. 일부 공공기관 및 공기업내에선 간부직급일수록 본사근무를 기피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지역인재할당제 등으로 지역 내 특정 대학 출신들이 급격히 조직 내부로 공급됐다. 여기서 야기되는 보이지 않는 조직 내 파벌 경쟁까지 해야 할 처지에 놓이자 나주는 그야말로 피곤한 근무지가 됐다.

이는 이주민들 입장에선 희생과 손해를 강요당하고 있단 인식과 함께 지역사회 내 교류나 소속감이 극도로 낮아진 원인으로 작용했다.

◇상생 키워드 전환 선택 아닌 필수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태동 과정에서 외지인들과의 연결고리 약화는 지역 경제 전역에 불안감을 주고 있다. 빛가람혁신도시 태동과 함께 성장중인 나주혁신·일반산단의 상황을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나주혁신·일반산단 입주 기업들 중 규모가 큰 업체와 공장 상당수는 한전과 연관된 변압기 등 에너지 관련 완제품 생산 업체들이다.

지난 2015년부터 시행중인‘지방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 우선구매’ 제도 덕이다. 현재 전남도에만 나주혁신·일반산단을 비롯, 함평일반산단, 세풍일반산단, 장흥바이오식품산단, 강진산단 등 6개 산단이 지정·운영 중이다.

해당 제도가 중요한 것은 지역 산단을 지탱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제도 덕에 한전 등 기관들이 중소기업 생산 제품을 연간 최대 20%까지 제한경쟁입찰 방식으로 우선구매할 수 있다. 업체입장에선 자신들의 물건을 판로 걱정 없이 팔 수 있게 됐고, 덩달아 지역 내 일자리도 늘어나게 됐다.

문제는 2020년까지 1차 연장이 진행 된 이후 해당 제도가 2년 후면 종료되는 일몰(2025년까지)정책(동함평일반산단·세풍일반산단은 제외)이란 것.

사실 나주혁신·일반산단 내 입주업체들 가운데 일부는 한전이 주는 혜택을 최대한 흡수하기 위해 지역에 내려온 경우다.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기술집약적 생산라인이 아닌 변압기 등 단순 완성품을 조립해 납품하는 수준으로 공장이 가동되는 이유다.

지역 내 연대의식 없이 오로지 돈만 보고 온 상황에서 당장 업체들 입장에서 지원이 끊길 시 언제든 공장 폐업을 결정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 몇몇 업체들은 지원 정책 중단 시 산단에서 나가겠단 의견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도시 건설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공동체 형성 절차를 빼먹은 결과란 주장이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을 보듬고 지역 발전 비전을 함께 공유할 파트너십을 설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없고 오로지 경제논리에만 편향돼서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공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초창기 혁신도시 건립에 필요한 것은 당연히 경제적 부분이었다”라며 “하지만 거의 10년이란 시간이 흐른 현재는 ‘왜 나주이어야 하는가’라는 공통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주민이건 외지인이건 중요치 않다”라며 “모두와 함께 나아갈수 있는 방향 및 관계 설정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