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려인마을 우크라이나 난민보고서] 임영언 (사)재외한인학회장·조선대 교수 주제발표

고려인의 광주 자산…정체성 인식 제고 필요

2022-10-30     김명식 기자

고려인의 정체성을 살펴보는 데 있어서 한국어 능력은 중요한 요소다. 남도일보에서 2022년 9월부터 한 달 이상에 걸쳐 시행한 고려인가족 대표 7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수집자료를 활용해 고려인의 한국어 능력과 정체성을 살펴봤다.

고려인은 나이가 많고 학력이 높을수록 한국어 능력도 높았다. 한국에서의 거주연수가 많고 혼인자, 그리고 재외동포 비자(F-4)로 입국한 경우 한국어 능력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 사용언어로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 한국어 능력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체성은 나이가 많을수록, 구소련과 우크라이나 지역 출신 고려인들이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보다 강했다. 또 거주연수가 길고 기혼자이며 동거가족 수가 많을수록 한국인의 정체성이 높았다.

전체적으로 고려인들은 고려인문화의 보존과 계승,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에 관한 관심이 높고 노력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고려인들도 한국생활이 장기화되면 그들의 고려인 정체성이 약화되면서 분화와 다양성의 방향으로 변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광주고려인 마을은 고려인들에게 마음의 위안과 생활 공간을 제공해주고 있다. 하지만, 조사대상자의 연령층이 높아서인지 한국어 배우기와 능력에 대해 의욕이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많아 언어습득과 생활에 어려움이 많고 여성들이 많았다.

따라서 고려인마을이라는 커뮤니티에 활동적 생산적이기보다는 가족 돌봄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다. 한국어를 못해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에서,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별로 없는 것 으로 해석됐다. 커뮤니티 내 다양한 지원과 돌봄은 오히려 고려인의 자립 생활과 정착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지원으로 인해 한민족으로서 고려인의 정체성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으나 한국에 살고 싶은 마음이나 한국정착에 대한 의지는 불분명했다.

향후 고려인 마을의 성장과 발전은 고려인 남성, 가족 이주와 거주, 청년의 유입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시적 고려인 커뮤니티의 건설과 고려인 사이의 불가시적 정체성의 확립과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 것인지가 관심이다.

이같은 조사를 계기로 행정기관과 학계에서는 고려인의 정확한 인원수 확인, 성별, 연령대별 샘플링을 통한 면밀한 연구조사를 진행해 고려인 정착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재외동포는 대한민과 광주의 자산이다. 최근 정부가 재외동포 정책을 총괄하는 재외동포청 신설 추진을 공식발표해 국내 거주 재외동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국적, 후세대의 이중국적, 자녀의 선천적 국적 문제, 병역 문제, 교육문제, 한국거주와 체류 문제, 복지문제, 인권문제, 의료문제, 세금 문제 등에 개선된 사회에서 살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분명 재외동포청은 고려인의 대한민국 정착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한민족의 미래를 설계하고 집행하는 통일 이후까지를 염두에 둔 재외동포청이 되기를 바란다. 재외동포청은 동포 사회에 큰 영향을 주기에 TF팀을 구성해 동포 권익과 지위 향상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정부에 요청할 필요가 있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재외동포청이 실효성을 얻기 위해선 다른나라에 거주하는 우리의 재외국민 보호 정책을 먼저 확실히 한 후 재외동포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 동포청이 설립되어 동포들의 한국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리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