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려인마을 우크라이나 난민보고서 토론회](14)토론회
[광주고려인마을 우크라이나 난민보고서](14)고려인 광주정착을 위한 지역사회 역할과 과제 토론회
“이중언어교육으로 ‘글로벌 인재양성’ 필요하다”
고려인 비롯 다문화교육 개선 방안 집중 토론
의료 사각지대 해소 위해 지역사회 협업 강조
한국 태생·장기 거주자 영주권 발급 주장도
지역·아시아성 동시 갖춘 문화자산화 제시
남도일보와 광주광역시의회가 주최하고 전남대학교 광주국제개발협력센터가 주관한 ‘고려인 동포 광주 정착을 위한 지역사회 역할과 과제’ 주제로 27일 오후 광주광역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 회의실에서 열렸다.
토론회에선 김재기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임영언 (사)재외한인학회장이 ‘귀환 고려인 이주현황과 제안’, ‘고려인 정체성과 재외동포청 신설 의미’ 를 각각 주제발표했다.
이 발표내용을 놓고 홍인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 이태민 선한병원 원장, 최창인 달빛마을문화탐방 대표, 정동수 ㈜
고려인력개발 대표, 윤영 호남대 한국어교육원장, 전봉수 아시아문화전당 학예연구사, 김양숙 광산구 복지정책과장, 김명식 남도일보 사회부장 등 8명이 나서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자들은 각 분야별 활동 경험 및 연구를 토대로 ▲고려인 의료보건 현황과 대책 ▲선주민·고려인·지자체 협력 ▲고려인 정착까지의 문제 ▲공존·소통을 위한 언어 교육의 중요성 ▲고려인 콘텐츠의 의미와 시사점 ▲‘역사마을 1번지’를 꿈꾸는 고려인마을 ▲고려인·시민이 함께 만드는 광주공동체 등 고려인 동포들의 광주 정착을 위한 지역사회 역할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고려인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뿌리 내리기 위한 언어 교육의 중요성이 집중 논의돼 눈길을 끌었다. 수준별 교육의 어려움, 시수의 부족, 이중언어 가능자의 교수 부족 등 현행 다문화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모국어는 물론 문화까지 아우르는 ‘이중 언어교육’의 필요성이 제시됐다.
‘이주민의 나라’로 불리는 북미가 다문화사회 통합에 공을 들였으나 실패한 것도 뿌리가 되는 그들만의 언어 및 문화를 배제했기 때문이라는 사례도 제시됐다.
윤영 호남대학교 한국어과 교수는 “고려인들의 경험과 언어적 능력을 잘 수렴해 이중언어 사용자로서 한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중 언어교육을 통해 구성원 각자가 상이한 정체성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서로를 존중할 때 진정한 다문화 사회통합이 이뤄질 것이다”며 “가칭 이중언어교육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타 지역의 이중언어교육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기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주제 발표에서 고려인 동포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이중(다중) 언어 교육의 중요성을 꼽았다. 고려인 청소년들을 중등 및 대학과 연계한 고려인 특화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는 세계 한상네트워크와 연계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고려인 정착을 위한 주요 과제인 의료·건강 분야에선 고려인 진료소의 목적이 확립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1차원적인 진료의 목적보다는 진료 외적인 보건, 복지와 함께 접근하는 큰 범위의 사회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태민 선한병원 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입국한 고려인들은 체류기간 문제로 보험혜택을 못받는 등 의료사각지대에 있다”며 “지역 대학, 광산구청 및 광주시청, 고려인마을 운영팀, 여타 유관단체들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고 같이 고민을 하면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고려인 진료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나 국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정동수 (주)고려인력개발 대표는 “고려인이 광주에서 아이를 낳아도 기저귀 하나 지원이 없다. 부모와 그 자녀들이 모두 ‘외국인’ 국적이기 때문이다”며 “한국에서 태어난 고려인 자녀와 10년 이상의 정상적인 거주자에는 영주권과 함께 지원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 광주에서 태어난 고려인은 광주가 고향이다” 고 말했다.
광주고려인사회를 사람과 광주를 살리는 문화콘텐츠 발굴도 제시됐다.
전봉수 아시아문화전당 학예연구사는 “광주고려인은 지역적이면서 아시아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와 적합하다”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수립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종합계획이나 문화전당의 사업계획에 고려인 등 지역사회의 역할과 참여가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창인 달빛마을문화탐방 대표는 “선주민과 고려인은 언어도 다르고 문화와 생활 방식도 차이가 있지만 상호 소통하고 협력하면 고려인마을은 역사문화탐방 ‘명소’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선주민-고려인(이주민)의 상생 협력을 강조했다.
홍인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은 “2013년 전국 최초로 제정된 ‘고려인동포 지원 조례’는 광주에 고려인 마을이 정착하는데 큰 전환점이 되면서 국내 고려인사회의 모범이 되고 있다”면서 “각계각층의 헌신적인 활동가와 자원봉사자의 헌신과 노력이 뒷받침됐다”고 설명했다.
김양숙 광산구 복지정책과장은 고려인을 비롯한 다문화가족의 정착을 위해 행정기관의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과장은 “광산구는 고려인 등 이주민 집중 거주 지역으로서 선·이주민간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월곡동의 특화자산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특화 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함께 주거, 교육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김명식 남도일보 사회부장은 “광주 고려인사회는 2013년 전국 최초로 고려인지원조례를 제정하면서 고려인 정착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면서 “조례 제정으로 광주는 고려인 정착을 위한 사회적 네트워크(사회적 자본)가 전국에서 가장 잘 형성돼 우크라이나 전쟁난민들이 광주로 대거 향하는 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이어 “국내 정착 고려인이 갈수록 늘면서 고려인 자녀들의 교육 문제가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현재와 같은 교육과정으로는 5년, 10년이 흘러도 고려인 자녀들이 한국 교과과정을 제대로 배우기 어렵다”면서 “경기도나 인천시가 지난해 제정한 ‘이중언어교육 지원조례’를 광주도 제정해 고려인 자녀의 교육기반을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가 열린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에는 신조야 (사)고려인마을 대표를 비롯 고려인 30여명과 광주시교육청 직원 다수가 방청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