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부동산 PF 신규 대출 중단…건설업계 ‘아우성’
일부 부동산 PF 대출 이율 20% 요구 고금리 속 자금줄 막혀 ‘줄도산’ 우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마저 ‘꽁꽁’ 한신공영 회사채 금리 연 65%에 유통
건설업계가 연이어 진행된 금리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채권시장 마저 얼어붙은 가운데 자금난에 허덕이는 건설사의 줄도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급등한 금리와 경기 침체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금융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관련 대출 기준을 강화하거나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등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부동산PF 대출이란 프로젝트 자체의 사업성을 인정하고 미래 수익성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하는 것으로, 향후 지어질 건물 및 분양·임대를 통한 상환능력을 조건으로 본다. 하지만 금리인상과 함께 부동산시장이 침체되자 금융계는 건설업계의 상환능력이 떨어질 것이라 판단하고 높은 이율을 적용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최근들어 부동산 PF 대출 이율이 20%를 넘어섰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원자재값 상승, 고금리, 주택거래 침체 등 건설업계에 닥친 겹악재로 부동산 PF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저축은행 79곳의 올해 상반기 ‘부동산 업종별 신용공여 한도 준수 및 자산건전성 분류 현황’에 따르면 일부 저축은행에서 부동산업·건설업·부동산PF 등의 연체율이 10∼20%대로 올라선 사례가 나왔다.
꽉 막힌 대출문에 레고랜드 사태가 기름을 부은 꼴이 되고 말았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대규모 건설 사업장 대출의 기한 연장에 대해 보수적으로 처리하라는 지침을 일선에 내렸다. 농협과 신협 등은 대출 중단을 선언했다. 신협은 지난달 11일부터 올해 말까지 집단 대출을 중단했으며 농협중앙회는 지난 4일부터 부동산 개발 관련 신규 대출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업계의 연쇄 부도와 구조조정 사태를 또다시 마주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병욱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12개 건설사가 도산했으며 올해 7월까지 8개사가 도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실적 금액이 500억~1천억원에 달하는 중견 건설사도 포함됐다. 금융권이 안고 있는 부동산PF 대출 규모 또한 올해 상반기 112조2천억원에 달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자금줄이 막혀 재무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중소 기업에게 더 치명적이다. 대형사들의 경우 충분한 현금 자본을 보유하고 있어 유동성 악화도 일정 기간 동안 버틸 여력이 있는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상황에서 금융기관을 통한 추가 자금 조달마저 멈춰버리면 도산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견 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확보도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중견 건설사인 한신공영의 회사채가 최고 금리 연 65%에 유통돼 건설사 유동성을 둘러싼 시장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지난 1일 장내일반시장에서 한신공영 채권인 2023년 3월 3일 만기 한신공영42가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사 평균 평가금리·연 5.801%) 대비 최대 59%p가량 높은 연환산 수익률 65.147%에 거래됐다. 한신공영42는 이날 장 초반 민평금리보다 3%p 내외 더 높게 거래되다가 장중 차이가 15%∼33%p를 넘어서더니 59%p까지 벌어져 연 65%까지 치솟았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 정도 만기가 짧게 남은 회사채가 이렇게 거래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유동성 위기를 극단적으로 가격에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10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정상화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5조원 규모의 미분양 주택 PF 대출 보증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PF 위기를 막고,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가파른 금리 인상의 여파로 미분양이 급증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사실상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하면서 건설사들의 자금난 위기가 다른 금융기관으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자,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업계 연쇄 도산 위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신호로 풀이된다.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