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전라도 천년사 공방 “식민사관은 완전한 허위…전문성 없는 이들이 훼방”

편찬위, 역사왜곡 논란‘정면 반박’ “순수한 학술적 문제제기 아니다” “내용도 제대로 확인않고 왜곡” 같은 주장 지속하면 법적조치 검토

2023-06-14     이은창 기자

 

‘전라도천년사’의 식민사관을 주장한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이 과거 자신의 저서를 통해 전라도 지역을 ‘왜’로 표기한 내용의 일부. 전라도천년사 편찬위원회는 이 소장 등이 오히려 고대 마한의 역사를 부정하는 등 그의 역사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전라도천년사 편찬위원회 제공

 

 

전라도천년사 편찬위원회 위원장단은 지난 12일 전남 산림자원연구소에서 개최된 전남시장?군수협의회 정례회에 참석, 전라도천년사에 대한 일부의 식민사관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나주시 제공

 

식민사관 논란으로 발간이 잠정 연기된 ‘전라도천년사’ 편찬위원회(편찬위)가 일부 단체가 제기하고 있는 식민사관 주장에 대해 ‘완전한 허위’라고 정면 반박했다. 편찬위는 문제를 제기한 단체와 인사들이 오히려 ‘일본서기’를 맹신하고 있다며, 이들의 주장이 순수한 목적의 학술적 문제제기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편찬위는 내달 9일까지인 2차 의견수렴 이후 예정된 공개 학술토론회 등에서도 이들 단체가 같은 주장을 계속할 경우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의도적 왜곡, 가짜뉴스 양산” 비판

14일 전라도천년사 편찬위 등에 따르면 편찬위는 전라도천년사의 식민사관 등을 주장해온 시민단체인 ‘전라도오천년사바로잡기500만전라도민연대(도민연대)’가 역사학자인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는 수준이라며, 이 소장의 역사관에 오히려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편찬위는 이 소장 등이 제기한 문제는 전라도천년사의 내용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며, 전라도천년사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가짜뉴스를 양산했다고 비판했다.

예컨대 이들이 ‘전라도는 문화가 늦게 발달한 낙후한 지역으로 표시(1권 15쪽)’ 됐다고 밝힌 것은 대표적인 가짜뉴스라는게 편찬위 입장이다.

편찬위 한 관계자는 “전라도천년사에서는 이와 같은 말이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는데, 완전히 창작해 마치 편찬위가 이런 내용을 쓴 것처럼 만들었다”며 “그 근거라고 제시한 자료는 오염된 시료로 학계에서 폐기됐으며, 자신들만이 끊임없이 사용하는 자료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라도천년사에는 이런 비역사적 내용은 아예 한 글자도 없으며, 오히려 한반도 중남부 지역에서는 전라도지역 일대가 가장 선진적으로 청동기문화가 발전했고 이후 철기문화도 수용하며 전라도가 마한의 중심지로 성장했다고 기술됐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이 오히려 마한역사 부정해”

또한 편찬위는 과거 이 소장이 자신이 저술한 역사서를 통해 우리 고대사에 마한의 역사를 부정하고, ‘왜’라는 세력이 당시 나주 반남고분군 지역에 존재했다고 기술하는 등 다소 황당한 주장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 소장은 지난 2000년 출간한 ‘고구려 700년의 수수께끼’ 41쪽에서 지도까지 표시해 전라도지역을 ‘왜’라고 표기했다”며 “그 ‘왜’가 일본으로 건너가 우리가 현재 알고있는 ‘왜’가 됐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이는 마한의 역사를 부정하고, 마한을 ‘왜’로 대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2005년 출간한 ‘교양한국사’에서도 ‘마한은 한강 이남에 있지 않았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소장은 1999년 출간한 자신의 저서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14-27쪽서 ‘한국고대사의 최대 미스터리:잃어버린 왕국, 나주 반남고분의 주인공은 누구인가’라는 글에서 “왜(倭)는 적어도 3세기까지는 한반도 남부에 있었다...왜는 400년과 404년 고구려와의 대규모 전쟁에서 패하여 쇠퇴하더니 급기야 한반도 남부를 포기하고 일본 규수지방으로 건너가 동정(東征)을 감행하면서 강성해졌다. 강성해진 왜는 과거에 한반도에서 차지했던 위상을 근거로 한반도 남부의 연고권을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전남 나주 반남고분군은 고대 한반도 남부지역을 지배했던 그 왜라는 정치세력이 남긴 민족사적 유산이다”고 서술하기도 했다.

◇도민연대 등 이분법적 역사관 지적

아울러 편찬위는 이 소장과 도민연대의 이분법적 역사관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도민연대가 ‘일본서기’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대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편찬위와 한국역사학계는 왜곡과 조작·변조가 많은 일본서기 내용을 하나 하나 분해해, 재구성하는 방법으로 일본서기를 재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일본서기에 ‘백제 근초고왕이 왜의 신공왕후에게 충성을 맹세했다’고 서술된 데 대해선 편찬위는 신공왕후 자체를 부정한다고 밝혔다. 오히려 편찬위는 이 내용이 ‘근초고왕이 가야와 마한세력을 복속하고, 복속된 세력이 근초고왕에게 충성을 맹세했다’로 재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편찬위는 이처럼 이 소장과 도민연대 등이 한국역사학계를 식민사학의 아류이자, 그 잔재라는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까움과 함께 분노를 표출했다.

편찬위는 이 소장과 도민연대의 주장이 순수한 학술적 문제제기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다음달 예정된 공개 학술토론회 등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조법종 전라도천년사 편찬위원회 선사고대사 대표간사(우석대학교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모든 고고학 학계가 이 소장을 비판하고 있고 호남사학회와 전북사학회를 비롯해 대학 관련 연구단체 등도 이 소장과 도민연대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은 마치 도민을 대표하는 듯, 역사학계를 대표하는 듯 전라도천년사에 대해 망발을 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이들은 전문성도 없고 대표성도 없을 뿐더러 책임성도 없다. 하지만 편찬위원 모두는 모든 책임을 걸고 전라도천년사를 저술했다”고 밝혔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