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전라도 천년사 공방 "일본 서기 고대 한반도史 그대로 적었다"

■전라도민연대, 시민사관 주장 기문국·반파국·침미다례 등 삼국사기 등 국내 역사서 없는 곳곳에 일제 식민사관적 표현 “日 사학자도 할 수 없는 발상”

2023-06-14     안세훈 기자

 

지난 1월 10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대강당에서 “전라도오천년사바로잡기 500만 전라도민연대”가 출범식을 갖고 ‘전라도천년사’에 관련한 7개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도민연대 제공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전라도 천년사’에 대한 논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전라도 천년사가 담고 있는 ‘일제 식민사관적’ 표현이다. 사서 일부에 일본이 고대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任那)일본부’설의 근거로 쓰인 ‘일본서기’ 기술 내용을 차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역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또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전라도 천년사 곳곳에서 역사 왜곡이 발견됐고 용어 사용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남도일보는 14일 전라도 오천년사 바로잡기 500만 전라도민연대(도민연대)의 주장을 토대로 왜곡된 내용에 대해 정리해봤다.

◇日, 한반도 남부 지배했다?

먼저 도민연대는 전라도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집필된 책에 ‘일본서기’에 나와 있는 지명을 그대로 쓴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일본서기는 8세기 초(720년)에 나온 일본 역사서로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의 근거로 활용됐다.

전라도 천년사에는 전북 남원시의 옛 지명을 ‘기문국(己汶國)’으로 썼다. 기문국은 일본이라는 국호를 쓰기 전인 4세기 후반에 야마토 정권이 가야지역을 군사적으로 정복한 뒤 임나일본부라는 통치기관을 설치하고 6세기 중엽까지 200여년간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용어다.

또 전라도 천년사에는 전북 장수군 지명을 ‘반파국(伴跛國)’으로 썼다. 반파국 또한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지명이다. 여기에 전남 해남군 역시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침미다례’(沈彌多禮)로 규정하고 일본 극우파와 일부 한국 사학자들이 주장하는 ‘임나4현’까지 책에 넣었다. 이러한 지명은 삼국사기 등 국내 역사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게 도민연대의 주장이다.

도민연대는 “일본서기에 나와 있는 지명을 쓰는 것은 전라도가 일본의 지배 속에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제 초고왕이 왜에 충성 맹세했다고?

전라도 천년사 곳곳에 일제 식민사관적 표현이 다수 적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삼국사기’의 마한 관련 기록 부정(3권 107쪽)이 우선 꼽혔다. 이러한 내용은 일본인 식민사학자들이 임나일본부설을 주창하기 위해서 만든 ‘삼국사기’ 불신론을 추종한다는 게 도민연대의 지적이다.

또 백제 초고왕이 왜에 충성 맹세했다는 내용(3권 197쪽)도 문제로 꼽혔다. 아울러 ‘삼국사기’ 에는 백제와 관련 있는 마한이 서기 9년 멸망하고, 서기 16년에 잔당까지 토벌한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전라도 천년사에는 마한이 369년에 멸망했고 근초고왕(재위 346~375) 때도 백제가 지배 못했다고 서술했다.

이밖에 ▲영산강 유역을 야마토 왜가 지배했다는 조작(4권 139쪽) ▲영산강 유역을 야마토 왜에서 쫓겨온 세력이 지배했다고 조작(4권 94쪽) 내용 등도 문제로 꼽혔다. 이와 관련 도민연대는 “일본인 식민사학자들도 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고조선부터 ‘왜곡’

도민연대는 전라도 천년사의 시작을 알리는 고대 부분부터 왜곡된 내용이 담겼다고도 주장했다.

전라도 천년사(3권 44쪽)에는 “초기 단계 고조선의 모습은 단군조선 다음 단계를 기록한 문헌과 청동기시대 관련 고고자료를 종합해 살펴보아야 한다”고 적혔다. 이는 단군조선 다음 단계부터 보겠다는 논리로 단군조선 부정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또 도민연대는 고조선의 건국 시기를 부인한 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라도 천년사(3권 43쪽)에는 “고조선이 하나의 정치체로 역사무대에 등장한 시기는 동아시아에서 청동기문화가 번성하던 기원전 8~7세기경이다”고 서술했다.

이러한 내용은 중국 사료에도 기자 관련해서 서기전 12세기에 조선이 있었다고 나오는 많은 기록을 부정했다는 주장이다.

도민연대는 ▲고조선 강역(경계·변방·봉역·영역의 의미를 갖는 강토의 구역)을 한반도로 국한(3권 44쪽 지도) ▲전라도는 문화가 가장 늦게 발달한 낙후 지역(1권 15쪽) ▲고인돌이 고조선 유적이라는 표현 없음 등도 왜곡된 내용으로 꼽았다.
/안세훈·김성빈 기자 ash@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