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감축 정책 포럼’ 지상중계 “모두가 안전에 대한 태도 바꿔야 산업 현장도 변화”
◇기조발제-중대재해처벌법 확대시행과 대응방안
중소사업장에서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
김양현 노무사(전 광주지방노동청장)
“안전 최우선 두지 않는 기업, 시장 선택 받기 어려워”
산업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숨을 거두는 노동자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지만 사고사망율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우리나라의 사고사망만인율은 0.43퍼밀리아드로 OECD에 가입한 38개 국가 중 34위를 기록해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현장에서의 안전·보건 조치 또한 절대적으로 미흡한데, 산업안전보건법상 감독 및 점검 대상에 해당하는 전국 2만7천648곳의 사업장 중 41.0%에 해당하는 1만1천341곳이 관련 법을 위반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위반사항의 60%가량이 건설업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산업재해가 반복되는 주요 원인으로는 ▲경영책임자의 관심 부족 ▲기업 차원의 체계적 관리 미비 ▲위험 방치·규정 미준수 혹은 규제 부족 등이 지목된다.
중대산업재해는 근본적으로 단순히 현장 작업자의 안전수칙 위반이 아닌 현장의 위험요인 통제에 필요한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보건조치 미준수’에 대한 묵인과 방치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책임자만이 아니라 경영책임자가 현장에서 안전보건조치가 철저히 이뤄지도록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문화로 정착해야 할 사안임을 보여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명확히 말해 대표이사, 즉 CEO에게 책임을 부과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현장의 안전·보건조치 위반을 야기하는 관리시스템의 미비, 조직구조상의 결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인데, 근로자의 안전과 보호라는 경영상의 중요 부분에 대한 최종 결정권한을 가진 자에게 그 법적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CEO에게 현장의 세세한 안전조치를 모두 알고 지킬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 규모에 걸맞는 안전관리 전담조직을 두고, 해당 조직에서 현장의 관련 법 준수여부를 점검하고, 근로자의 의견 등을 청취해야 한다. CEO는 그 결과를 수시로, 직접 보고 받아 필요한 조치를 지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일선 현장에만 안전사고의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경영자가 책임의식을 갖는 것은 물론 현장 안전과 관련된 모두가 적극적인 관심으로 태도를 바꿔야 할 것이다.
안전을 최우선에 두지 않는 기업은 더 이상 시장의 선택을 받기 어려우며,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그간의 안전보건 관리 관행과 의식수준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안전에 대한 투자와 노력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는 신념과 가치관을 내재화하고 이를 현장에 구현시켜야 할 것이다.
<종합토론>
◇정재승 한국안전원 대표
“실효성 있는 정책과 지원 절실”
정부의 정책방향과 중소기업의 실태를 파악하는 자료를 분석·검토하고 이에 수반된 고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우선 우리나라 산재사고는 감소 중인 반면, 75%가량이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고 있어 기업 자체의 적극적인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5~299인)의 65.6%는 의무사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고 있고, 77%는 대응여력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은 전문인력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상황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실행하기 위한 자금 및 기술 투자에 어려움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산재 사망사고를 예방한다는 입법 취지에 대해 모두가 공감은 하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사고는 줄이지 못하고 중소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인 제도 개선 및 보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법령은 1천220개에 이르는 방대하고 세세한 조항을 갖추고 있는데, 실상은 규제와 처벌에만 그 내용이 치중돼 있어 많은 기업들로 말미암아 법령의 기준을 맞추는 데 급급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에서는 실제 안전역량 향상보다는 당장의 처벌을 피하기 위한 서류작업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으며, 근로자도 스스로를 보호대상으로서만 생각하고 있어 자립적인 안전행동, 동료 근로자에 대한 배려 등 근로자의 의무 이행은 미흡하다.
요약하자면 우선 중소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서두르는 것을 개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대비하고 싶어도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의무이행사항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불가능 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들의 대비가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과도한 처벌규정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전문 인력 확보와 의무이행사항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과 지원이 절실하다.
◇임원일 한국농어촌공사 스마트안전 TF팀장
“스마트 안전 장비 적극 활용해야”
정부의 정책과 의지가 현장 근로자까지 끊김 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중소규모 현장을 이해하고 정확한 진단과 알맞은 처방이 필요하다.
중소규모 현장의 현실을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것이 그 시작점이 될 터인데, 현장소장 1명이 안전, 품질, 환경, 시공, 민원 등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탓에 안전우선 경영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강화된 정책 대비 스마트 장비 등을 활용한 지원시스템이 필요하며, 안전관리자 1인 이상을 배치할 수 있는 대규모 현장보다 50억 원 미만의 중소규모 현장에서 해당 시스템이 더 필수적이라 생각된다.
현장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기술개발은 오히려 현장과의 간극을 넓히고 스마트안전장비의 불신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중소규모 현장을 대상으로 하는 테스트 베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사용자와 개발자간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지속적인 고도화를 진행시켜야 한다.
아울러 현장 작업자의 고령화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기에 디지털 약자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건설현장은 어느 직종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기 때문에 디지털 약자를 위해 간편한 프로세스, 글자모양, 크기, 간격 등 디자인을 포함한 상세한 요소도 꼼꼼히 챙길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무분별한 스마트 안전장비 적용으로 국고가 낭비되지 않도록 물가정보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플랫폼 도입과 다양한 법률적 이해관계로 인해 스마트 안전장비를 적극 활용하기 어려운 부분을 해소할 수 있게끔 법률적인 검토 및 지원도 필요하다.
◇박선규 한국소프트 대표
“기업 환경 고려한 눈높이 대안 제시 필요”
현장에서 내로라하는 1군 업체부터 50인 미만의 중소업체까지 수많은 업체 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정부에서 좋은 정책을 발표하면 자금과 인력에 여유가 있는 대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정부의 정책을 성실하고 체계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문제는 공사규모가 작은 현장에 있다. 스마트안전장비를 도입하더라도 고령화가 이뤄지고 있는 현장의 근로자와 안전관리자들이 이 같은 요소들을 수용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스마트안전장비가 현장에 보급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장비를 다룰 현장 작업자들은 이 장비를 왜 들여오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 지에 대해 정작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일단 지시가 내려오니 영문도 모른 채 등을 떠밀려 하는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50인 이하의 사업장의 경우 안전보건관리체계가 미흡하고 사업주의 안전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러한 사업장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수립 및 시행해야 한다. 특히 건설현장의 중소규모 사업장은 안전의 사각지대로 여겨져 스마트안전정책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련 법을 대기업에 잣대를 두고 이를 소규모 사업에까지 동일한 정책을 적용하는 부분도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일부 회사들은 정부 정책에 따르더라도 사업규모와 지역, 각 기업의 고유 환경 등 눈높이를 맞춘 대안을 제시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효과적인 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ICT에 기반을 둔 스마트안전 솔루션으로 사고예방에 유의미한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정리/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