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획-여성농업인 전남을 이끈다]11. 강진 ‘도두맘’ 홍여신 대표

“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요” 탐진강 물안개에 꽂혀 서울 생활 접고 귀농 강진 군동면 5천여㎡ 부지에 작두콩 재배 농약 대신 미생물 활용 친환경농업 고집 오는 2025년까지 매출액 50억 달성 목표

2023-07-10     오승현 기자

 

홍여신 강진 도두맘 대표가 자신이 정성스레 가꾼 작두콩을 수확해 수레에 담아 이동하고 있다./도두맘 제공

“농부는 열정을 갖고 농사일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합니다.”

서울에서 잘 나가던 커리어우먼이 8년 전 전남 강진으로 귀농해 작두콩 농사에 매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강진군 군동면 석교리 297-1번지에서 ‘도두맘’을 운영하고 있는 홍여신(53) 대표.

홍 대표는 서울의 한 유통 회사에서 근무하며 치열하게 살았다. 그는 수년간 쌓인 스트레스로 몸도 마음도 지쳐 지난 2014년 어느 날 남편과 함께 바람도 쐴 겸 전남으로 여행하던 중 탐진강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강진 군동면 석교 마을 앞에서 가던 길을 멈췄다. 강에서 하얗게 피어오르는 물안개 장관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이후 홍 대표는 이곳에서 건강을 되찾아야겠다는 일념으로 강진으로의 귀농을 꿈꾸며 남편과 상의도 하지 않고 집을 구입했다.

홍 대표는 당시 집과 땅을 사고 차근차근 귀농준비에 들어갔다. 2025년까지 매출액 5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귀농 10년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귀농 첫해 가을에 홍 대표는 마을 사람들을 따라 양파를 심었다. 1천89㎡(330평) 밭에 양파를 심는데 꼬박 석달이 걸렸다. 이듬해 홍 대표는 3천960㎡(1천200평) 정도의 밭을 더 구입하고 농장 인근에 주택도 새로 지었다.

홍 대표는 텃세를 부리지 않는 동네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 어르신들의 눈에 든 홍 대표는 마을 일을 도맡아 하는 부녀회장이 됐다. 마을 사람들은 홍 대표 부부에게 농사를 지으라며 밭 농사도 맡겼다. 임차한 밭만 3만3천㎡(1만평)가 넘었다.

또 작두콩을 썰어서 말린 상태로 밀봉하면 저장성이 좋다는 사실에 착안해 지난 2017년 작두콩 연구회에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작두콩 재배에 몰두했다.
 

이로빈 작두콩 스틱형 액상차.

현재 도두맘에서는 주 작목인 작두콩으로 만든 바리스타가 로스팅한 마법의 블랙 작두콩차 , 티백, 이로빈 작두콩 스틱형 액상차(일반용·어린이용) 등을 생산하고 있다.

홍 대표는 천연 유기질 발효 퇴비를 직접 만들어 활용한다.

홍 대표는 “저희는 농약 대신 미생물을 활용하는 친환경 EM농업을 고집하고 있다”며 “특히 장어 아미노산액비는 특허까지 받은 도두맘의 자랑이다”고 말했다. 그는 “10월에 가장 영양이 풍부한 장어를 최소 6개월 이상 발효시켜 뼈까지 녹아버린 친환경 액상비료로 이것을 매주 2회 이상 작두콩에 엽면시비, 또는 관주해서 재배한다”고 설명했다.
 

작두콩 차.

홍 대표의 이런 작은 노력에 힘입어 장어 먹고 자란 작두콩은 달랐다.

다른 작두콩과 달리 여린 깍지, 꼬투리 부분이 얇고 튼실했다. 당도가 과일 못지않게 나왔다. 그러나 홍 대표가 재배한 작두콩의 브릭스는 12∼13으로 과일과 비슷한 수준인데다 다른 작두콩(7∼8브릭스)보다 2배 가량 높아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홍 대표는 귀농인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작물들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커나간다는 말처럼 열정을 가지고 농사일에 열중해야 합니다.”

그는 “농사도 어떻게 보면 사업인데 서울에 아파트를 두고 양다리 걸치고 귀농하시는 분들은 1년도 못 가서 다시 짐싸서 서울로 돌아가는 것을 많이 봤다”며 “제발 농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공부해 귀농을 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홍 대표는 정부정책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지자체들은 귀농해서 내려오면 왜 무조건 가공센터부터 지으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몇억원씩 들여 가공시설을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돌려보지 못해 망하고 빚더미에 오르기 일쑤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전북에 있는 가공클러스터는 활성화가 잘 돼는데 전남 지역에도 가공클러스터가 있으면 농민들은 농사만 짓고 가공은 물론 제작까지 클러스터에서 원스톱으로 해주면 윈윈이지 않겠느냐”며 지자체의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