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폐기물처리시설 후보지 ‘답정너’ 논란

최적 후보지 발표…‘벌집 쑤신듯’ 곳곳 반발 불러와 환경단체 “주민설명회 하나 없는 일방 통보” 비판 가세 갈길 바쁜 순천시, 앞뒤 순서 안맞아 법 위반 지적까지

2023-07-11     양준호 기자

 

순천만정원박람회장 인근 연향들 항공사진. / 카카오맵 

폐기물처리시설 후보지 선정에 나선 전남 순천시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에서는 ‘기획된 쓰레기처리장’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이를 둘러싼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순천시는 지난달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차세대 공공자원화시설 ‘최적후보지’로 국가정원 옆 연향들 하단부와 해룡면 마산마을 인근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그동안 독립기구로 활동해 온 ‘순천시 폐기물처리시설 입지선정위원회’가 입지타당성 조사결과와 현장실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같이 통보해 왔다며 ‘입지선정위 결정’이라는 데 방점을 뒀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지역 주민들은 노관규 순천시장을 항의 방문,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들어보길 했느냐”면서 “시의 홍보처럼 친환경시설이라면 차라리 시청 신청사쪽에 지으라”고 따졌다.

또 순천환경연합은 “입지선정위 구성과 최적후보지 선정절차 및 방법, 함께 거론됐던 또 다른 후보지들이 제외된 이유 등을 비공개로 진행한 것에 의문이 든다”면서 “주민 설명회 하나 없는 순천시의 일방적 통보에 유감을 표한다”고 바판에 가세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의 한 법률전문가는 순천시의 폐기물처리시설 입지 선정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 장차 이 문제가 법적으로 비화할 가능성마저 낳고 있다.

이 변호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순천시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폐촉법)을 위반했으니 ‘전면 백지화’하는 게 맞다며 순천시와의 설전에 직접 뛰어들었다.

◇폐촉법 ‘위반’ 했나

폐촉법 제 9조(폐기물처리시설의 입지선정) 1항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기관은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운영하려는 경우, 그 입지선정 계획을 결정·공고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또 이법 시행령에 따라 입지 후보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과정과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변호사 뿐만 아니라 해당지역 주민들은 순천시와 입지선정위가 이같은 절차를 모두 ‘패싱’했으니 ‘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물론 순천시는 위법행위를 한 게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를 첫 제기한 법률사무소 제석 손훈모 대표변호사는 “순천시가 당초 입지선정 계획 공고를 법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적 후보지 선정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강력 주장했다.

즉, 그의 말은 “입지선정 공고 절차의 첫번째인 지난 2022년 10월 25일 ‘입지선정계획 결정 공고’를 순천시 관보(시보)에 게재하지 않아 무효”라는 것이다.

또 “순천시의 시보를 아무리 뒤져 봐도 공고를 낸 게 없다”면서 “이는 명백하고 중대한 절차적 하자”라고 법리해석했다.

그러나 시는 “순천시 홈페이지 공고란에 입지선정계획을 공고했으니 적법한 것”이라며 이를 억지주장으로 일축했다.

이러자 손 변호사는 “‘순천시보 및 순천소식지 조례’를 보더라도 고시 및 공고는 시보에 게재하게 돼 있다”면서 “그리 따져보면 순천시는 폐촉법 뿐만 아니라 조례까지 위반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공론화 시작…찬반 들끓어

마산마을 주민들은 지난 5일 노관규 시장을 항의 방문, 폐기물처리시설 부지 전면 재검토 및 범시민 대토론회를 요구했다.

이들 주민은 특히 최적후보지 선정과정에서 자신들이 배제된 이유를 물으며 10개 항목의 질문과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몸싸움까지 벌어진 가운데 노 시장은 “입지선정위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후보지를 선정했다”는 원론적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신규 폐기물처리시설을 잘 몰랐던 시민들도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서 손 변호사는 “연향들에 쓰레기처리장 설치를 반대하는 제 글에 순천이 온통 벌집 쑤셔놓은 듯 찬반 양론이 일고 있다”면서 “제 뜻은 법령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시민들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행정행위를 하자는 것”이라는 입장을 공개했다.

그는 또 “시민 누군가가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면 그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며 “만약 순천시가 패소한다면 그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고, 그 결과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갈길 바쁜 순천시, ‘주민설득’나서

수도권은 오는 2026년부터 그외 지역은 2030년부터 매립장에 생활페기물 직매립이 금지된다. 순천시는 현재 운영 중인 왕지쓰레기매립장이 수년 내 포화상태에 이를 뿐 아니라 주암자원순환센터도 SRF(고형페기물) 판매가 어렵게 되자 폐기물처리시설 신규 조성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지난 민선 7기때도 이를 염두에 두고 ‘클린업환경센터’라는 이름으로 부지 선정에 나섰지만 갈등만 빚은 채 결론을 내리지 못한 바 있다.

이에 민선 8기 순천시는 민선 7기 정책을 백지화하고 도심지에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는 이른바 차세대 공공자원화시설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순천시는 경기 하남시 유니온파크를 벤치마킹해 페기물처리시설은 지하화하고 지상부는 체육시설과 공원 및 문화시설 등 융복합 시설을 설치해 순천 대표적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관내 직능단체 등을 대상으로 하남시 견학을 진행하며 도심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에 대한 우호적 여론 형성에 주력해 왔다.

순천시 계획에 따르면 소각과 재활용선별, 열분해유화시설 등을 갖추고 생활폐기물 중 가연성과 불연성, 재활용폐기물을 처리하게 된다. 음식물쓰레기는 순천시 음식물자원화시설에서 별도로 처리, 새로 만들 폐기물처리장에는 반입이 안된다.

또 가연성 폐기물은 인근 구례군 발생량도 포함되며 광양만권 광역화 협의결과에 따라 폐기물처리 대상지역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절차 상 위법’이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입지선정 계획을 알렸을 뿐 아니라 시청 홈페이지 공고란에 게재했다”면서 “반드시 관보에 실어야 한다는 지적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또 “최적후보지가 ‘최종 후보지’를 꼭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5곳 정도의 후보지 가운데 가장 적지라고 판단한 소위 ‘예비 후보지’로 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선 7기에도 후보지를 놓고 갈등이 길어지는 등 불필요한 논쟁이 있었기 때문에 연향들 일원을 가장 적지로 놓고 논의를 해 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향후 행정소송 등 후폭풍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법적인 하자가 없도록 추진해 왔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동부취재본부/양준호 기자 yjh@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