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천년사 왜곡 논쟁 토론회]5년 집필한 ‘전라도천년사’ 160분 토론도 결론 못내
[찬성] 조법종 “문제 제기 사항 이해할 수 없던게 많아” 박중환 “사료상 공백, 학계 대부분의 생각이다” 강봉룡 “식민사학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하다” [반대] 나간채 “중국 영역 확장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 이덕일 “추후 일본학자들이 주장할 때 반박 못해” 정현애 “고조선 영역, 시기와 영토를 매우 축소”
27일 오후 2시부터 남도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진행된 긴급현안 ‘전라도천년사 왜곡논쟁’ 토론회에서는 편찬위원회를 대표한 3인과 시민단체 등을 대표하는 3인 등 총 6명이 패널로 나서 쟁점별 논쟁을 진행했다.
지병문 전 전남대 총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찬성측 조법종 우석대 교수·박중환 전 국립나주박물관장·강봉룡 목포대 교수, 반대측 나간채 전남대 명예교수·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정현애 바른역사시민대표 공동대표가 패널로 참석해 160여분의 시간동안 열띤 토론을 펼쳤다. 쟁점은 찬성·반대측이 각각 제시한 의제를 수합하고 논란이 되는 공통의제들을 꼽아 총 6가지를 선정했다.
*지면상 내용이 대표 내용 외엔 축약되어 있으니 자세한 사항은 남도일보 유튜브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모두 발언
▲지병문=전라도천년사(이하 천년사) 편찬 사업이 강한 반대에 부딪혀 의견접수 받고 방송토론 등 여러 단계를 거쳤지만, 여전히 시도민들의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논쟁의 진상과 핵심을 정확히 국민들께 전달코자 신문지면과 유튜브 라이브 중계를 통해 마련했다.
▲나간채=첫 번째 책 내용을 전체적으로 보니 특히 고대사에서 식민사관의 영향이 두드러진다. 두 번째, 편찬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정상적인 용역 사업 규칙을 벗어나는 점이 많다. 세 번째,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여러 대응 현황을 알려 토론회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조법종=현재 들어온 문제 제기 사항을 집필진들이 검토했을 때 이해할 수 없던 게 많았다. 다만, 그 외에 학문적인 절차와 논의를 통해 수용될 수 있는 내용들은 충분히 논의하겠다. 천년사에서 밝히고자 했던 것은 그동안 수행된 마한·가야의 역사라 전라도에 많이 포함돼 있다는 것과 고구려·백제·신라에서 발언 안 됐던 것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 [반대측 의제1] 고조선 유물 및 역사 축소
▲정현애= 고조선의 건국연대는 역사교과서에 기원전 2333년이다. 하지만 천년사에서는 기원전 8~7세기라고 표현을 했으며, 강토(영역)도 매우 축소한 지도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아는 고조선과 아주 다르다. 또, 전라도는 고조선 영역에 포함되지 않고 ‘진한’이라고 됐다. 즉, 시기와 영토를 매우 축소하고 있다.
▲조법종=고조선 영역과 관련해 천년사와 고조선 영역을 동시시킬 수 없다. 마한으로 상징되는 북한학계 지도도 마찬가지다. 학계는 고조선 영역·건국시기는 부정하지 않았다.단군의 건국 신화로 입장과 내용을 절대 부정하지 않고, 지도는 한국고고학회에서 만든 자료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비파형 동검 문화 유형이 이렇게 나눠진다고 구분한 것이지 고조선 영역을 나눠놓은 것이 아니다.
▲이덕일=책에 고조선이 하나의 정치체로 역사 무대 등장한 시기는 동아시아 청동기문화가 번성하던 기원전 8~7세기라고 3권 43쪽에 적혀있다.
▲조법종=역사는 맥락이다. 삼국유사에 나와있는 연대와 동국통감연대에 나온 게 기원전 2333년이다. 내용을 바탕으로 기자조선, 위만조선의 내용도 있다. 그 3천년에 가까운 내용 설명엔 분기별 설명이 필요하다. 분기별 고조선 후기만 가지고 고조선 초기를 부정했다 하면 안 된다.
▲나간채=4권 58페이지에 기준은 고조선의 왕이라고 표현됐다. 기준은 조선 사람이 아니라 중국인이다. 위만조선도 마찬가지다. 중국인 역사를 함께 표현시키는 것은 중국 영역 확장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조법종=학계에서는 기자, 위만조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위만도 연나라와의 관계에서 소속된 정치적으로 포섭된 고조선 국민 또는 세력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최신의 학설과 내용을 더 참조해주시면 좋겠다.
◇ [찬성측 의제1] 마한과 백제 문제
▲박중환=삼국사기엔 서기 9년에 백제가 마한을 멸망시켰다. 전라도까지 넓혔다고 했다. 기원전 18년에 마한 50여국 중 소국이던 백제가 36년만에 경기도,충청도,전라도 전체를 지배했다는 게 정황적으로 맞지 않다. 이는 사료상 공백이 있다고 학계 대부분이 생각하고 있다.
▲이덕일=편찬위는 사료가 없음에도 학자들끼리 합의했다고 역사로 정의했다. 마한도 369년에 망했다. 530년에 망했다고 한다. 핵심은 왜 마한을 내버려둬야 하냐면, 9년에 백제가 마한을 멸망시켰으면, 백제 강역에 야마토왜가 못 들어온다. 그러니 어떻게든 야마토왜를 끌어들이기 위해 마한을 살려둬야 한다.
◇ [찬성측 의제2] 임나 등 일본서기 지명 문제
▲강봉룡=한국 고대사, 특히 지방사는 불모지대다. 삼국사기엔 내용 거의 없다. 역사 복원을 위해선 고고학과 다양한 자료를 비판하고 총동원해서 전남호남 역사 복원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일본서기 자료를 썼다고 식민사학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하다. 임나 등의 지명은 우리, 중국 등에서도 나온다. 기문이라는 지명도 중국 양직공도, 광개토대왕비 등에도 나온다.
▲이덕일=양직공도는 대륙이야기지 전라도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서기는 천년을 조작한 역사서이다. 고구려백제신라가 야마토왜에 조공을 바친 속국이었다고 써놓은 책이다. 정확한 한자가 아닌데 합의를 통해 상기문 등으로 읽어서 표현하면 안 된다.
◇ [반대측 의제2] 일본서기 자료에 대한 학문적 평가
▲나간채=일본사료를 쓰는 것은 위험성이 높다. 친일의 선두를 걸었던 이만식, 이병노의 흔적이 우리 역사에 그대로 흘러들어오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최근 일본서기는 한국에서 학술자료로 근거 없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럼에도 사용됐다.
▲강봉룡=나 교수님이 말한 사상에 입각해서 일본서기가 왜곡된 사서라는 것에 공감한다. 학자 중 공감하는 사람은 없다. 일본서기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서기 써야하느냐고 고민했다. 90년대부터 영산강 유역 등 자료 해석을 해야하는데 삼국사기는 자료가 부족해서 비판하면서 조심스럽게 사용했다.
◇ [반대측 의제3] 전라도역사 폄훼 문제
▲정현애=총설 1권 14쪽 등을 보면 나주평야 벼농사는 백제시대로, 박중환 관장님의 박물관에서도 15세기로 되있지만, 천년사에선 백제시대로 기술하고 있어 단순한 착오나 오타가 아니다. 청동기 철기 문명도 방사선 탄소연대 등 서기 2630년 무렵에 청동기가 나왔다. 우리 지역은 기워전 5세기 무렵에 들어왔다고 나왔다. 기원전 2세기에 철기 유입 등 뒤처진 것으로 기록됐다.
▲조법종=전라도 시작 연대 영암 장천리 주거지 지역에 탄소 측정이 꽤 높게 나왔는데 왜 이건 인용안하고 5~6세기로 맞췄느냐면 당시 시료가 오염됐다는 보고가 있었다. 오자 문제는 바로 수정할 것이다. 편찬위 측에서는 직접적으로 낙후됐다고 표현한 적이 없다.
◇ [찬성측 의제3] 가야와 백제 문제
▲강봉룡=일본서기에 임나4현이 나온다. 낙동강 유역만 가야라고 생각했는데 유적 유물이 섬진강유역에 확인되면서 임나4현은 가야가 퍼져나가는데 백제가 가야에 대항해서 확보해 나가는 과정을 반영하는 것이다해서 복합자료로 매치해보니 말이 맞았다.
▲이덕일=임나4현은 일본서기에만 나온다. 백제왕이 신하라 야마토 왕에게 임나4현을 하사해달라고 해서 받은 것이라고 나온다. 그 위치를 일본신민사학자들은 영산강유역이다하는데, 편찬위는 섬진강유역이라 한다. 일본서기에만 따른 것이다. 쟁점되는 이유는 이런 내용을 공식적으로 우리가 쓰면 나중에 일본 사학자들이 주장할 때 반박할 말이 없게 된다.
◇마무리
▲지병문=장시간 핵심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국 서로 간 주장이 엇갈려서 하루 토론으로 정리될 문제는 아니지만, 양측 모두 하실 말씀은 충분히 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오늘 들어보니 이미 인쇄가 끝났는데, 시도의회는 수정이 가능한 것처럼 알고 있다. 해결방법은 시도지사들이 나서서 정치적, 행정적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결론내린다.
정리/김성빈 기자 ksb@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