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가 만난 사람] 윤호열 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장, ‘35년 삼성맨’의 새도전…“바이오산업은 전남 미래 먹거리 핵심”

전남 바이이오산업 사령탑 맡아 바이오헬스케어 거점 육성 목표 글로벌 표준모델 ‘산파’ 자임 전 직원 소통…수요편지 23회 6개 센터마다 시너지 창출 노력 재정통합…경영혁신 나서 ‘주목’

2023-08-16     천창환 기자

 

기업이 수익 가치를 극대화하고 공공기관은 공익 가치를 추구하지만 그 어떤 식으로든 통합의 밸류는 반드시 달성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골수’삼성맨 출신 윤호열 전남바이오진흥원장. 그는 삼성 재직 때부터 배운 지속성장, 사회적 기여, 자아실현이라는 3대 경영원칙을 고수하고 있다./전남바이오진흥원 제공

■대담·정리=천창환 선임기자

‘골수’ 삼성맨 삶의 버전2는 어떤 모습일까.

윤호열 전남바이오진흥원장. 그가 시가총액 60조 원에 이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원을 박차고 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장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할 때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다. 정작 그는 “전혀 연고가 없는 전남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해 4월 화순전남대병원에 특강왔다가 전남도 인사들을 만난 게 새로운 인연의 시작이었다. 전혀 낯선 곳으로 이직하기까지 고심한 시간은 8개월. 삼성의 한 선배가 “그늘이 시원하다고 오래 있으면 안된다”고 한 조언이 가슴을 울렸다. 35년 기업에 다녔으니 삶의 버전 2를 만들 때라고 결심했다.

삼성 내에서도 사라져가는 회사를 지켜보고 사번 3번으로 ‘맨땅’에서 시작해 대박난 회사를 이끌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현재의 성공을 이룬 것 처럼 전남도에서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런 그는 이제 전남 바이오산업에 대한 도전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퇴직한 후 전남바이오진흥원장으로서 160여 일 노정을 16일 언론에 처음으로 털어놨다.

-부임한 지 6개월 째다. ‘친정’삼성이 그립지는 않나.

▶최근에 진흥원 임직원들과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방문하고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기업과 공공기관이 각기 추구하는 바가 다를 수 있을 수 있지만 수익성이든 공공성이든 통합의 가치는 어떤 식으로든 달성돼야 한다는게 제 소신입니다.

친정이 그리웠다기 보다 기업의 단순성, 또 그 만큼 치열함을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보고 싶었습니다.

-요즘 하루 일과는.

▶아침에 빛가람 혁신도시 집에서 호수공원 전망대까지 운동삼아 다닙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아파트 계단 오르기로 대신합니다.

출근해선 진흥원 현안에 대한 ‘보고와 회의’ 후 다른 기관과 협력하고 배울 점을 찾기위한 ‘출장’, 업무메일과 메신저를 통한 ‘네트워킹’등의 활동을 합니다.

매주 수요편지를 통해 진흥원이 추구하는 것과 변화의 방향에 대해 전 임직원과 공유하고 소통하려 합니다. 지난 5개월 동안 23회 발송했더군요. 금요일엔 최고경영자회의를 열어 두분의 실장님·6개소 센터장님들과 함께 진흥원의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시너지효과를 높이자는 뜻에서 지난 3월 부임이후 8월 현재까지 18회 운영했습니다.

-그 동안 전남바이오진흥원이 좀 달라졌나.

▶지난달 16개 공공기관이 모여 있는 빛가람 혁신도시 내 스마트파크 지식산업센터로 본원을 이전했습니다. 올해 재단 설립 20주년을 맞아 연구역량 강화와 대외 인지도 제고, 방문객 편의제공 등을 위한 일입니다.

‘대한민국 남부 바이오헬스케어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전남의 블루 바이오를 상징하는 기관 이미지도 역동적인 CI로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센터별로 운영하던 재무회계를 본원에서 통합 운영해 업무효율을 극대화하고, 전략기획TF팀을 운영해 대형 국책과제를 수행하는 등 경영혁신방안을 수립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 7일 세계보건기구(WHO)의 글로벌 바이오 인력 양성 허브(Hub) 사업의 일환으로 화순이 보건복지부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로 선정돼 연간 일 천 명의 바이오 전문인력이 배출될 예정입니다.

전남도와 화순은 바이오 클러스터를 위해 20년간 투자해 왔으며, 그동안 수도권으로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갔던 인력을 상주시키고 수혈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데 진흥원으로서도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전남바이오진흥원의 경영상 차이를 든다면.

▶진흥원은 공적 조직으로 공익성과 수익성이 적절한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게 기업과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좀더 크게 사회적 통합 가치창출 측면에서 본다면 본질적 차이는 없습니다. 진흥원은 본연의 가치를 직접 만들고 그 가치가 충분히 창출됨을 증빙해야 하고, 또한 협력하는 기업들에 의해 총합의 가치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삼성그룹 설립자인 이병철 회장님 경영철학인 ‘인재제일’, ‘사업보국’, ‘합리추구’와 이건희 회장님의 품질·서비스 혁신을 통한 ‘신경영’은 시대를 초월하는 기업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35년간 몸담아 온 삼성, 특히 삼성바이오 11년은 경영자로서 큰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삼성바이오 재직 때부터 △수익창출을 통한, 초기에는 솔직히 생존 그 자체가 목표였습니다만, 지속성장 △바이오 선도기업으로서 사업을 통한 사회적 기여 △임직원 개개인의 전문가로서 성장 발전과 자아실현 등 3대 경영방침과 목표를 두고 달려 왔습니다. 진흥원에서도 이런 원칙은 변함없이 접목할 예정입니다.

-개인적 역량에 대한 기대도 커보인다.

▶골수 삼성맨으로 선배·동료들과 함께 다수의 다국적 기업들과 합작기업을 만들고 운영해 본 글로벌 경험, 창업부터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바이오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합니다. 최우선으로 효과적인 소통, 시너지 창출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개최된 진흥원 이사회에서 부임후 활동과 혁신전략을 보고드렸습니다. 17명의 도·시군, CEO, 교수로 구성된 이사회로부터 커다란 공감과 지지를 받았습니다. 김영록 지사님은 “맘껏 한번 해보라.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응원해 주셨습니다. 도의회도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지해 주셔서 커다란 소명을 느끼고 있습니다.
 

윤호열 원장이 나주 본원 사무실에서 경영 목표 ‘대한민국 남부 바이오헬스케어 거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을 간략히 소개해 달라.

▶2002년 설립된 전남바이오진흥원엔 8월 현재 183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석박사 인력이 절반을 넘습니다. 지역밀착형 특징을 가져 개발된 기술은 즉각 기업과 현장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211건의 특허를 갖고 있고, 93개 기업을 보육 중입니다.

산하에 전남의 산업특성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고려해 기능과 역할이 다른 생물의약, 식품, 천연자원, 나노, 해양, 친환경농생명 등 6개 센터가 있습니다.

각 센터는 6개 시군에 걸쳐 나름의 크고 작은 클러스터를 구축하는데 중심역할을 합니다.

각 센터별로는 창업기업육성, 연구개발, 실증화를 위한 생산지원 시설을 보유해 기업을 원스톱으로 육성하는 체계를 갖췄습니다.

박셀바이오, 바이오FD&C 등은 진흥원의 지원을 통해 상장한 대표 기업으로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습니다. 현재 보육중인 기업과 협력업체 중에도 다양한 유니콘 기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의 경쟁력을 꼽는다면.

▶진흥원의 생물의약센터가 위치한 화순은 전남대 화순병원을 중심으로 한 메디컬 클러스터와 백신과 면역치료제의 원스톱 서비스 밸류체인이 완결된 바이오클러스터가 상호 연결되어 있습니다.

바이오클러스터는 산-학-병-연이 연결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송도·오송을 뛰어넘는 첨단 레드 바이오단지가 광주인근 화순에 조성되고 있습니다.

이런 유기적인 협력체계가 지자체 중심으로 이뤄진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또 진흥원 천연자원연구센터가 있는 전남 장흥에는 천연물 중심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고, 장성은 나노 산단, 완도에는 해양바이오가 클러스터가 자리잡아 가고있습니다.

다른 시도와 달리 레드, 그린바이오 6개 센터가 진흥원이라는 조직 산하에 있으므로 융복합 시너지가 기대됩니다. 바이오헬스케어 거버넌스가 잘 정비된 것도 특징이라고 볼 수 있지요.

-‘대한민국 남부지역 바이오헬스케어 거점’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바이오는 대규모 자본과 오랜 시간 산업육성이 필요하고, 국민건강과 바이오헬스 산업의 안보측면에서 클러스터를 분산 조성해야 합니다.

따라서 중앙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방 클러스터를 선도해 경쟁력있게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광주·전남은, 전남의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와 광주의 AI·의료기기를 연계하여 첨단의료 복합단지로 지정해 줄 것을 중앙정부에 제안하고 있습니다,

전남의 자산인 화순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와 광주의 AI·의료기기산업을 융합 발전하면 글로벌 중점 클러스터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진흥원은 오랜기간 육성된 바이오산업을 기반으로 치료와 치유를 결합하는 웰빙, 웰에이징사회로의 전환을 추구하는 한국형 생활형 바이오헬스케어를 구축해 국내는 물론 해외로부터 거점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인력양성을 통한 남부 바이오헬스케어 중심지로 성장하여 전남을 바이오경제로 전환시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전남바이오진흥원이 전남도 23개 출자·출연기관 중 최우수기관이 되도록 충실히 준비할 계획입니다.

-기타, 하고싶은 말씀은.

▶과거에 비해 소득수준은 높아지고, 기대수명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돈 걱정이 없으면, 건강을 걱정합니다. 새로운 질병도 많아져서 바이오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수 밖에 없지요. 바이오 산업은 전남 미래의 그린 라이트입니다. 전남도와 시군에서도 바이오 산업에 대한 육성의지가 어느 지자체보다 높습니다.

국내보다 훨씬 더 큰 바이오 시장이 해외에 있습니다. 글로벌 중점 클러스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장을 연결하고, 인력양성에 힘을 쏟겠습니다.

전남이 아시아권 바이오 클러스터 표준모델이 되도록 성공한 바이오클러스터를 육성하겠습니다.

출발은 사람입니다.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 지식을 축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게 제게 주어진 미션의 하나입니다.

◇윤호열 원장이 걸어온 길
- 1963년 경남 창녕출생
-창원 마산고,부산대 화학 학사
-뉴욕주립대 기술경영학 석사
-스위스 로잔경영대 경영학 박사과정
-삼성종합화학 기획실 구조조정팀 차장
-삼성토탈 경영기획팀장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운영센터장(상무)
-삼성바이오로직스 CSC센터장(전무)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경쟁력강화위원장
-제8대 (재)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