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획-여성농업인 전남을 이끈다]17. 장성 ‘산들래식품’ 백소연 대표
전통 손맛 살린 김치·식혜 틈새시장 개척 서울식·보통식·전라도식 ‘맞춤식 김치’ 인기 학사농장 등에 친환경 김치 납품… 미국 수출도
고향의 손맛을 간직한 전통 김치와 식혜 5종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여성사업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전남 장성군 동화면 남평리 238-16번지에 자리잡은 ‘산들래식품’ 백소연(48) 대표. 백 대표는 산들래식품을 운영하며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손맛으로 대를 이어 김치류·식혜 등 전통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산들래식품은 6차산업 인증 경영체로 체험텃밭, 체험장, 가공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백 대표는 지난 199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광주에 있는 백화점에서 근무하다가 어머니의 권유로 2010년부터 ‘산들래식품’을 운영하게 됐다.
그가 귀농을 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건강 때문이었다. 용하다는 병원을 찾아다녀 봤지만 치료되지 않았고, 지속적인 어깨 통증과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 그에게 어머니는 김치사업을 함께 해볼 것을 권했다. 백 대표는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귀농하게 됐다. 귀농 후 그녀는 따로 병원치료를 받고 있지 않아도 통증이 사라질 만큼 건강이 좋아졌다.
백 대표는 지난 2010년 11월 ‘산들래식품’을 오픈했으나 초창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단순히 ‘시골에서 농사지은 좋은 재료로 김치를 만들어 판매하면 되겠지’라고 다소 안일하게 생각하고 시작했던 것이 문제였다. 기반시설은 물론 판매망까지 아무 것도 갖춰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데다 김치를 만드는 방법 또한 체계적이지 못하다 보니 균일한 제품 생산이 어려웠다.
더욱이 김치산업은 차후년도에 판매할 제품생산을 위해 재투자해야 하는데, 벌어들인 자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게 됐다. 그 뿐 아니라 사업화 과정에서 모든 공정을 문서화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백 대표와 어머니는 잦은 의견 충돌을 겪기도 했다.
백 대표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2011년도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추진한 청년창업 지원사업에 응모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전용 포장재를 개발했다. 또 키워드 광고와 클릭초이스 등을 활용해 온라인 광고를 추진해 고정고객 확보를 위해 김치축제 등 지역축제와 직거래 행사에 매년 5∼6회 참여하는 등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밖에도 학사농장과 한마음공동체에 친환경김치를 주 2회 납품하고 있으며, 미국 LA 수출시장도 개척했다.
백 대표는 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남도농업기술원을 찾아 e-비즈니스 교육과 창업여성 CEO 교육 등을 수료했다.
산들래 식품은 전통식혜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16년 교육부가 주관한 직업체험 인증기관인 ‘꿈길 체험처’로 선정돼 우리음식 쿠킹클래스 강좌를 개설해 체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김치 담그기와 떡, 식혜 만들기 등 체험활동으로 연간 1천여 명이 방문해 지난해 1천500만원의 연매출을 달성했다.
현재 백 대표가 만들고 있는 식혜 제품군으로는 전통식혜와 호박식혜, 복분자식혜, 수정과, 커큐민식혜 등이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코로나19 시절에도 6억4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억대부농의 꿈을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11월 전남도로부터 농촌융복합 산업인으로도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처럼 그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식품산업에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랐지만 어머니의 손맛을 물려받아 대를 이어 최고의 명품김치 생산에 몰두했다. 김장배추로 한 해 4만 포기를 사용해 일부는 직접 재배하고, 3만5천 포기는 인근 세 농가와 계약재배한 고품질 배추를 엄선해 쓰고 있다. 또 식재료에 들어가는 모든 농산물도 직접 재배해 활용하고 있다.
김치를 소비하는 지역과 개인 입맛·취향에 따라 속재료와 맵기가 다르다는 것에 착안해 고객 1대1 맞춤형 김치를 담았다. 산들래식품 김치는 각 지역에 따라 서울식은 새우젓, 전라도식은 멸치젓, 보통식은 황석어젓 등의 젓갈을 이용해 김치를 담아서 판매한다. 여기에 맵기정도도 설정할 수 있는데 순한맛, 중간맛, 매운맛 등의 단계로 나눠 9가지 맛 김치로 차별화해 전국민의 입맛을 겨냥하고 있다.
백 대표는 자신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낸 것처럼 귀농하는 여성농업인들에게도 조언을 잃지 않았다.
그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과 같이 초보농민들의 어려움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지역 농민들은 없으니 그들의 조언과 지역 농업기술센터를 찾아 자문을 구하고 귀 기울이라”며 “어떤 농사던 쉬운 것은 없고 대박치는 농사는 없으니 처음부터 내가 하면 대박칠 것 이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농사일에만 전념하다보면 대박치는 시기는 분명히 올 것이니 꾸준히 일에만 집중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백 대표는 “약초성분이 함유된 기능성 김치와 고추장을 개발해 입맛이 까다로운 도시민을 집중 공략할 계획으로 앞으로 장성군이 국내 김치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또 식혜를 적게 생산하더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직거래 유통과 수출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