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획-여성농업인 전남을 이끈다]18. 함평 ‘녹색식품’ 이선숙 대표
“함평에서 나고 자란 건강 먹거리에 매력 흠뻑” 친환경 농산물 가공해서 건강음료 제조 유기농 양배추즙·레드비트 사과즙 인기 어린이용 도라지배즙 어른들도 많이 찾아
친환경 원물인 양배추와 배로 더 건강한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 여성사업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전남 함평군 학교면 동함평산단길 34-63번지에 자리잡은 ‘녹색식품’ 이선숙(57) 대표. 이 대표는 올해로 9년된 농업회사법인을 운영하며 양배추즙과 도라지배즙·레드비트즙·양파즙·호박즙·석류즙 등 농산물을 가공해서 건강음료를 만들고 있다.
이 대표는 원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남편과 아이셋을 낳고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던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시어머니가 위중한 병에 걸리기 전까지는. 그렇게 쓰러진 시어머님은 16년간 병석에 누워계셨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아버님까지 병석에 눕게 됐다. 15년동안 병간호를 하며 세월을 보내다 두분을 살뜰히 끝까지 모신 후 먼길로 보내드렸다.
이후 이 대표는 자신만의 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폐업을 준비중인 한 매장이었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게였지만 이 대표에게는 희망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인수를 결정했다.
이 대표는 “어떤 업종이 들어와도 1년을 못 버티고 나가는 자리였다”며 “계속 간판이 바뀌는 가게였으니 다들 들어가면 망한다고 들어가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고 말했다.
녹색식품은 ‘제대로 키운 것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 대표의 철학이 담겨진 만큼 ‘친환경’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농산물은 함평에서 재배되는 것들 위주로 사용하고 함평에서 나지 않는 농산물의 경우 90%는 전남지역 농산물을 가져와 사용한다.
녹색식품이 자신있게 소개하는 베스트 상품은 ‘유기농 양배추즙’이다. 현대인들의 대부분이 겪고 있는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 등에 양배추가 좋다는 건 정설이다. 양배추의 주요 성분인 비타민U는 위산을 포함해 여러 자극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해주기 때문에 속을 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양배추 역시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나는 월동 양배추가 가장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달큰하고 맛좋은 월동 노지 양배추만 골라 만든 유기농 양배추즙은 일찍 동이 난다.
100% 양배추즙만으로도 맛이 좋지만 그럼에도 부담스럽다는 이들을 위해 사과를 섞은 양배추사과즙도 생산한다. 무농약 양배추에 국내산 달콤한 사과를 첨가해 목넘김이 좋은 최적의 배합으로 깔끔하고 달콤한 맛이 난다.
고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제품은 ‘야채수’와 ‘도라지 배즙’, ‘레드비트사과즙’이다. 야채수는 무, 무청, 당근, 우엉, 표고버섯을 적절한 비율로 조합해 끓인 물로, 뿌리채소를 우린 야채수는 꾸준히 마실 경우 체내의 균형을 유지시켜주고 항산화 작용으로 면역력을 높여 암세포 증식 억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독소와 노폐물 배출 효과가 뛰어나 환자들이 많이 마시기도 한다.
‘녹색식품 야채수’는 무농약 무와 당근, 유기농 우엉·무청·건표고버섯 등 100% 전남에서 엄선된 친환경 인증을 받은 5가지 야채만을 넣어 만들고 있다. 무농약 비트와 사과를 갈아서 착즙한 ‘레드비트사과즙’은 채소와 과일의 균형이 잡힌 영양 만점 음료다.
‘도라지배즙’은 어린이용으로 만들었지만 어른들도 많이 찾는 제품으로 사계절 꾸준히 사랑받는 제품이다. 국내산 배 93%와 말린 도라지 7%가 들어간다. 도라지는 면역 관리에 좋은 사포닌과 이눌린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기관지 건강에 도움을 준다.
이 대표는 “다른 곳은 불가능한 월동 양배추를 오로지 전남에서만 재배할 수 있다”며 “서리를 몇번이나 맞으며 단단하게 큰 덕분에 속이 훨씬 달아서 먹기에도 좋고 속을 다스리는 데에도 효과가 좋다는 피드백을 듣곤 한다”고 말했다.
회사의 여러 좋은 점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에게는 말 못할 사연이 있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털어놨다.
이 대표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공장을 이끌어가는 것이 힘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며 “공장장급 기술자를 기르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진득하게 일을 배울 사람을 구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성 귀농인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아무리 정성들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누가 대신 팔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생산한 물건을 어떤 루트로 판매를 할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