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환의 여행이야기](13)뉴질랜드 퀸스타운(Queenstown)
여왕이 살 만큼 품위있는 도시 ‘퀸스타운’…호수 너머 몽환적 설경 카와라우강에 ‘세계 최초’ 번지점프장 43m 아래 거친 물살…서 있어도‘아찔’ 와카티푸 호수, 반짝이는 물빛 아름다워 제트보트·크루즈 순회…최고의 휴양지 유명한 햄버거집…169번 대기표 받기도
오늘은 와카티푸 호수를 끼고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는 퀸스타운으로 떠나 보자.
어젯밤 아내와 오랜만에 함께 손을 꼭 잡고 시내 구경을 다녔다. 다른 도시는 해가 넘어가면 적막함 그 자체지만 이곳은 도시답게 밤에도 생기가 돌았고 선물 가게를 중심으로 오후 9시 이후까지 영업해 사람들이 많았다.
그동안 사람보기가 어려웠는데 오랜만에 차도 막히는 등 생동감 있는 도시 풍경이 생소하지만 좋았다. 작은 도시만을 여행하다 보니 주차 문제가 없었는데 이곳은 사정이 달랐다. 우선 호수를 끼고 도시가 자리해 계단식 구조의 도로에 집들이 위로 올라가며 교통체증과 주차면 부족으로 자동차가 또한번 애물단지로 변했다.
어제까지 내린 비는 이 도시에 둘러 있는 높은 산들을 하얀 눈으로 덮었고 본격적인 겨울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여왕이 살아도 될 만큼 아름답고 품위 있는 도시란 의미의 퀸스타운에 도착한 순간 호수가 주는 청량감이 이방인을 시원하게 했다.
호텔 창을 통해 바로 호수가 보이고 호수 너머 높은 산에는 하얀 눈이 덮여 몽환적인 풍경을 자랑하고 있다.
풍경에 취해 술 대신 컵라면을 호수와 산을 바라보며 먹으니 고급 식당 만찬보다 좋았다.
자동차 앞 유리창은 얼음으로 덮여 이제 겨울을 준비할 계절임을 실감케 했다.
도시 외곽 30분 거리의 카와라우강에는 세계최초의 상설번지 점프장이 있다. 번지점프 창설자 A.J하켓의 이름을 따 회사와 점프대 이름을 A.J하켓이라 명했다. 처음 만들어진 번지점프대는 43m 높이로 카와라우강의 거친 물살 위에 우뚝 서 있어 다리에서 강물을 내려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번지점프 전설에 의하면 한 아내가 남편의 모진 학대를 받다가 어느 날 이 학대를 참지 못하고 집을 나와 나무 위에 올라 숨어 버렸다. 급하게 아내의 뒤를 쫓아온 남편이 발견하고 나무에 올랐다. 그러자 아내는 자신의 발에 나무 넝쿨을 묶고 쫓아온 남편을 피해 뛰었으나 남편은 넝쿨을 묶지도 않고 아내를 따라 뛰었다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 일이 있는 후 기혼자들은 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30m 높이에서 뛰어내리면서 아내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는데 이것이 하나의 의식으로 정착했으며 오늘날에는 용기를 자랑하는 레포츠로 발달했다고 한다.
거울 같은 와카티푸(Wakatipu) 호수를 마오리 원주민들은 이곳을 비취 호수라 부르는데 이름처럼 반짝이는 물빛이 비현실적일 만큼 아름다웠다.
이 호수는 타우포, 테 아나우 이어 3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며 좁고 긴 S자 형태로 이 도시를 감싸고 있다. 이 호수는 신비하게 조수간만의 차이가 약 20㎝인데 이는 기온과 기압의 차이로 생기는 현상으로 현대과학은 판단하고 있으나 마오리 원주민들은 호수 바닥에 누워 있는 거인의 심장 박동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호수의 원래 이름 와카 티파 와이 마오리(거인이 누워 있는 사이를 흐르는 물)도 그런 전설에서 연유한 것이다.
사실 말이 호수지 바다와 다름없다. 부두가 있고 크루즈가 순회하며 각종 수상 레포츠와 제트보트를 즐기는 최고의 휴양다. 호수로 이어지는 대형 상가 몰에는 인도전용 넓은 도로가 바로 호수까지 이어지며 많은 젊은이와 지역민들이 여유롭게 쇼핑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어제는 일요일, 오늘은 여왕의 생일을 맞아 휴일이라 호수가 방파제에는 커피를 든 어른들과 솜사탕을 든 아이들은 호수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퀸스타운에서 이 햄버거 가게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맛을 보기 위해 11시 50분경 169번째 번호표를 받았고 소고기와 치킨 맛을 보고 아내는 이런 맛 처음이라며 맛있게 먹었으나 나는 평소 햄버거 맛을 몰라 비교할 수 없었다. 오전 8시에 시작해 새벽 2시까지 영업하니 천팀 이상 받을 것으로 보였다. 아무리 불경기라도 혁신적인 제품은 세상 어디에서도 통했다.
글·사진/김진환 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