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문턱 못 넘는 ‘시민참여예산제’, 실효성 ‘갸웃’
개인 민원성·중복 사업 제안 ‘수두룩’ 교육·컨설팅 등 제도 내실화 노력에도 매년 시민 제안 대부분 외면 ‘되풀이’ “제도 전반 되짚어 보고 효과 높여야”
시민들의 의견을 예산과정에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시민참여예산제’로부터 나온 사업 대다수가 의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는 현상이 매해 반복되면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시민 참여로 재정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본래 목적이 중복 및 민원성 제안까지 난무하면서 본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13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민참여예산제는 예산 편성 등 지자체의 예산과정 전반에 시민들의 참여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재원 배분의 공정성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광주시에 거주하는 시민이나 단체는 누구나 제안에 참여할 수 있으며, ▲시정참여형 ▲청년참여형 ▲지역참여형 등 시민 편익을 높이는 생활밀착형 사업이 제안 대상이 된다.
광주는 지난 2010년 강운태 광주시장 공약사항으로 해당 제도가 채택되면서 1년 뒤 운영조례를 제정하고 현재까지 시민들의 제안 사업을 공모하고 있다. 올해는 시민들이 공모한 451건(721억 원)의 사업 제안 가운데 64건(51억 원)만이 의회 심의를 통과한 상태다.
문제는 시민참여예산제에서 도출된 사업 대부분이 실제 예산 편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상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참여예산 현황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0년 620건(118억 원) 중 35건(72억 원) ▲2021년 559건(852억 원) 중 52건(68억 원) ▲2022년 528건(904억 원) 중 48건(58억 원)으로, 과거부터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는 비율이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시민들이 제안에 참여하다 보니 실현가능성이 낮은 사업과 이미 시행되고 있는 유사 정책이 매번 제안되고 있다. 심지어는 개인의 이익을 위한 민원성 제안들도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이에 광주시는 제안사업의 질적 제고를 위해 심사 선정 과정을 강화하고, 참여예산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관련 교육과 홍보를 지속하고 있다. 제안서 작성 단계부터 컨설팅 지원, 심의 전 사업 현장 사전 답사 등을 시행하고, 예산학교의 온라인 교육 확대 및 부문·계층별 교육 강화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제도의 내실화를 기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음에도 아직까지 성과는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명노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매년 충분한 가치와 명분을 가진 시민들의 제안 사업들이 전문성과 구체성 결여로 외면받고 있어 시민참여예산제의 체계 전반을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며 “좋은 제안들에 대해 의회 심의 전에 전문 컨설팅 등을 통해 정비하는 과정을 거쳐 시민 참여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의 직접 참여라는 제도의 당초 취지 때문에 집행부가 굳이 나서서 행정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고 광주시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재원 사정과 사업 중복 문제로 심의를 통과하는 사업이 많지 않다. 관련 부서에서 구체적인 사업 검토가 이뤄지고 있으며,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사업은 실상 많지 않다”며 “시민참여예산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에 대해 관련 부서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