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정 진남중 교장, 남도일보 k포럼 강연 “사람됨이 먼저이고, 교육만이 희망이다”
‘비탈에 선 아이들의 치유와 인성교육’ 강연 원우회원 50여명 참석…박 교장 재능기부 진행 아이들 눈높이 맞춰 응원·사랑하는 자세 필요 개인 사재 털어 폐가 매입…‘공동 학습장’ 개설 학업 적응 못한 707명 학생들과 ‘동고동락’ 사연 담은 저서 '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 출간 한 달 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라 화제 모아 단기 위탁교육시설 ‘금란 교실’ 국내 최초 개설 자살 등 위기상황 위해 ‘부르미’ 창설 초대단장
“모든 아이들은 성장하고 개인마다 개화(開花) 시기가 다를 뿐이다. 아이들이 저마다의 향기를 뿜으며 만개 할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춰 응원하고 믿고 사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사람됨이 먼저고 교육만이 희망인 것이다.”
박주정(60) 광주 진남중학교장은 12일 서구 데일리웨딩컨벤션에서 열린 ‘남도일보 9기 K포럼’ 열세번째 강연자로 강단에 올라, ‘비탈에 선 아이들의 치유와 인성교육’이란 주제로 90분 동안 열띤 강의를 펼쳤다.
이번 강연은 K포럼 원우회원 50여명이 함께했으며, 박 교장의 재능기부로 진행됐다.
박주정 교장은 교직생활 30여년 동안 일선 교육현장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이 중심이 되는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교육공동체 조성’에 보탬이 되고자 강연을 마련하게 됐다.
박 교장은 “점점 흉포하게 증가하는 학교폭력과 부적응 문제·학업중단·가정폭력·경제적 빈곤·우울증·자살충동 등의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학교에서 ‘생활지도 및 인성교육’은 학생들에게 중요한 교육의 본질적 요소다”고 말했다. 일부 일탈학생들이 학교생활 부적응이나 가정 및 학교폭력 문제에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꿈을 키워 미래를 진취적으로 계획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생활지도 및 인성교육이 필요하다는게 박 교장의 교육철학이다.
박 교장은 인문계 전·후기에 실패하고 실업계 고교에서 꿈조차 없던 학생들과의 교단 생활을 소개하며 인성교육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993년 광주금파공고 재직시절, 10평의 아파트로 찾아온 8명의 학교 부적응학생들과 함께 생활했다”며 “당시, 학생들을 훈육하기보단 이해하고 마음을 열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점점 시간이 지나자 노력의 댓가인지 자폐증세를 갖고 있던 한 학생을 제외한 7명이 전교 640여명 가운데 1등부터 7등을, 그 다음엔 7명이 공동1등을 차지하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고 말했다.
특히, “9개월 동안 8명씩 총 16명이 함께 집에서 숙식을 하며 전원이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마쳤다”고 덧붙였다.
박 교장은 이후 가난과 학교폭력 등으로 학업에 적응치 못한 학생들을 위해 사재를 털어 폐가를 매입, ‘공동학습장’을 개설하고 환경체험학습과 인성교육을 본격적으로 실천했다.
그는 “지난 1994년 만들어진 공동학습장에서 2002년 2월까지 약 707명의 학생들과 생활했다”며 “이 기간 동안 아이들과 채소 가꾸기·서예·환경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체험활동으로 100% 졸업 달성과 함께, 대학진학 및 취업 등의 성과를 올려 교단생활 중 가장 보람된 기억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지난 2004년부턴 광주시교육청 장학사로 근무하며 학교부적응 학생을 위한 단기 위탁교육시설 ‘금란교실’을 국내 최초로 개설했다.
2008년엔 학교부적응 학생과 학업중도탈락 학생을 전담 교육하는 ‘용연학교’도 설립했다. 아울러, 지난 2015년엔 자살 등 위기상황에 놓인 학생들을 위해 24시간 신속 대응하는 ‘부르미’를 창설해 초대 단장까지 맡았다.
그는 “아이들은 여전히 자살을 시도하고 학교폭력 수는 줄지 않고 있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라는 한 축이 무너져 있던 것”이라며 “아이들에겐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어줄 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교사의 책임과 의무는 세월이 흘러도 큰틀에선 변하지 않는다”며 “학생들에게 교사들의 한 마디는 인생에 있어 조언이 될 수도, 아니면 원망이 될 수도 있는 만큼,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교육철학’으로 학생들과 함께 하길 바라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교장이 학교 부적응 학생을 돌보며 성장시킨 사연을 담아 펴낸 '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김영사)은 출간 한 달 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이 책에는 10년 동안 벼랑 끝에 몰린 707명의 아이들을 사회구성원으로 성장시키고, 교육자로서 위기에 처한 학생들과 함께 하고자 했던 박 교장의 행보가 담겨 있다.
/고광민 기자 ef7998@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