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해결 타개책’ 등 뼈 깎는 추가 자구책 주목

경영 효율화 방안 등 납득할 만한 자구책 절실 일방적 국민희생 강요 ‘전기료 인상’ 불식시켜야 내부 혁신 보이지 않는다면 명분도 떨어져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자구안 발표할 듯

2023-10-23     고광민 기자

 

한전 본사 전경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제차 강조한 가운데 조만간 추가 자구책이 발표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선 내부적으로 뼈를 깎는 노력을 보이지 않을 경우 적자해결 타개책으로 강조하는 전기요금 인상 방안이, 국민들에게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납득할 만한 자구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국감 분위기에서도 정부 측 기류는 내부혁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전기요금 인상 명분이 떨어져 강도 높은 혁신안에 무게를 싣는 상황이다. 한전이 이르면 이달말이나 다음달 초 발표할 추가 자구안에 어떤 대책 등을 담아내고, 추진할 지 관심이 쏠린다.



◇ 한전 추가 자구책 조만간 발표

23일 한전과 산업부 등에 따르면 한전은 재무위기 타개를 위한 추가 자구대책을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께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전은 200조원 넘은 부채 해결 실마리를 위해 지난 5월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 고강도 재정건전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더욱 강도높은 내부 자구책을 이번에 발표해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명분을 쌓겠다는 의지가 굳건하다. 이미 4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동철 한전사장은 전기요금 현실화 등 인상방안을 적극 피력하며 내부적으로 강조높은 자구책을 마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췄다.

현재 한전은 지난 2021년 2분기 이후 9분기 연속 적자를 보이며 올해 6월말 기준 201조 4천억원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로 적립금이 줄면서 내년부턴 한전채 발행 한도마저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급기야,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최근 국제연료가격 상승과 동절기까지 앞두고 있어 ‘역마진 구조’에 따른 부채는 갈수록 쌓일 전망이다. 이런 추세라면 한전채 발행 빚으로도 돌려막기 어려운 처지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깊다.

이번 국감에서도 경영악화 문제점 등이 불거지면서 한전의 부실·방만경영을 타개할 재정건전화 및 내부혁신이 강조됐다.

이미 한전은 보유 부동산 등 핵심 자산을 제외하곤 일부 매각 하거나 전체 임직원 임금동결 및 희망퇴직 등의 방안으로 재무개선을 추진 중이다.

다만, 한전이 부채비율이 워낙 높고, 인적쇄신 일환인 희망퇴직은 추가자금 확보 및 노조와의 소통 등의 전제가 남아 자구책 추진에 적잖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 전기요금 인상 위한 인적쇄신(?)

한전은 지난해 자구책을 발표하며 오는 2026년까지 발전자회사를 포함한 총 25조 7천억원 규모의 재무개선 계획을 수립했고 지난 8월 기준 자산매각과 사업조정 등을 통해 9억 4천억원의 재무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여기에 ▲본사조직 축소 ▲사업조직 거점화 ▲정원감축에 따른 초과현원 조기 해소 ▲희망퇴직 시행 및 조직·인력 효율화 등을 추가 자구책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막대한 적자와 부채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고, 자산매각이 대부분 사옥이거나 사택 등 필수적인 것들 이어서 적자 해소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한전이 보유한 여러 자산 등을 매각 한다고 하더라도 수십조에 이른 적자를 감당하긴 수월치 않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전은 최근까지 ▲비용절감 5조원 ▲사업조정 8천억원 ▲자산매각 4천억원 ▲수익확대 2천억원 등의 재무개선 노력에 그쳤다. 현재 재무개선 목표치 달성률은 40% 미만인 37% 수준이다.

결국,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카드를 위한 강도높은 인적쇄신에 초점을 맞춰 내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내부 인적쇄신의 핵심은 ‘희망퇴직’이다. 현재 한전은 희망퇴직을 자구 방안에 넣기 위해 위로금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재원은 간부직 약 5천700명이 반납할 올해 임금 인상분 등을 활용할 가능성이 고려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 ‘희망퇴직’ 노조 협의 필요

한전이 이번에 희망퇴직을 시행하면 지난 2009~2010년 이후 두 번째다.

지독한 적자 누적으로 재무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한전이 희망퇴직을 실시할 경우, 과거 지급했던 규모 이상의 위로금을 지급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한전은 근속 연수에 따라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8개월분의 연봉 월액을 위로금으로 지급했다.

구체적으로, 명예퇴직 위로금은 1억원 한도 내에서 명예퇴직금 70%를 지급하고, 조기퇴직 위로금은 근속 기간에 따라 연봉월액을 차등 지급했다.

하지만, 한전의 추가 자구책 일환으로 제시될 ‘희망퇴직’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 노조와 충분한 협의가 선행되어야 추진 가능하다.

노조 조합원 수가 전체의 80% 가까이 되는 한전 조직 특성상 희망퇴직 문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한전 노조는 희망퇴직이 단행될 경우, 인건비에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동철 사장은 국감에서 “노조측이 전기요금 인상이 확실히 전제된다면 정부정책에 협조 할 것”이라고 언급해 여지는 남겼다.

전기료를 인상하기 위해선 한전 내부적으로 뼈를 깎는 자구책이 필수 조건인 상황에, 핵심인 희망퇴직도 여러 여건상 여의치 않아 김 사장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여기에, 정부측의 강력한 추가 자구책 요구도 김 사장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실제,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국감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추가 자구책을 한전에 지시했다.

방 장관은 “공기업 적자 해소를 위해 에너지비용을 국민들에게 모두 전가할 수는 없는 만큼, 한전측은 기존 재정건전화 및 경영혁신 계획을 철저히 이행하라”며 “추가적으로 경영효율화가 가능한 부분을 적극 발굴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국감에서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앞두고 추가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고, 노조와도 적극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연, 한전이 희망퇴직 등 인적쇄신의 추가 자구책을 내세워 전기요금 인상 명분을 마련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고광민 기자 ef7998@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