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총선]호남 정치 거물들의 씁쓸한 몰락...이낙연·송영길·이정현 낙선
배신자·비위 행위·보수 프레임 극복 실패 지역 정치 퇴행 우려…“인재 발굴 시급”
4월 총선 결과 ‘이낙연·송영길·이정현’ 호남 출신 거물 정치인의 퇴보가 눈에 띈다.
이낙연 대표는 광주 광산을에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후보, 소나무당 송영길 대표는 서구갑에서 민주당 조인철 후보, 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순천·광양·곡성·구례을에서 민주당 권향엽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낙연 후보는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군에서 민주당 소속 4선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전남도지사 재임 중 호남을 떠나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승승장구 했다.
퇴임 이후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에 당선, 민주당 대표를 지내다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을 위해 1년 4개월 만에 자리를 내어놓았다.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현 민주당 대표에게 패한 뒤 이재명 후보의 대선후보 캠프에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다.
대선이 끝난 뒤 조지워싱턴대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1년 만인 지난해 6월 귀국했다. 이어 지난 1월 24년간 몸담았던 민주당을 떠나 창당한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로 호남을 찾아 그동안의 정치 행보 중 비판을 받은 지점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 후보는 당초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광산을 지역구 출마로 선회했다. 그는 “심청이가 아버지를 위해서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정으로 광주에 왔다”면서 “광주와 호남의 미래를 위해 큰 정치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이 후보는 24년간 입었던 ‘파란색’이 아닌 ‘민트색’ 옷을 입고 ‘마지막 불씨’를 호소했지만 원내 입성에 실패했다. 국회의원 선거 5번과 광역단체장 선거 2번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고 모두 이겼던 이 후보가 이번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정치 생명 최대 위기에 처했다. 차기 대권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옥중 출마로 이목이 쏠렸던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도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송 대표는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록의 정치인이다.
송 대표는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역임했고 졸업한 후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러다가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노동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눈에 띈 송 대표는 인천 계양에서 5선(16·17·18·20·21대) 국회의원을 했고, 2010년 지방선거 때 인천광역시장에도 당선됐다.
하지만 지난해 4월 2021년 전당대회 당시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등에게 돈봉투를 줄 것을 모의한 녹음파일 및 텔레그램 대화 내용 등을 검찰이 확보하면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의 중심 당사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결국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로 인해 구속됐다.
옥중에서 송 대표는 이후 소나무당을 창당하고 “국회 입성해 민주주의 정치를 되살리고 윤석열 정권 조기퇴진에 앞장 서겠다. 감옥에 갇힌 저의 손을 잡아달라”고 서구갑에 출마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송 대표는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정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광주·전남 국민의힘 대표주자는 이정현 순천·광양·곡성·구례을 후보다. 이 후보는 곡성 출신으로 해당 지역구에서 19대 재·보궐선거와 20대 총선 등 내리 재선에 성공하며 비례대표 포함 3선 국회의원에 당대표까지 지낸 인물이다. 이번 총선 관심은 ‘지역 일꾼’을 강조하며 표심 잡기에 나선 이 후보가 당선될 수 있느냐였지만 지역민은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정부에서 보건사회부 장관을 제의 받고도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그 대신 전남발전을 앞당기는 데 첨병역할을 하겠다며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과 국토균형발전 전략본부장을 맡아 지역소멸을 막는 해법을 찾아 전남 곳곳을 돌아다녔다.
흰 조끼와 면장갑을 착용하고 검정운동화를 신은 이 후보는 당의 조력 없이 나홀로 “오직 지역 발전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겠다. 타 지역과 차별받지 않게 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호소했지만 국회 입성은 실패했다. 민심은 아직까지는 민주당에 힘을 실어줬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김대중 대통령 이후 호남 정치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대선 후보도 배출하지 못했고 초·재선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사실상 병풍 역할만을 할 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호남 출신 정치 거물들이 이번 총선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길 기대했지만 유권자의 심판은 냉혹했다”면서 “지역 정치 거물들의 몰락은 씁쓸하다. 이제는 역량있는 새로운 정치 인재 발굴이 시급하다고”고 말했다. /노정훈 기자 hun7334@namdonews.com